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단 이후 무소속 민형배 의원의 민주당 복당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헌재는 23일 ‘검수완박’ 법은 유효하다고 판단하면서도 민 의원이 민주당을 ‘위장 탈당’한 것은 국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박광온 의원)은 이를 묵인함으로써 국회법과 헌법을 위반했고, 이 같은 불법행위 탓에 소수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민주당은 이 가운데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용만 취사선택함으로써 ‘내로남불’ 논란에 직면했다.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은 “민 의원이 법안 통과를 위해 희생한 만큼 당이 품어야 한다”며 복당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헌재 판단 취지를 거스르는데다, 우려되는 ‘위장 탈당’ 후폭풍을 의식해 유보적이다. 무엇보다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시켰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헌재가 절차적 문제를 지적한 만큼 ‘위장 탈당’에 대한 사과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꼼수 탈당’으로 국회 내 소수 의견을 존중하고 숙의할 수 있도록 한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시켰던 일, 이로 인해 국회 심의 표결권이 침해됐기에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면서 “헌법재판소 뜻을 존중한다는 것은 유리한 결론만 취사선택하는 게 아니라 우리를 향한 잘못도 수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문재인 정부 말기 강행 처리한 ‘검수완박’ 법안은 여러 면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했다. 문재인 정부는 조국 장관 후보자 압수수색을 계기로 윤석열 검찰총장과 검찰을 악마로 규정한 채 잇단 무리수를 두었다. ‘검수완박’ 입법 과정을 복기하자면 이 같은 분석에 수긍할 수밖에 없다.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는 <퇴마 정치>에서 “2022년 대선 패배는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의 ‘내로남불’과 ‘후안무치’가 2년 7개월 동안 지속된 결과”라며 “문재인과 민주당은 윤석열을 미워하는 수준을 넘어 악마로 간주함으로써 스스로 자해를 일삼는 패닉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여론조사 결과에서 확인된다. 조국 장관 임명에 대한 MBC여론조사(9월 14~15) 결과, ‘잘못한 일(57.1%)’과 ‘잘한 일(36.3%)’은 무려 20% 격차가 났다. 또 조국 사퇴 이후 오마이뉴스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잘한 결정’ 62.6%, ‘잘못한 결정’ 28.6%로 두 배 차이가 났다. 무엇보다 검찰 개혁을 바라보는 국민 여론은 싸늘했다. 이 같은 시각은 진보와 보수언론 대동소이했다. 조선일보 신년 여론조사(2021년)에서 ‘검찰 개혁이 당초 취지와 달라졌다’는 57.5%, ‘당초 취지와 부합하다’는 28%로 그쳤다. 한겨레 여론조사 또한 75.8%가 ‘절차와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응답했다. 당시 민주당 김해영 최고위원은 ‘검수완박’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천정배 또한 “굉장한 졸속”이라며 “대선에 지고 보니 민주당이 심리적 균형을 잃은 것 같다”며 우려했다.
여론을 거스른 채 절차적으로 하자 많은 ‘검수완박’ 법안을 강행했음에도 민주당은 낮 뜨거운 궤변으로 일관했다.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은 민 의원 탈당을 ‘전략’과 결단, 희생으로 포장했다. 이들은 “민 의원이 법안 통과를 위해 희생한 만큼 보답해야 한다”며 자기합리화 덫에 빠졌다. 올해 2월 구성한 국회 첨단전략산업특별위원회에 반도체 전문가 무소속 양향자 의원 대신 민 의원을 배려한 것도 이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민주당은 반대 입장을 보인 양 의원 대신 민 의원을 탈당시켜 투입한 바 있다. 그들 입장에서 양 의원은 배신자, 민 의원은 당을 위해 헌신한 희생이다.
국회를 무력화한 민 의원 탈당을 희생이나 결단으로 포장하는 건 아무래도 낯 뜨겁다. 언제부터인지 민주당은 염치와 부끄러움을 잃어버렸다. 유시민은 정경심씨가 검찰 압수수색에 앞서 PC를 몰래 반출해 증거인멸 의혹에 휩싸이자 “증거인멸이 아니라 증거 보존”이라고 했다. 또 김의겸 대변인은 환경부 블랙리스트를 화이트리스트라며 궤변을 늘어놓았다. 민 의원 또한 무소속임에도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광산구 을 지역위원회 지방선거 공천장 수여식에 참석한데 이어 광주시장 후보 선대위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논란이 됐다. 또 탈당한 지 한 달도 안 돼 언론 인터뷰에서 “아직 당에서 복당 요청이 들어오지 않아 기다리는 중”이라는 말로 탈당을 훈장으로 여겼다.
민주주의에서 절차적 정당성 확보는 핵심이다. 민 의원 복당은 민주당 한계와 정체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밖에 없다. 상대를 악마화 하고 분노와 적개심을 불쏘시개 삼아 자신들의 과오를 합리화한다면 민주당은 만년 야당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했던 니체의 격언을 돼 새긴다.
임병식 정치전문 논설위원 ybs@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