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정몽규 회장 개인회사 엠엔큐, 6개월간 145억원 들여 HDC 지분 3.26% 취득
명분은 주주환원…업계는 오너가 지배력 확대+승계 밑그림 관측도
엠엔큐와 3남이 모두 지분 갖고 있는 HDC자산운용 '승계 열쇠' 주목
주주가치 제고부터 어긋난 상황…"사고 수습 및 본업 제대로" 쓴소리도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17일 열린 대국민 사과에서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 HDC현대산업개발 제공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17일 열린 대국민 사과에서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 HDC현대산업개발 제공

[한스경제=김현기 기자]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올 초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로 고전하는 가운데, 현산 지주사인 HDC 주식을 상반기 내내 사들인 회사가 있어 눈길을 끕니다. 유한회사인 엠엔큐투자파트너스(엠엔큐)가 그 회사입니다.

엠엔큐는 지난해 말만 해도 HDC 지분율이 2.86%였습니다. 그러나 화정아이파크 사고 뒤 적게는 4814주, 많게는 26만3084주를 매입하는 등 34차례에 걸쳐 총 194만5477주를 쓸어담아 HDC 지배력을 6개월 만에 두 배 이상인 6.12%로 늘렸습니다. 들인 돈은 약 145억원입니다. 지분율 33.68%인 HDC그룹 오너 정몽규 회장에 이어 2대 주주 지위를 확고히 다졌습니다. 국민연금(5.02%)도 제쳤습니다.

지난 2017년에 설립된 엠엔큐는 정 회장 개인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 회장이 엠엔큐 지분 전량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이사도 정 회장 부인이 맡고 있습니다.

HDC그룹은 5년 전 지주사 전환이란 과제를 안고 있었는데, 이를 위해선 당시 HDC아이콘트롤스가 갖고 있던 지주사 HDC 주식을 팔아야 했습니다. 엠엔큐가 해결사였습니다. 엠엔큐는 2020년 초 350억원을 들고 나타나 106만4130주(1.78%)를 사들였고 이를 통해 HDC→HDC아이콘트롤스→HDC로 돌고 도는 순환출자고리가 해체됐습니다.

그리고 2년 뒤인 올해 엠엔큐가 다시 존재감을 드러낸 것입니다. 사실 화정아이파크 사고가 보통 큰 사고가 아니어서 HDC와 현산 등 그룹 내 상장사 주가는 올 1월 내내 폭락을 면치 못했습니다. 오너가 혹은 회사의 자사주 매입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요청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 때 엠엔큐가 등장해 시장에 쏟아져 나온 HDC 지분을 저가에 계속 챙겼습니다. 명분은 당연히 주주환원 및 HDC에 대한 신뢰 회복이었습니다.

다만 일각에선 주가 급락을 틈 타 정 회장이 자신의 HDC 지배력 확대, 그리고 3세 승계까지 동시에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보냅니다. 특히 자사주 매입을 정 회장 혹은 HDC가 하지 않고, 엠엔큐가 하는 것 때문에 그렇습니다.

HDC는 코로나19로 주식시장이 주저 앉던 2020년 3월부터 6월까지 주주환원을 위해 자사주 270만주를 300억원 이상 내고 사들인 적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지금 자사주 비율이 8.97%에 이르는 기업이 됐습니다. 당시엔 HDC가 사내 보유현금에 여유가 있어 자기 돈으로 회사 주식을 매수할 여력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화정아이파크 사고 수습 및 신용등급 하락으로 그룹 내 자금 경색 우려가 있어 자사주 매입에 회삿돈을 쓸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정 회장이 자신의 이름으로 HDC 지분을 늘릴 수 있는데, 정 회장은 엠엔큐를 거치고 있습니다. 정 회장이 130억원 가까운 돈을 엠엔큐에 무이자로 1년간 빌려준 뒤 엠엔큐가 이를 실탄 삼아 HDC 지분 매입하는 과정으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 회장이 승계까지 내다보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정 회장은 슬하에 정준선, 정원선, 정운선씨 등 아들 셋을 데리고 있습니다. 이들 모두 그룹 내 비상장사인 HDC자산운용 지분을 나란히 13.01%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엠엔큐 역시 지난 5월 말 기준 HDC자산운용 지분을 48.07%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세 아들 모두 어리고, 특히 장남인 준선씨(30)가 작년 말 카이스트 교수에 임용될 정도로 AI 학문에 전념하고 있어 누가 후계자로 떠오를지는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HDC자산운용과 엠엔큐가 합병을 단행, 후계자의 엠엔큐 내 지분율이 확대되고, 결과적으로 HDC 지배력까지 커지지 않겠느냐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정 회장이 지분을 직접 증여할 경우, 수증자는 최대주주 할증으로 인해 증여가액 60%에 달하는 세금을 내야합니다. 엠엔큐와 HDC자산운용의 합병을 통한 승계가 보다 출혈이 적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문제는 주주가치부터 승계까지, 엠엔큐를 통해 드러나는 밑그림이 다양하지만 색칠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주주환원만 해도 연초 1만원하던 주가가 줄기차게 떨어져 이달엔 6000원대 초반까지 내려왔습니다. 최근엔 매일 신저가를 찍어 일반주주들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PBR(순자산장부가치)이 0.15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한 켠에선 "화정아이파크 사고 마무리를 잘 하고 본업부터 살려야 한다"는 쓴소리를 하기도 합니다. 지배력이든 승계든 기업이 흥해야 소용이 있으니깐요.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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