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여자골프 전설' 박세리 단독인터뷰
"선수 시절 의미 있었던 슬럼프의 시간"
"골프와 삶의 균형은 늘 중요하다"
'골프 전설' 박세리가 환하게 웃고 있다. /박세리 인스타그램
'골프 전설' 박세리가 환하게 웃고 있다. /박세리 인스타그램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2016년 10월 13일 인천 스카이72 골프클럽에서 만난 ‘여자골프 전설’ 박세리(45)의 표정엔 아쉬움과 후련함이 함께 묻어 있었다. 박세리는 은퇴식이 열린 곳에서 미디어센터를 직접 찾아 기자석을 돌며 수십 명의 기자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했다. 은퇴식에서 펑펑 울었던 그는 골프화를 벗은 지 올해로 7년 차가 됐다. 한국스포츠경제는 창간 7주년을 맞아 박세리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선수와 감독 타이틀을 달고 있던 박세리는 어느덧 ‘대표님’ 명함까지 갖고 있다. 그가 공동대표로 있는 바즈인터내셔널은 골프 관련 교육 콘텐츠 제작과 대회 주관을 비롯한 매니지먼트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이다.

◆ ‘전설’ 박세리의 진심

박세리 대표에게 가장 먼저 선수 시절에 대한 기억을 물었다. 그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25승(한국 선수 역대 1위)을 올렸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도 14승(아마추어 우승 포함)을 기록한 전설이다. 흔히 영광의 순간을 조명하게 마련이지만, 이면에 숨겨진 남모를 고통의 순간과 극복 과정에 대해서도 궁금했다.

박 대표는 “처음 낯선 해외에 가 아무것도 모른 채 시작했던 게 기억난다. 시차, 음식 적응도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언어 장벽을 크게 느꼈다. 그걸 극복하면서 더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입을 뗐다. 이어 “선수 시절 가장 힘들었지만 동시에 가장 의미 있었던 시간은 슬럼프였다. 앞만 보고 달리다 잠시 멈췄을 때 제 자신을 돌아보며 욕심 같은 많은 것들을 내려놓으면서 더 채워지고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길 수 있다는 걸 깨닫는 시간이었다.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 슬럼프는 아프지만 가장 소중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그는 LPGA 1세대로 한국 선수들에게 미국 진출의 길을 열어줬다. 현재 LPGA 무대에서 맹활약하는 ‘세리키즈’를 흐뭇하게 바라보면서도 이전과 사뭇 다른 국내 골프 환경에 대한 소신을 나타냈다. “(과거와 달리) 골프가 대중 스포츠로 자리 잡으면서 골프장 컨디션도 좋아졌고, 누구나 골프를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긍정적인 환경 변화가 생겼다”고 말하면서도 “예전엔 선수들이 연습할 때 골프장이나 연습장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아무래도 당시엔 골프장 수도 적었고 선수도 많지 않아서 적극적인 지원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현재 많은 환경들이 좋아졌지만, 대중 스포츠로서 골프가 발전한 만큼 선수들 훈련에 대한 인프라나 지원도 확대된다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바랐다.

박세리가 2016년 10월 거행된 은퇴식에서 눈물을 보이고 있다. /KLPGA 제공
박세리가 2016년 10월 거행된 은퇴식에서 눈물을 보이고 있다. /KLPGA 제공

◆ 후배들을 위한 충고

박 대표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과 지난해 도쿄 올림픽에서 감독으로 여자골프 국가대표팀을 지휘했다. 리우 올림픽 땐 박인비(34)가 금메달을 거머쥐었으나, 도쿄 올림픽에서 대표팀은 ‘노 메달’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태극낭자들은 LPGA에선 지난해 7승을 합작하며 시즌 최다승 국가 타이틀을 미국(8승)에 넘겨줬다. 이런 분위기 속에 등장한 ‘위기’라는 표현에 “최다승 국가 지위를 넘겨줬다고 해서 한국여자골프가 위기인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한국여자골프 선수들은 국내외에서 최선을 다해주고 있다. 일본, 중국, 대만 등 아시아 선수들이 많이 나오지만 아직 가장 잘하고 우승 선수가 많은 곳은 한국이다”라며 “한국 선수들은 정신적으로 강하고, 적응도 굉장히 빨리 한다. 각자의 위치에서 스스로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고 열심히 해주는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선수 은퇴 후 후배들에게 골프와 삶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1998년 US여자오픈 우승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떻게 할 것 같느냐’라고 묻자 “지금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확신은 할 수 없지만, 방법을 알기에 최선을 다해 골프와 삶의 균형을 맞춰 보려 노력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마 지금까지도 필드 위의 박세리를 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웃었다.

후배들을 위한 진심이 담긴 충고와 조언도 잊지 않았다. “후배들에게 늘 골프와 삶의 균형을 말하지만, 그건 곧 골프 이전에 스스로를 돌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몸이 아픈 곳은 없는지, 겉으로는 괜찮다고 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선 힘들다 외치고 있진 않은지,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 스스로를 돌보면 몸도 정신도 건강하게 선수 생활을 더 오래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힘주었다.

1998년 US여자오픈 우승 당시 박세리의 모습. /연합뉴스
1998년 US여자오픈 우승 당시 박세리의 모습. /연합뉴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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