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 알고싶다' / SBS
SBS '그것이 알고싶다' / SBS

[한스경제=이수현 기자] 15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함정과 흔적 - 지워진 용의자'라는 제목으로 2005년 발생한 통영 부녀자 살인사건을 다룬다.

2005년 8월. ‘안개밭골’이라는 뜻을 가진 경남 통영의 작은 마을 무전동에서 기이한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피해자는 다가구주택에서 홀로 셋방살이하던 50대 여성 이 씨. 부검 결과 오른쪽 복부를 칼에 찔리면서 출혈이 심했던 것이 사망원인으로 밝혀졌다.더욱 처참했던 건 피해자의 신체 일부가 훼손되고 몸 안에서 매니큐어 병 두 개와 이 씨의 손톱까지 나온 것. 

잔인한 범행이었음에도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피해자의 저항 흔적도 없었고 살해 현장은 잘 정돈돼 있었다. 범행의 동기도, 범인의 실체도 알 수 없는 안개 같은 사건을 두고 곧바로 대대적인 수사가 펼쳐졌고 피해자 주변 인물들이 용의선상에 올랐다.

사건 발생 한 달 뒤, 범인이 검거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범인의 정체는 피해자 옆집에 거주하는 남성 박 씨(가명). 숨진 이 씨의 집에서 발견된 박 씨의 체모가 결정적 단서였고, 경찰의 수사 끝에 박 씨는 범행을 스스로 자백했다. 문이 열린 채 잠들어 있는 이 씨를 보고, 지갑 속 3천 원을 훔치려고 침입했다가 강간을 시도했고, 이 씨가 깨어나 저항하자 홧김에 살해했다는 것이 박 씨의 진술. 

놀랍게도 1년여 간의 재판 끝에 대법원에서 내려진 사법부의 판단은 무죄. 박 씨가 집에 침입해 3천 원을 훔친 혐의는 유죄로 인정되었지만 살인 혐의에 대해선 무죄가 선고됐다. 박 씨가 검찰 조사과정에서 살인에 대해 자백을 번복했고 수사기관이 제시한 증거 또한 불충분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제작진은 당시 피의자였던 박 씨를 어렵게 만날 수 있었다. 사건 이후 아내와 이혼하고 동네에서 낙인까지 찍혀 아직까지 고통 속에 살고 있다는 박 씨. 그런데 그는 제작진에게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는 듯 모호한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전문가들과 함께 다시 들여다본 그날의 사건 현장. 범인은 출혈이 일어난 방바닥을 닦고, 살해 도구를 세숫대야에 담가 놓는 등, 살해를 저지른 후 증거 인멸을 위해 상당 시간 이 씨의 집에 머물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런 상황과 대조적으로 방 앞, 마루에서는 몇 가지 단서가 발견됐다. 이웃집 남자 박 씨를 용의선상에 오르게 했던 체모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콘돔 포장지가 발견됐고 몰래 침입한 흔적처럼 창문의 방충망은 찢겨 있었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당시 수사 기록을 입수했고 중요한 단서를 발견할 수 있었다. 피해자 이 씨가 누워있던 돗자리에서 불상의 남성 DNA가 발견됐다는 기록을 확인한 것. 이 DNA 정보는 당시 경찰의 용의선상에 올랐던 누구와도 일치하지 않았다. 그리고 박 씨의 자백으로 사건이 해결되면서 이에 관해 더 이상의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고 DNA의 주인도 끝내 확인되지 않은 채 남겨졌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2005년 통영 부녀자 살인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고 범인의 정체를 추적한다. 또한 범인의 ‘함정’과 ‘흔적’이 공존하는 미스터리한 범행 현장을 전문가들과 함께 꼼꼼히 분석해, 당시 놓친 단서는 없는지, 범인에 관한 또 다른 가능성은 없는지 고민해본다.

이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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