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주가 반등에 22% 규모의 주식 쏟아져나올 듯
"그룹 측 CB 잔량 아직 많아…지배력 충분"
KH필룩스 실적 부진에 CB 처분 가능성 상존

[한스경제=김현기 기자] KH건설이 발행한 전환사채(CB)가 대거 주식으로 전환되면서 최대주주 지배력에 이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KH건설의 CB 사채권자는 연달아 전환청구권을 행사했다. 지난달 19일 제9회차 사모 CB 사채권자가 발행주식( 총 8203만3874주) 대비 3.53%에 해당하는 25억원 규모의 주식 전환을 행사했으며, 지난달 25일에도 제5회차 사모 CB 사채권자가 발행주식 총수 대비 1.38%에 해당하는 10억원 규모 주식 전환을 결정했다. 하루 뒤인 지난달 26일 제10회차 사모 CB 사채권자가 전환청구한 규모는 발행주식 총수의 17.06%(120억원)에 달한다.

일주일 사이 세 차례에 걸쳐 전환청구된 주식은 모두 오는 15일 상장된다. 총 1804만220주로 전체 발행주식의 21.97%다. 이들 CB는 상상인저축은행, 메리츠증권 등 기관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어 상장 직후 시장에 내다팔 확률이 높다.

KH건설 최대주주는 KH그룹 계열사인 장원테크로, 올 1분기 말 현재 지분율은 15.77%다. 특수관계자인 그룹사 KH필룩스 보유 지분 7.54%까지 합치면 총 지분율은 23.31%다. 그러나 이번 CB 전환청구로 인해 지배력은 일단 20% 이하로 내려가게 됐다. KH건설에 따르면 장원테크 및 KH필룩스의 보유 지분율은 17.72%다. 2개월 전보다 5.59%포인트 내려가는 셈이다.

지난 3월 종합건설사 도약을 선언한 KH건설은 최근 KH그룹이 강원도 알펜시아리조트를 인수면서 관련 공사를 맡는 등 실적 업그레이드 가능성을 열어젖힌 회사다. 다만 지난 2021년 8월부터 알펜시아리조트 인수 등 KH그룹이 진행한 여러 M&A 건에 KH건설이 출자자로 나서면서 자금 조달 차원에서 총 7차례 65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한 것이 최근 지분율 변동 원인이 되고 있다.

이들 CB는 발행 당시엔 전환가가 모두 2000원 이상이었으나 KH건설 주가의 지속적인 하락에 따른 수차례 전환가액 조정(리픽싱)으로 800원대까지 내려왔다. 그러다가 쌍용차 인수전, 알펜시아리조트, 우크라이나 재건 테마 등으로 지난 한 달 사이 주가가 두 배 가까이(6월7일 종가 1595원) 반등했다. 이에 CB 보유자가 시세차익을 위해 전환청구권을 행사, 주식으로 계속 바꾸고 있다.

최대주주 지분율 하락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향후 더 내려가 10% 초중반대까지 내려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메리츠증권이 아직도 KH건설 보통주 933만주로 바꿀 수 있는 80억원 규모의 CB를 갖고 있어서다. 2대주주 KH필룩스가 1400만2333주로 전환될 수 있는 CB를 두 곳의 투자조합에 지난 달 말 팔아치운 것도 변수다.

일단 KH건설 측은 KH필룩스가 보유한 CB 잔량이 여전히 적지 않아(주식 전환할 경우 2038만4612주) 최대주주 지배력을 다시 20% 위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KH필룩스가 (장원테크 대신)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다"고 했다.

KH필룩스의 올 1분기 매출 290억원, 영업손실 140억원(연결기준)으로 부진했다. 또 2019년 말 419억원이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이후 감소하며 올 1분기 292억원으로 줄었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KH필룩스가 KH건설 CB 추가 매각이나 주식전환 뒤 매각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KH필룩스가 현재 보유한 KH건설 CB를 팔지 않고 계속 들고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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