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정인 기자]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한국 선수단 최고령은 여자 크로스컨트리에 출전하는 1981년생 이채원(42·평창군청)이다. 한국 선수단 최연소 선수인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기대주 이채운(16·봉담중)과 26살 차이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올림픽 데뷔전을 치른 이채원은 꼬박 20년이 지난 지금도 꿋꿋이 설원을 누비고 있다. 그는 5일 중국 허베이성의 장자커우 국립 크로스컨트리센터에서 열린 베이징동계올림픽 스키 여자 크로스컨트리 15㎞ 스키애슬론 경기에 나서 55분52초6을 기록했다. 출전 선수 65명 중 61위에 그쳤다. 1위에 오른 테레세 요헤우(34·노르웨이)에게 11분38초9나 뒤졌다.
감기에 걸려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던 탓에 초반부터 하위권으로 처졌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질주해 기어코 완주했다. 마지막 올림픽이 될 수도 있는 무대에서 불굴의 투혼을 발휘했다. 30위권 진입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초등학생 딸 장은서 양에게 부끄러운 엄마가 되지 않겠다는 자신과 약속을 지켰다. 장은서 양은 지난달 베이징올림픽 결단식에서 “훈련을 떠나는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그래도 힘차게 운동하는 엄마의 모습이 무척 자랑스러웠다”며 “설날을 엄마와 함께 보낼 수 없지만, 경기를 보면서 가족들과 한마음으로 응원하겠다”고 감동의 음성 편지를 보낸 바 있다.
성적을 떠나 이채원에겐 올림픽 출전 자체가 큰 의미다. 통산 6번째 올림픽 출전으로 한국 선수의 동·하계 올림픽 사상 최다 출전 타이기록을 수립했다. 앞서 이규혁(스피드스케이팅), 최서우, 최흥철, 김현기(이상 스키점프) 등 4명만이 6차례 올림픽에 나섰다.
이채원이 가는 길이 곧 한국 크로스컨트리의 역사다. 그는 전국 동계체육대회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금메달만 78개를 따낸 살아있는 전설이다. 2011년 한국 크로스컨트리 사상 동계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을 따냈고,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30㎞ 프리 33위를 기록하면서 한국 크로스컨트리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을 냈다. 2018년 평창 대회에서 완주한 뒤 은퇴하겠다고 선언했으나 주변 사람들의 권유로 복귀했다. 지난해 12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면서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줬다.
이채원은 선입견과 한계를 이겨내 왔다. 크로스컨트리는 '설원 위의 마라톤'으로 불리는 종목이다. 스키를 타고 설원을 쉼 없이 달리는 특성상 체력과 인내력이 필수다. 작은 키와 불혹이 넘은 나이에도 포기하지 않는 근성과 피나는 노력으로 깊고 진한 발자국을 남겼다.
이채원의 '라스트 댄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8일 개인 스프린트 10km와 10일 개인 클래식 10km에 출전해 감동의 레이스를 펼칠 예정이다.
이정인 기자 lji2018@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