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수현 기자] 8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살인마의 시간'을 제목으로 상계 세모자 살인방화사건을 다룬다.
2002년 7월 13일 새벽 1시 30분 경,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의 한 주택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된다.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화재는 신속히 진압되었지만, 안타깝게도 불이 난 주택에 거주하던 당시 35세의 마수옥 씨와 그녀의 두 아들 경태, 기환군은 구할 수 없었다.
시신 부검 결과 세 모자의 사인이 단순 화재 사고가 아니었다. 사망한 세 사람의 머리에 선명하게 남겨진 둔기의 흔적. 그것도 수차례 가격당한 형태였다. 불이 나기 전, 엄마와 두 아들은 누군가에게 공격을 당해 숨진 것이다. 평온하던 한 가정에 예고 없이 찾아 온 재앙. 한순간에 어린 두 아들과 아내를 잃은 남편 나 씨(가명)는 사건 당시 현장에 없었다고 한다. 지하철 역무원이었던 그는 사건 당일 야간 근무 중이었기에 참변을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검 결과가 나오자 경찰은 살인마를 잡기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당시 사건을 목격했다는 인근 주민 A씨는, ‘밤 10시 30분 경 여자의 비명 소리, 싸우는 소리를 들었고, 남자의 목소리는 듣지 못했다’라고 진술했다. 다른 주민 B씨 역시 비슷한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사건 당시 화재 신고가 접수된 시간은 새벽 1시 30분 경. 경찰은 살인부터 방화까지의 범행이 밤 10시 30분부터 새벽 1시 30분까지, 약 3시간 사이에 발생했다고 추정했다. 당시 형사들은 우선 강도 살인의 가능성을 검토했지만 집안에 특별히 사라진 금품이 없고 살인 후 방화를 위해 범인이 집안에서 시간을 보냈다는 정황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원한으로 인한 살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잔혹함과 치밀함을 가진 면식범. 수사 끝에, 당시 경찰이 지목한 용의자는 사망한 마수옥 씨의 막내 여동생이었다.
당시 경찰은 막내 동생 뿐만 아니라 마수옥 씨 주변 인물 중 의심 가는 이들을 용의선상에 올려 수사했지만 범행을 증명하는 결정적 증거나 단서는 찾지 못했다. 결국 사건은 해결되지 못하고 20년째 미제로 남아있다. 1남 4녀 중 넷째 딸이었던 마수옥 씨를 엄마처럼 키웠다는 맏언니 마태선 씨. 제작진을 만난 그녀는 동생 수옥 씨에 관한 얘기를 들려주던 중 영문을 모르겠다며 두 개의 유언장을 보여줬다. 일련번호와 내용이 같은 두 공증 서류. 마씨 자매의 아버지 이름으로 된 유언장이었다.
두 개의 같은 서류에서 상속인 정보만이 달랐다. 하나에는 딸 마수옥 씨의 이름이, 다른 하나에는 마수옥 씨의 남편 나 씨(가명)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아버지 이름으로 된 아파트를 상속받았어야 할 사람은 누구였을까. 어떻게 일련번호가 같은 두 서류에 서로 다른 상속인이 적힐 수 있는 걸까. 맏언니는 여전히 의문을 풀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둘 중 하나의 서류에서 조작의 정황이 보인다고 강조했다.
남편 나 씨의 입장은 어떨까. 제작진이 만난 남편 나 씨는 여전히 아내와 아이들을 잊지 못하고 있다며 말을 꺼냈다. 여전히 아이들이 꿈에 나와 보고 싶다고 말한 나 씨. 사실, 남편 나 씨도 사건 당시 경찰이 의심한 용의자 중 한명이었다. 나 씨가 용의선상에 오른 이유는 그가 처제와 불륜관계였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그 처제는 바로 용의자로 몰렸던 마수옥 씨의 막내 동생.
경찰의 수사결과, 막내 동생은 사건이 발생한 시간에 아르바이트 근무를 했다는 것이 확인되어 용의선상에서 풀려났고, 남편 나 씨 역시 그 시간에 지하철역에서 야간 근무를 하고 있었다는 알리바이가 있었다. 그런데 나 씨는 사건 당일 바로 보험회사에 전화해 마수옥 씨의 사망을 알리는가 하면, 빈소도 지키지 않고 자리를 비웠다. 유족들은 화재로 불 탄 건물을 이듬해에 철거하고 그 자리에 빌라를 새로 올렸는데 그 비용은 어디서 나왔는지 궁금하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숨진 마수옥 씨에게 원한을 가질 만한 사람들이 용의선상에 올랐으나, 방화로 인해 사건 현장에 직접 증거가 남지 않았기에 범인을 특정하기 어려웠던 상황. 당시 경찰은 마수옥 씨의 집에서 밤 10시 30분 경 비명 소리를 들었다는 이웃들의 증언에 따라 사건 발생 시간을 그 시간으로 추정했지만 용의자들은 모두 그 시간의 알리바이를 가지고 있었다.
제작진은 취재 도중 그 날 자정쯤에 마수옥 씨의 집에서 쿵쿵거리는 소리를 들렸다는 증언도 확인할 수 있었다. 만일 사건 발생 시간이 밤 10시 30분이 아니라 자정이라면 용의자들의 알리바이는 어떻게 될까. 과연 범행이 발생한 실제 시간은 언제였을까. 살인을 저지른 후, 바로 사건 장소를 이탈하지 않고 방화를 일으킨 범인. 범인이 언제 화재를 일으켰는지 밝힐 수 있다면 살인 사건의 발생 시간도 더 정확히 추정할 수 있지 않을까.
남아있는 단서는 화재로 인해 멈춰버린 벽시계의 시간. 새벽 1시 28분 20초. 과연, 범인은 언제, 어떻게 방화를 일으키고 아무도 모르게 현장을 떠날 수 있었던 걸까. 제작진은 사건 당시 건물의 실내 사진을 토대로, 같은 소재로 이루어진 세트장을 구현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실제로 화재를 일으키는 방화 실험을 실시했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2002년 노원구 상계동에서 일어난 의문의 살인방화사건에 대한 진실을 추적한다. 이어 과학적인 방화 실험으로 살인마의 범행 시간을 추정하고 용의자들의 알리바이도 새롭게 들여다본다.
이수현 기자 jwdo95@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