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EU, 태도 돌변 "유럽엔 영향 미미해"
전기차에 10조원 효과 예상..."투자, 결국 美로 옮겨질 것"
"美 내수 시장에 집중...EU에 큰 영향 없을 듯"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본부 앞 EU 깃발. / 연합뉴스.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본부 앞 EU 깃발. / 연합뉴스.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소법(IRA)에 대한 유럽의 분노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유럽연합(EU)의 청정기술 강화를 위한 인센티브가 IRA법안의 혜택과 비슷하거나 뛰어넘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수소나 재생에너지 부문에서는 영향이 미미하거나 긍정적일 것으로 봤다. 다만 전기차의 경우 단기적 영향은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EU가 미국의 IRA법안을 더이상 신경쓰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하는 한 전문가는 일부 EU 관리들은 IRA를 더이상 경쟁과 위협으로 간주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은 더 큰 위험이 있다고 느끼는 중국에 관심이 옮겨간다고 전했다.

아울러 EU 관계자들은 미국이 기후 친화에 쏟는 금액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IRA법안으로 향후 10년 동안 최대 3690억달러(486조 837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EU는 재생 가능 에너지에 700억유로(97조 3161억원)를 투입하고 있다. 여기에 EU 집행위원회와 일부 국가들은 매년 에지 보조금을 국가들에 지급하고 있다.  

EU의 녹색 거래 책임자인 프란스 팀머만스는 이달 초 기자들에게 "IRA는 미국 경제를 녹색화할 수 있는 기회지만 우리는 미국과 달리 강조해야할 점들이 있다. 적어도 우리는 미국이 테이블에 올려놓은 금액에 필적하는 양을 내놔야한다"고 말했다. 

현재 EU는 자체적인 녹색 무역 도구인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을 보유하고 있다. CBAM은 다소 엄격하지 않은 기후 규정을 가진 나라에서 철강, 시멘트 등과 같은 탄소 배출 집약적 품목에 탄소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미국은 올해 말 단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IRA가 통과됐을 당시, 많은 유럽 지도자들은 투자 달러를 훔치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이 유럽에 '이중잣대'를 만들고 있다며 대서양 무역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비난도 잠시, EU 관료들은 태도를 바꿔 미국의 IRA 법안을 치켜세우고, EU 자체의 막대한 지출(코로나19 등으로 발생한 약 7249억유로)과 REPowerEU(리파워EU, EU의 에너지 계획)로 러시아 화석 연료에 대한 유럽의 의존도를 낮추는 데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뒀다. 

독일 마샬 펀드의 제이콥 키르케고르 수석 연구원은 "IRA가 미국 투자에 도움이 되지만 유럽엔 미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많은 유럽 기업이 미국에 투자할 예정이지만 이는 시장 개발이며 성장이 있는 곳으로 가고 있다"며 "그러나 기업들이 이전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실적으로 미국 역시 유럽에도 막대한 투자를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른쪽부터 제네시스G80 전동화 모델, GV70 전동화 모델, GV60. / 현대차
오른쪽부터 제네시스G80 전동화 모델, GV70 전동화 모델, GV60. / 현대차

◆전기차, IRA 영향..."단기적 無, 장기적 有"
IRA는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핵심 광물을 40% 이상 사용한 배터리를 장착해야 한 전기차에 한해 보조금을 지급한다. 전기차 한 대당 최대 7500달러(약 989만원)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이 법안으로 약 75억달러(9조 8895억원)의 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EU 회원국은 최대 1만유로 상당의 보너스를 포함해 전기차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지원하고 있다. EU 회원국의 복구 기금 역시 전기차 및 발전소와 같은 저배출 모빌리티 이니셔티브에 110억유로(15조 2966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IRA 세금 공제가 자동차 공급망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IRA 법 특성상 투자는 결국 미국으로 옮겨질 수밖에 없다고 봤다. 특히 실제 보조금의 가치는 CBO의 추정치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했다. 스위스 금융그룹 크레딧 스위스 그룹 AG의 애널리스트는 향후 10년 동안 8000억달러(1054조 8000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CBO 예상치의 약 두 배다.

◆재생 에너지·수소, IRA 영향 미미..."수소, 오히려 도움될 가능성 있어"
IRA는 수소, 태양열 및 풍력을 포함한 재생 가능 에너지원을 늘리기 위해 약 956억달러(126조 1251억원)를  투자했다. 반면 EU는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이후 매년 재생 에너지 보조금으로 평균 약 720억유로(100조 1570억원)를 지출했다.

관계자들은 "유럽의 높은 수요를 감안할 때 EU의 풍력 제조 능력은 자금 조달이 고갈되지 않는 한 뒤처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브뤼셀에 본부를 둔 브뤼겔 싱크탱크의 알리시아 가르시아-헤레로 선임 연구원은 "유럽이 최적의 녹색 혁명 영역을 찾기 위해 미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렇지 않으면 유럽은 중국에서 배터리부터 태양광 패널까지 모든 것을 계속 수입할 것"이라며 "미국은 자체 생태계를 만들 것이다. 이는 유럽이 감당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수소의 경우 CBO 분석에 따르면 수소 생산을 촉진하기 위한 IRA의 세금 공제는 약 130억달러(17조 1509억원)의 가치가 있다. 이는 EU 국가들이 수소 가치 사슬을 강화하기 위해 할당한 공공 지출 프로젝트의 106억유로(14조 7454억원)와 거의 비슷하다.

유럽 관료들은 "IRA는 보조금이 대부분 미국 내수 시장에 집중될 것을 암시하기 때문에 EU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EU는 현재 재생 가능한 수소 1000만톤을 생산하고 같은 양의 수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향후 미국이 수소 공급원이 될 경우 EU에 도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는 것이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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