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전기차 합작회사 설립 합의…2025년 첫 모델 출시 계획
혼다, 차량 개발·AS…소니, IT·엔터테인먼트 기술 제공
선두 추격 위한 시너지 기대…“역사·문화적으로 닮은 기업”
소니가 소니 모빌리티 설립 계획을 발표하고 비전S-02 프로토타입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소니 발표 영상 갈무리
소니가 소니 모빌리티 설립 계획을 발표하고 비전S-02 프로토타입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소니 발표 영상 갈무리

[한스경제=김정우 기자] 일본 굴지의 기업인 혼다와 소니가 전기차(EV)사업 협력에 나서 이목을 끌었다. 혼다가 축적해온 자동차·기계 기술력과 전자제품부터 음악·영화·게임에 이르는 소니의 사업 역량 결합을 통해 업계 선두주자 추격이 가능할지 주목된다.

지난 4일 교토통신, NHK 등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혼다와 소니는 전기차사업 제휴에 합의, 올해 중 전기차 개발·판매를 위한 회사를 설립하고 2025년 첫 모델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혼다는 차량 개발과 생산, 애프터서비스(A/S) 등을 맡고 소니는 센서, 통신, 엔터테인먼트 기술 등을 담당할 예정이다. 양사 첫 신차는 미국, 유럽, 일본 등에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의 협력은 완성차업계에서 입지를 다져온 혼다와 카메라·센서 등 미래차에 필요한 다양한 전자부품부터 엔터테인먼트분야까지 사업을 영위하는 소니의 연합으로 주목을 받는다.

특히 미국, 한국, 유럽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기차 시장 진출이 늦은 일본 자동차 업계 상황을 고려할 때 양사는 상호 경쟁력 융합을 통해 벌어진 격차를 만회할 방안을 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혼다는 바이크, 보트, 항공기까지 아우르는 역량을 기반으로 ‘기술의 혼다’라고 불리며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엔진뿐 아니라 4륜구동 시스템과 차체 기술력에서도 우수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기차 시장에서는 어큐라 NSX를 비롯한 하이브리드 차량과 소형차 혼다e를 선보였을 뿐 아직 충분한 라인업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혼다는 2030년까지 북미 판매량의 40% 이상을 전동화 파워트레인으로 전환하고 2040년까지 모든 제품군을 전기차로 구성할 계획을 발표했다. 또 지난해에는 제너럴모터스(GM)의 차세대 범용 전기차 플랫폼 얼티엄을 공급받기로 하고 2024년 이를 기반으로 한 크로스오버 신차를 공개할 계획을 밝혔다.

GM과의 제휴를 통해 혼다는 전기차 플랫폼을 확보하고 자체 차량 생산 노하우를 접목해 하드웨어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됐지만 후발주자로서 차별화를 꾀할 인포테인먼트, 커넥티드카 등 소프트웨어 기술이 부족한 입장이다.

혼다e /사진=혼다 홈페이지
혼다e /사진=혼다 홈페이지

소니는 혼다에게 필요한 미래차 구성 요소에서 차별화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지난 1월 CES 2022에서 자회사 소니모빌리티를 설립하고 전기차 상용화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기모터 2개를 품고 주행보조 기능을 위한 카메라·라이다 센서 등을 탑재한 전기 SUV 비전-S 02 프로토타입도 함께 공개했다.

소니의 전기차 시장 진출 결정은 게임, 영화 등 콘텐츠 사업 역량을 접목해 전기차 시장에서 차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공개된 프로토타입에도 사운드 시스템과 HMI 시스템 연계를 통한 운전자와 차량 상호작용 기능, 5G 통신과 클라우드 기반 게임 플레이와 차량 동기화, 무선 업데이트(OTA) 등 기능이 적용됐다.

이밖에도 소니는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카메라·센서 기술과 오랜 전자장비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통해 혼다가 필요한 미래차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 아울러 자동차업계에서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구독형 서비스에서도 사업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소니는 자체 전기차 상용화를 위해 주행능력과 인체공학적 설계 등에서 혼다와 같은 완성차업체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또한 온라인 판매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자체 유통·서비스망도 혼다가 구축한 시장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현재 전기차 시장은 테슬라를 필두로 폴스타, 루시드, 리비안 등 신생 전기차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애플, 구글, 샤오미 등 IT업계 도전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GM, 현대차 등 기존 완성차업체도 자체 라인업을 구축하고 빠르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혼다와 소니의 협업은 기존 완성차업계나 신생 전기차 전문기업의 경쟁력을 아우르고 상호 약점은 보완할 수 있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특히 시장 진출에 한 발 늦은 일본 기업들 입장에서는 선두주자 추격을 위한 결정이기도 하다.

이번 협업에 대해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은 “소니와 혼다는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닮은 점이 많은 기업”이라며 “각사가 자신이 있는 기술 분야가 달라 두 회사가 설립하는 새 회사는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 최고경영자(CEO)도 “자동차 업계에서 항상 선진적인 대응을 해온 혼다와의 제휴를 통해 모빌리티의 진화에 공헌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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