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등 완성체 업계 LFP 채택 증가 대응책
에너지 밀도 등에서 삼원계 경쟁력 높아
[한스경제=김정우 기자]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중국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세에 맞서 ‘코발트 프리’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가장 비싼 원료인 코발트 비중을 줄여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함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는 지난달 27~29일 진행된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코발트 프리 제품 개발 계획을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 모회사인 LG화학은 배터리 양극재에서 코발트를 빼고 망간 비중을 높인 ‘망간리치’ 배터리를 개발해 2024년 출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I와 SK온도 코발트가 포함되지 않거나 적게 드는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K온은 니켈 함량을 높인 하이니켈 기술에 더해 LFP 배터리 밀도와 충전 속도를 개선하는 기술 개발에도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코발트 비율을 5% 이하로 낮추고 니켈 함량을 90%로 높인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배터리를 개발해 테슬라와 제너럴모터스(GM) 등에 공급하고 있다. 삼성SDI는 코발트 비중을 줄이고 니켈 함량을 늘린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를 적용한 배터리 ‘젠’ 시리즈를 선보였다. SK온은 니켈 함량을 90%로 높이고 코발트 비중을 5%로 낮춘 NCM9 배터리를 포드 차량에 공급 중이다.
지난달 26일 기준 코발트 가격은 t당 8만1750달러에 달할 정도로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채굴 난이도 등에 따른 비싼 원료 가격이 전기차 가격 인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기차 가격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이상으로 알려졌다. 코발트 함량을 줄일 경우 배터리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중국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LFP 배터리 시장이 급성장하는 데 따른 대응 전략이다.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이 원가가 낮은 LFP 배터리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국내 배터리 3사는 삼원계 배터리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LFP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에너지 밀도가 낮아 저가형 전기차에 주로 탑재되고 삼원계에 비해 수익성도 떨어진다.
하지만 LFP 배터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대응책 필요성이 제기된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LFP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32~36%다. 아직 니켈·코발트·망간을 소재로 하는 삼원계 배터리가 60% 이상으로 우위에 있지만 2024년에는 LFP가 삼원계를 추월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BMI)에 따르면 현재 세계 LFP 생산에서 중국 비중은 약 90%에 달해 국내 배터리사 입지가 위협받고 있다.
이는 전기차 선두 기업인 테슬라를 비롯해 폭스바겐, 벤츠 등 완성체업체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LFP 배터리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2년 전부터 테슬라는 모델3 등 일부 차종에 중국 CATL의 LFP 배터리를 탑재해왔고 올해 1분기 생산 차량의 절반가량에 LFP 배터리를 탑재했다.
중국 기업의 공세는 거세지고 있다.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인 CATL은 50억달러를 투자해 북미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며, 궈쉬안은 미국의 완성차기업으로부터 배터리를 수주한 후 LFP 배터리를 현지에서 생산하기 위해 합작사 설립을 논의 중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배터리사들은 코발트 대신 망간 비중을 높이는 삼원계 배터리에 집중하면서 중장기적인 주도권을 가져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배터리 원료로써의 망간에 대해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LFP 배터리는 에너지 총량을 맞추기 위해 탑재량을 늘리면 전기차 무게가 무거워지는 등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삼원계 배터리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김정우 기자 tajo8191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