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최장 지각 불명예
2014년, 2020년 단 2차례만 기한 처리
국회 본회의.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 심사가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본회의.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 심사가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 합의가 교착 상태에 빠졌다. 벌써 세 번째다. 김진표(75) 국회의장이 15일 마지막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여야 반응이 엇갈리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여야가 법정 처리 기한은 물론 정기국회 종료일을 넘기면서 지난 2014년 국회 선진화법 시행 이후 '최악의 지각 처리'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여야는 2023년 예산안의 법정시한인 지난 2일을 넘긴 이후 정기국회 종료일인 9일을 2차 데드라인으로 두고 협상을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미 2차례 미뤄진 뒤 15일을 3차 처리 시한으로 정했지만 이날도 끝내 합의하지 못했다.

김 의장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1%포인트(p) 내리는 방안과 행정안전부 경찰국·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을 전액 삭감하되 예외를 두어 예비비로 기관을 운영할 수 있도록 부대의견을 채택하는 절충안을 내놨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법인세율 1%p 인하는 실질적 효과를 보기 어렵다며 수용을 보류했다. 법인세 외에도 임대주택·지역화폐·경찰국 및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 등 다른 쟁점 이견 해소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예산안인 만큼 어느정도 진통은 예견됐다. 예산안 법정 기한을 넘긴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문재인 전 정부 첫해인 2018년과 다음 해인 2019년에도 각각 6일과 8일 지각 통과한 바 있다. 다만 이번 윤 정부는 압도적 여소야대 구도 속에 협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고, 여기에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압사 사고가 국정조사로 이어지며 예산안 통과의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1월 1일에야 처리됐던 2014년 예산안 이후 9년 만에 다시 해를 넘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사상 첫 준예산 편성은 피했지만 ‘예산안 자동부의 제도’를 규정한 선진화법의 효용성에 대해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국회는 아무 일도 못하는 ‘식물 국회’나 욕설과 싸움이 난무하는 ‘동물 국회’를 막기 위해 2014년 선진화법을 도입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이던 2002년 여야 합의로 예산안을 조기 통과시킨 후 10년이 넘도록 법정기한을 지키지 못해 내린 특단의 조치였다. 여야가 합의한 법안만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할 수 있도록 요건을 제한해 ‘날치기 통과’를 금지했고, 신속처리안건 지정(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해 정쟁의 장기화를 막자고 정했다. 그러나 법정기한까지 예산안을 통과한 건 2014년과 2020년 단 2차례에 불과하다.

이번 예산안 심사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 민주당은 윤석열(62)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을 보이콧하며 강경 노선을 예고했고, 상임위에서는 대통령실 이전을 비롯한 각종 사업 예산안을 일부 또는 전액 삭감했다. 이에 여야 간의 갈등은 더 심화됐고,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지경에 이르렀다. 여소야대 형국이 내년까지 이어지는 만큼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민생을 볼모로 한 '치킨게임'은 계속해서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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