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 톡신 수출 6개사, 기소…법적 대응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검찰이 제약바이오 산업을 정조준하고 있다. 가뜩이나 글로벌 경영환경 악화로 시장 전반에 걸친 침체가 길어지고 있는데, 일부 오너의 비리와 각종 수사 등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되는 분위기다.
22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7부(부장검사 김형석)는 약 91억원 상당의 비자금 조성해 횡령(특경법 위반)한 혐의로 최근 장원준 전 신풍제약 대표이사 사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비자금 조성을 담당했던 노모 전무는 구속 기소됐으며, 횡령을 도와준 대부업자 이모 씨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장 전 사장과 노 전무는 지난 2008년 4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신풍제약 창업주이인 고(故) 장용택 회장과 공모해 91억여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원재료 납품 업체인 성림파이낸스와 과다계상 또는 가공거래 후 차액을 되돌려 받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들은 조성한 비자금을 신풍제약 주식을 취득 및 생활비 등 사적 용도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업자 이 씨는 2011년 4월부터 2017년 9월까지 노 전무가 가져온 어음을 현금 등으로 환전·교부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씨가 신풍제약의 비자금 조성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조한 것으로 판단한다. 이 씨는 그 외에도 2010년 5월부터 2021년 9월까지 무등록 대부업을 영위한(대부업법 위반) 혐의도 받는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5월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아, 같은 해 9월 신풍제약 본사와 공장 등을 압수수색했다. 10월에는 공갈 혐의로 서 이사와 양 세무사를 구속 기소했으며, 12월엔 노 전무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지난 1월18일 장 전 사장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이후 보완 수사를 통해 추가 비자금 34억원의 조성 사실을 확인했고, 장 전 사장과 대부업자 이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지난 21일 KH그룹 주요 계열사인 KH필룩스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KH필룩스가 지분을 가진 바이오업체를 통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과 승인 관련 호재성 정보를 시장에 띄워 주가를 조작하려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KH필룩스가 지분을 보유중인 업체는 지난해 2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으로부터 이전받은 기술이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로 가능성을 확인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 관련 조사는 올 초부터 이어지고 있다.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범죄조사부는 지난 1월 ‘코로나 치료제 및 백신 개발 지원 사업’과 관련해 임상시험 승인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 행위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압수수색했다.
식약처는 공식 브리핑을 통해 “검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할 것”이이라며 “코로나19 상황이 발발한 이후 마스크, 진단키트, 백신, 치료제 등 모든 인허가 과정에서 투명하고 과학적인 의사결정을 진행했고, 그 과정을 다 기록했기 때문에 편법은 없었다고 자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식약처 외에도 제약업체 등 9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시 조사는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이 운영한 코로나19 치료제‧개발 지원사업과 관련해 특정 기업이 특혜를 받았다는 고소장을 접수한 데 따른 것이란 후문이 있어 수사 확대 여부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아울러 검찰은 보툴리눔 톡신 수출 기업도 재판에 넘겼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식품의약범죄조사부는 지난 14일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보툴리눔 톡신을 국내 수출업체에 판매한 메디톡스·휴젤·파마리서치바이오·제테마·한국비엠아이·한국비엔씨 등 6곳과 임직원 12명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보툴리눔 톡신업체가 수출업체에 제품을 양도한 것이 ‘수출’인지, 아니면 ‘국내 판매’인지를 가리는 것이다.
보툴리눔 톡신과 같은 생물학적 제제는 국내에 판매하기 전 식약처로부터 ‘국가출하승인’을 받아야 한다. 국내에 판매되지 않고 수출되는 제품은 이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된다.
업체들은 관행적으로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국내 무역사에 넘기고, 이 업체가 수출을 진행하는 ‘간접’ 방식을 취해왔다. 검찰은 제약사가 국내 무역업체 제품을 유상 양도한 것은 ‘완결된 판매 행위’이므로 국가출하승인 대상 즉, 국내 판매로 해석했다.
앞서 식약처 역시 비슷한 취지로 2020년 메디톡스의 ‘메디톡신’을 시작으로 일부 보툴리눔 톡신 기업에 대해 품목허가 취소와 회수·폐기를 처분했다. 그러나 업체들 신청으로 집행정지돼 현재 정상적으로 제조·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보툴리눔 톡신 관련) 기소는 간접 수출에 대한 법률적 판단의 차이에서 비롯한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변동진 기자 bdj@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