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세계 설탕 1위 생산국이자 브라질에 이어 2위 수출국인 인도가 수출 제한을 결정했다. 밀에 이어 설탕 수출을 제한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국제 식량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공급 차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식량 공급 감소, 물가 급등의 우려가 커진 상황 속에서 설탕이 주원료인 제품들의 가격도 오르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올해 설탕 총 수출량을 1000만톤으로 제한하고 6∼10월 해외 반출 설탕은 정부 허가를 받도록 했다. 식량 가격 인상을 우려하는 인도가 충분한 설탕 재고를 확보해 인도 자국 내 설탕 가격을 안정시키려는 조치다.
지난해 인도의 설탕 수출량은 700만톤 수준으로 수출 상한선으로 제한한 1000만 톤보다 적다. 인도 설탕 수출업자들은 올해 생산 전망치가 늘면서 상당한 양을 팔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인도 정부의 발표 직후 런던 선물 거래소의 설탕 가격은 1.1% 이상 올랐다.
인도의 과한 식량 안보주의 속 또다시 인플레이션이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다른 설탕 생산국들 역시 수출 제한 조치를 내놓는 상황이라 국제 설탕 가격 상승 여파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파키스탄도 설탕 수출 전면 금지 조치를 발표했다. 파키스탄 샤리프 총리는 자국 내 설탕 재고와 가격 안정화를 위해 금수 조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며 글로벌 식량 가격이 연일 상승하고 있다. 인도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식량 보호주의를 강화하는 만큼 식량난 우려가 짙어졌다. 식량 위기를 막기 위해 금수 조치에 나서는 국가가 더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인도네시아는 최근 식용유 가격 안정을 이유로 팜유 수출을 금지했다가 25일 만에 해제했다.
전세계적으로 식량 안보주의가 거세지자 국내 제품들 역시 가격이 또 오르지 않겠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앞서 롯데제과, 해태제과 등 제과업체가 곡물 가격 급등으로 간식류 가격을 인상했다. 농심은 지난 3월 ‘새우깡’과 ‘양파링’ 등 22개 과자 제품 가격을 평균 6% 인상했다. 해태제과와 롯데제과 역시 지난 1일 주요 과자 제품 가격을 올렸다.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이 1500원에서 1700원으로 13.3% 인상됐다. 롯데제과의 ‘빼빼로’도 같은 폭으로 가격을 올렸다.
우리 정부는 식량공급 안정 차원에서 중장기 대응 전략을 마련하기로 했다. 인도의 밀·설탕 수출 제한 조치가 국내 수급에 영향이 크지 않으나 장기화 시 여파를 피해가기 위해서다.
인도의 설탕 수출물량 상한제도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설탕 소비량은 129만2000톤으로 국내 생산 118만4000톤, 수입 10만8000톤이다. 수입물량 대부분은 태국(7만6000톤), 말레이시아(1만5000톤)에서 들인다. 인도 수입 설탕 물량은 500톤 규모로 전체 수입 물량의 0.4%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국제곡물 가격 상승이 지속돼 밀가루, 사료, 대두유, 전분당 등 제품 가격 상승 요인이 높다고 분석했다.
권재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앞으로도 업계와 긴밀히 협력해 국제곡물 시장 동향을 점검할 것”이라며 “관계 부처와 협력해 필요한 조치를 지속적으로 강구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