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사업확장·수익성 개선·빅데이터 활용·고객 락인 효과 기대
/네이버파이낸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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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박종훈 기자] 보수적이란 평을 듣는 금융산업에 속속 새로운 경쟁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보유한 이커머스 기업들이다. 

이커머스란 온라인 상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구매자와 판매자가 프로세스에 참여하는 것을 가리킨다. 시장 규모가 성장하며 이들 이커머스 기업들은 실상 종합 플랫폼 기업이라고 일컬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지난 2017년 이후로만 시장 규모를 살펴봐도 매년 이커머스 기업들은 15%~20%대 고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커머스 기업들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며 이러한 성장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이커머스 시장의 규모는 1년 전에 비해 14.5%가 성장한 211조 9000억원을 기록할 정도다.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며 이들은 생존을 위해 본업이라고 볼 수 있는 이커머스 외에도 다양한 신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업까지 손길이 뻗은 것은 이러한 이유다.

업계 선두 이커머스 기업들이 금융업에 진출할 경우, 이들이 갖고 있는 강점들은 상당하다. 우선 강력한 플랫폼 인지도와 고객층을 꼽을 수 있다. 또한 여기서 산출되는 방대한 양의 고객데이터와 이를 기반으로 분석할 수 있는 정교한 신용평가 알고리즘도 무기다. 아울러 사업성장을 통해 축적한 대규모 자본 역시 기성 금융권을 위협할 새로운 경쟁자로 손색이 없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의 대표 격이라고 볼 수 있는 쿠팡이 좋은 사례다. 쿠팡은 지난 8월 금융감독원에 여신전문금융업자 등록을 완료하고 국내 이커머스기업 중 최초로 캐피탈업에 진출한다.

쿠팡의 지급결제 자회사인 쿠팡페이는 지난 1월 금융회사 CFC준비법인을 설립하고, 6월에는 사명을 '쿠팡파이낸셜'로 변경해 본격적인 금융업 진출을 모색해 왔다. 쿠팡파이낸셜은 쿠팡페이로부터 자금을 100% 출자하는 구조로 사업목적은 ▲경영컨설팅업 ▲기타투자업 ▲부동산임대업 ▲상기목적과 관련된 모든 사업이다.

쿠팡이 등록한 여신전문금융업의 대표적인 업권은 신용카드업이다. 그러나 쿠팡은 비카드업인 할부금융업, 리스업, 신기술사업 금융업 등의 등록을 신청했다.

쿠팡파이낸셜은 등록 이후 본격적인 상품이나 서비스 출시 행보를 서두르진 않고 있다. 예상컨대 자사 플랫폼 입점업체를 대상으로 대출 서비스를 우선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차차 범위를 확대하는 과정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개인사업자로서 사업규모가 작아 담보가 없거나 은행 등, 1금융권을 통한 자금 확보가 어려운 업체를 대상으로 대출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쿠팡 계열사 자산을 대상으로 할부금융과 리스업 등의 수익모델도 고려해 볼 여지가 있다.

쿠팡의 향후 행보는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의 대표주자인 아마존이 걸어온 길을 참고하면 된다. 지난 2011년 아마존은 자사 플랫폼에 입점한 셀러를 대상으로 단기운전자금을 제공하는 '아마존 렌딩'을 출시했다. 당초에는 판매자가 아마존에 납품할 재고 구입 시 지원하는 방식으로 출시됐지만, 최근엔 신제품에 대한 투자 등을 위한 용도로 범위가 확대됐다.

대출 금액이나 기간, 금리 등의 대출조건은 판매이력이나 판매 제품군, 소비자 구매 피드백, 배송조건 등 아마존 내부 데이터를 활용해 책정된다. 

대출 상환은 아마존이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금액에서 매월 정해진 금액을 자동 차감하는 방식으로, 계약체결이나 조기상환 등에 대한 별도의 수수료는 없다. 금리는 3%~16.9% 수준이고 대출만기는 최장 1년, 대출 가능 금액은 1000~7만 5000달러로 신청 후 5영업일 이내 지급된다.

이 같은 시도는 입점 셀러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본연의 이커머스 수수료 수익이 증가하는 한편, 새로운 수익원으로 이자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2010년 설립된 쿠팡도 현재 쇼핑, 배달, OTT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온라인쇼핑 시장 점유율은 네이버쇼핑(17%)에 이어 13%로 2위 사업자다.

그러나 지속적인 성장 속에서 적자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쿠팡은 2021년 매출 22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영업적자도 1조 8600억원을 기록했다.

한편 쿠팡과 결이 다른 행보를 밟고 있는 것은 네이버파이낸셜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쿠팡과 해외의 아마존 사례처럼 직접 대출이 아니라 금융회사를 통한 '중개' 방식의 사업자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 2020년 12월 미래에셋캐피탈과 함께 스마트스토어 대출을 론칭하며 시작했다. 이어 2021년 7월엔 대출 약정액 1000억원을 돌파하며 우리은행과도 스마트스토어 대출을 출시한 바 있다. 2021년 12월 기준 대출 약정액은 1200억원을 넘어섰으며, 2022년 6월엔 우리은행, 전북은행과 협업해 스마트플레이스 사업자 대출을 출시하기도 했다. 기존 이커머스 플랫폼을 넘어선 행보다.

지난 10월 30일엔 네이버페이 사업자 대출비교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했다. 은행부터 캐피탈까지 1·2금융권을 아울러 대출상품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서비스다. 자사 사업자 대출 서비스의 주요 고객층인 중소상공인의 락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은행을 포함한 기성 금융기관에 리스크를 전가하는 네이버파이낸셜의 전략은 일찌감치 금융업에 진출한 아마존이 전철을 밟은 것이다. 아마존은 지난 2017년 별도의 규제 없이 이커머스 기업이 금융업을 수행한다는 논란이 불거지고, 미국 정책당국 역시 이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제기하자 2018년 2월 뱅크 오브 아메리카와 제휴를 시작하는 등, 리스크관리 부분에서 보완책을 마련했다. 2020년 6월 골드만삭스의 리테일뱅킹 '마커스'와 제휴로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한 것도 마찬가지 사례다.

이처럼 이커머스 기업이 금융업으로 발길을 뻗치는 이유는 ▲사업확장 ▲수익성 개선 ▲빅데이터 활용 ▲고객 락인 등의 기대 때문이다. 비록 금융업 진출 초기 단계라 아직까지 영향력은 제한적이지만 점차 기존 대출시장을 잠식해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우려되는 부분 역시 적지 않다. 이는 소비자 편익은 높아지겠지만 정보 독과점이나 금융 안정성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의 경기 상황 속에서 기성 금융사들 조차도 리스크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와중에 부실위험에 대한 대비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이는 정부와 금융당국, 정치권이 아직 이와 관련한 제도적 보완이나 규제 완화를 섣불리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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