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연내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제정 추진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한국의 축구스타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과 김민재(26·나폴리) 등이 출전하는 해외 인기 리그를 포함해 국민적 관심이 큰 체육경기대회(월드컵·올림픽 등), 주요행사에 대한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대회 중계권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의 피해는 곧 시청자인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지난달 31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을 구성해 연내 발의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민적 관심이 큰 월드컵, 올림픽 등에 대해 국민들이 시청할 수 있도록 충분한 가시청가구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은 기존 방송법으로 관할되던 TV와 라디오 방송 등 기존 미디어와 그간 법 바깥에 있던 OTT를 비롯한 뉴미디어를 ‘시청각미디어서비스’라는 새로운 서비스 유형으로 정해 하나의 법으로 관할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종편과 일반 PP는 유료방송에 가입한 가구의 경우 상당수의 국민이 시청할 수 있지만 보편적 시청권 개념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또 월정액 기반의 일부 OTT 플랫폼에서 스포츠 경기 독점 중계에 나서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OTT 독점 중계로 이어지면 결제를 하지 못하는 일부 시청자들은 경기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무료로 볼 수 있었던 손흥민의 토트넘 경기는 올해부터 유료채널인 SPOTV ON(스포티비 온)과 SPOTV NOW(스포티비 나우)에서 독점 중계한다. 포털 생중계를 통해 누구나 EPL, UCL 경기 등을 시청할 수 있었던 과거와는 다르다.
중계권을 지닌 스포티비는 치솟는 중계권료 때문에 불가피했다는 입장인 반면, 일부 축구팬들은 독점 중계권을 따기 위해 무리한 금액을 베팅한 방송사가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시키는 횡포라며 맞서고 있다.
스포티비 구독 시 월정액은 상품에 따라 7900원~1만4900원이다. 스포티비 나우를 운영하고 있는 에이클라미디어그룹은 지난 4월 약 9000만 달러(1171억 원)에 3년 치 국내 중계권을 계약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해 909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은 129억7602만 원으로 14.3%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업계 평균 대비 300% 이상 높은 수치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 중계도 비슷하다. A매치는 쿠팡플레이를 통해 온라인 생중계됐다. 대한축구협회(KFA)와 공식 파트너십을 맺은 쿠팡플레이는 국가대표팀 전 경기를 독점 생중계할 권리를 가졌다. 쿠팡플레이 구독 시 월정액은 4900원이다. 내년부터 2027년까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를 독점 생중계하기로 했다. 중계권료 상승이 불가피해 보인다.
CJ ENM이 운영하는 티빙도 국가대표팀 경기 온라인 중계권 확보 경쟁에 참전했다. 티빙은 2020년 아시아축구연맹(AFC)과 중계권 계약을 체결해 AFC가 주관하는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에 대한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다. 지난 3월 끝난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은 티빙을 통해서만 시청할 수 있었다. 티빙 구독 시 월정액은 7900원~1만3900원이다.
40대 후반 최 모씨는 본지와 통화에서 “돈을 내고 봐야 하는 것도 그렇고 어디 채널에서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월드컵 본선은 지상파에서 해주니까 알겠지만, 월드컵 예선전의 경우엔 TV를 돌려도 안 나오더라. 앞으론 어떻게 바뀔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시민단체들의 반응도 비슷하다. 문화연대와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은 “공적 재원에 대한 다양한 방안들이 더 논의돼야 하고 종편과 PP 외에 (이같은 논의가) OTT 범주로 확장되는 점을 고려해 전반적인 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힘줬다.
이렇다 보니 OTT에도 보편적 시청권을 적용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특정 경기를 독점으로 중계하고 유료화를 했을 경우, 시청권 박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스포츠 중계의 OTT의 영향력이 커지고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방통위는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중계권을 다른 방송사에 재판매하지 않거나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요구할 경우 방송법에 따라 협상 당사자 신청이 있으면 방송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른 조정을 할 수 있으며, 방송법상 금지 행위에 해당하면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부과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방통위 대상 국정감사에서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전반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변재일(74)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은 “보편적시청권은 법안 제정 당시 추가 비용 없이 국민들이 방송을 볼 수 있도록 도입된 조문이었다”면서 “종편 허가와 유료방송 중심으로 방송 시청 행태가 변하는 과정에서 방통위가 법 개정 없이 차별적인 비용이 부과되는 유료방송 가입자까지 가시청가구로 해석한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호진 기자 hoo1006@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