[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한국 야구는 10년 넘게 특급 투수 기근에 시달렸다. 특히 오른손 에이스 부족이 심각했다. 윤석민(은퇴) 이후 국내 오른손 에이스급 투수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 야구의 국제대회 성적도 윤석민이 국가대표 오른손 에이스로 명성을 떨친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올해는 다르다. 왼손 투수가 강세를 떨쳤던 KBO리그에 모처럼 우투수의 시대가 열릴 조짐이 보인다. 최고 시속 150km대의 빠른 공을 던지는 젊은 파이어볼러들이 시즌 초반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안우진(24·키움 히어로즈), 곽빈(24·두산 베어스), 문동주(20·한화 이글스)가 주인공이다.
2018년 1차 지명으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 입단한 안우진은 지난해 KBO리그 최고 투수 반열에 올랐다. 지난 시즌 30경기(196이닝) 15승 8패 평균자책점 2.11을 올리며 투수 2관왕(평균자책점·탈삼진)과 함께 KBO리그 단일시즌 최다 탈삼진 2위(224)에 올랐다.
올해도 출발이 예사롭지 않다. 13일 오전까지 2경기에 선발 등판해 3이닝 동안 단 1점만 내주며 평균자책점 0.69를 기록했다. 시즌 첫 등판이던 1일 한화와 개막전에서 6이닝 5피안타 12탈삼진 무실점으로 개인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을 세웠다. 7일 NC 다이노스전에선 7이닝 1실점(1자책) 12탈삼진을 기록했다.
안우진은 경기 후반까지 시속 160㎞에 육박하는 빠른 공과 제구력, 변화구 구사 능력까지 겸비해 압도적인 탈삼진 능력을 자랑한다. 지난해 아리엘 미란다(35·전 두산)가 가진 역대 KBO리그 한 시즌 최다 탈삼진(225개)에 불과 1개 모자란 224탈삼진을 기록한 그는 올해 대기록 달성을 향해 초반부터 달리고 있다.
안우진과 입단 동기인 곽빈도 지난해 잠재력을 만개했다. 27경기에선 8승 9패, 평균자책점 3.78로 활약하며 선발진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지난해 후반기 11경기에서 5승 2패, ERA 2.98로 맹활약했다.
올 시즌 한 단계 더 진화한 모습을 보인다. 최고 시속 150km 초반대의 구속과 뛰어난 회전력을 갖춘 패스트볼을 앞세워 위력적인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약점이던 제구력이 향상되면서 에이스급 투수로 변신했다. 4일 NC전과 9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총 12.1이닝 동안 삼진 17개를 잡으며 2실점(비자책) 했다. 평균자책점 공동 1위(0.00), 탈삼진 부문 2위를 달린다. 이승엽(47) 두산 감독은 “우리에게는 1선발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좋은 투수다"라고 전폭적인 신뢰를 보낸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다녀온 투수 대부분이 후유증을 겪고 있는 터라 곽빈의 존재감은 더 빛난다.
입단 2년 차를 맞은 문동주도 무섭게 발전했다. 고교 시절부터 파이어볼러로 이름을 날린 그는 지난해 13경기에 등판해 1승 3패 2홀드 평균자책점 5.65의 성적을 남겼다. 부상과 재활로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올해 초반은 다르다. 지난해 경험을 토대로 성장했다. 문동주는 12일 광주 KIA전 1회 2번째 타자 박찬호(28)에게 시속 160.1㎞의 직구를 던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기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 투구추적시스템(PTS) 공식 집계가 시작된 2011년 이후 국내 선수가 시속 160㎞대 공을 던진 건 문동주가 처음이다. 종전 국내 선수의 최고 구속 기록은 2012년 9월 7일 롯데 자이언츠 최대성이 한화전에서 장성호(이상 은퇴)에게 던진 시속 158.7㎞다.
문동주는 시즌 첫 등판인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5이닝 1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승리를 신고했다. 2번째 등판이었던 KIA전에서는 최고 시속 160.1㎞의 패스트볼을 앞세워 6이닝 3피안타 6탈삼진 2실점(2자책)을 올렸다. 문동주의 구속은 날이 풀리면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제구를 가다듬고 선발 경험이 쌓이면, KBO리그 대표 오른손 에이스로 자리매김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인 기자 lji2018@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