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종훈 기자] 2020년 8월 금융업에 새로운 플레이어가 법적으로 등장했다. 법 제정을 기점으로 온라인 투자 연계 금융업이 제도권 안에 들어온 것이다.
고지식한 금융산업에 새 바람을 몰아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온투업은 2년 동안 정체돼 있었다. 더욱이 규제의 장벽으로 인해 업권의 성장은 요원해 보인다. 그렇다면 굳이 '혁신금융'이란 수식어를 붙여가며 왜 굳이 이들을 제도권 내 편입시켰던 것일까.
온라인 투자 연계 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공식적인 이름이 달리기 이전, 온투업은 'P2P 금융'으로 불렸다. 개인과 개인 사이의 투자와 대출을 연계하는 핀테크 서비스에서 그 시초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영국에서 최초의 P2P 금융인 '조파'가 탄생했고, 미국으로 건너가 렌딩클럽, 소파이 등 굵직한 이름의 핀테크로 성장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선 지난 2014년 출범한 8퍼센트가 1호 P2P 금융이다. 비슷한 시기 렌딧·테라펀딩·어니스트펀드 등이 연달아 론칭했다.
이들은 소액부터 시작할 수 있는 대안 투자상품으로, 기성 금융권에 비해 쉽고 편리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창구로 주목을 받았지만, 의외로 문제는 빠르게 터졌다. 대출 연체율을 비롯한 리스크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신뢰도가 뚝 떨어진 것이다.
지난 2019년 말 금융위원회가 혁신금융 사례로 극찬한 팝펀딩 사태가 대표적이다. 당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팝펀딩을 방문회 간담회를 열고 "팝펀딩을 시작으로 또 다른 동산금융 혁신 사례가 은행권에서 탄생하여 보다 많은 혁신·중소기업이 혁신의 과실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후의 과정은 널리 알려진 것처럼, 금융위원장의 찬사 후 불과 석달이 채 못돼 증권사들이 판매한 관련 사모펀드의 만기 상환이 연기됐다. 심지어 이보다 이르게 2019년 말에 이미 금융감독원은 팝펀딩의 대출 취급실태를 검사하고 사기·횡령·자금 유용 등의 불법 혐의를 포착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팝펀딩은 전형적인 폰지 사기 수법을 썼다. 이미 2018년 초부터 담보물 부실 관리, 상품 판매 부진과 연체 등으로 145억원 규모 부실이 발생했다. 팝펀딩 경영진은 허위로 서류와 자료를 만들어 투자금 554억원을 유치하면서, 기존 부실을 돌려막는 방법을 썼다.
이 같은 촌극은 '당국'이 대체 무엇 때문에 조급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점을 갖게 만든다. 금융산업이 고루하고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만큼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온투업의 제도권 편입의 주요 취지 중 하나로 금융 당국은 중금리 대출 공급의 확대를 부르짖었다.
그러나 막상 온투업자들이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 제도적 장벽이 가로막았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방법으로 기관 투자를 고려해야 함에도, 정작 은행이나 저축은행 등은 각 업권마다 제도에서 이를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코로나 팬데믹발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며 이제 막 싹을 틔우려던 업계는 된서리를 맞았다. 특히 지난해 12월 3.12% 수준이던 49개 온투업의 연체율은 1월 기준 3.34%까지 치솟고 있다. 주요 대출차주들이 중저신용자들임을 감안하면 올해 경기 상황에 따라 연체율 관리에 빨간 불이 켜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지난 2019년 4월 비교적 느즈막히 출범한 나이스abc는 오히려 업권의 엄혹한 시기를 지속적인 성장의 기반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는 금융인프라 나이스그룹의 자회사인 나이스비즈니스플랫폼이 운영하고 있는 P2P 금융 서비스인데, 기업금융을 중심 사업으로 하고 있어 특이하다.
2022년 한 해 동안 모두 5106건의 기업 대출을 실행했다. 특히 당일 대출 실행이 3940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평균 대출 금액은 6700만원 수준이다.
또한 모두 6만 6908명이 일년 동안 투자에 참여, 이들 투자자의 재투자율이 89%에 달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1인당 평균 연간 투자액은 1억 3000만원이었다.
지난해 취급한 총 대출금액은 3422억원이며 연체와 부실은 0건이다.
최정환 나이스abc 대표는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로 인해 기업들의 자금 경색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우리 나이스abc는 기존 금융권에서 소외 받던 중소사업자를 대상으로 금융 혜택을 지원할 수 있도록 더욱 다양한 상품들을 선보이며, 온투업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는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종훈 기자 plisilla@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