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CJ바이오사이언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개발 목표
HK이노엔, 매각 후 시가총액 1조3200억대 기업 도약
케이캡, 국산 신약 중 최단기간 연매출 1000억 돌파
CJ바이오사이언스 출범식. 왼쪽부터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 전종식 CJ바이오사이언스 대표, 황윤일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문장. /CJ제일제당 제공
CJ바이오사이언스 출범식. 왼쪽부터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 전종식 CJ바이오사이언스 대표, 황윤일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문장. /CJ제일제당 제공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CJ그룹이 다시 뛰어들어 업계 이목이 집중됐다. 다만 일각에선 사업 지속성 여부에 관련해 의심의 눈총을 보낸다. 많은 시간과 천문학적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사업이고, 과거 한 차례 중도하차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연초 레드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자회사인 ‘CJ바이오사이언스’를 공식 출범했다.

CJ바이오사이언스의 전신은 ‘천랩’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0월 총 983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천랩 구주 16%(250억원)에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되는 신주를 합쳐 44%의 지분을 확보, 대주주에 올라선 것이다. CJ제일제당이 투입한 유상증자 비용은 732억원 규모이며, 이는 연구개발(R&D) 비용으로 투입된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오는 2025년까지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 10건, 기술수출 2건을 보유해 글로벌 1위 마이크로바이옴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게 목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을 뜻하는 마이크로브(microbe)에 생태계라는 뜻의 바이옴(biome) 을 합친 단어다.

그러나 CJ그룹의 제약·바이오 사업 도전에 대한 업계 시선은 곱지 않다. 이미 한 차례 포기한 바 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1984년 유풍제약을 인수해 제약 사업을 시작했으며, 2006년 한일약품을 인수했다. 이후 2014년 CJ헬스케어로 물적 분할했다. 그리고 지난 2018년 100% 자회사였던 HK이노엔(옛 CJ헬스케어)을 한국콜마그룹에 매각했다. 당시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제약·바이오 사업을 ‘비주력 사업’으로 판단한 것이다. 

HK이노엔은 매각 후 4년 만에 시가총액 1조3209억원(20일 종가 기준), 코스닥 시장 4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2019년 출시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은 국산 신약 중 최단기간 연매출 1000억원 돌파한 블록버스터 품목이 됐다. 9500억원 규모 국내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 1위 자리도 확실히 굳혔다. 또 최근 미국에 6400억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등 현재까지 올린 수출실적은 1조원이 넘는다. 회사는 이 약물을 오는 2030년까지 연매출 2조원‘의 초대형 제품으로 키울 계획이다. 이와 함께 숙취해소제 ‘컨디션’과 ‘헛개수’도 연전히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HK이노엔의 최근 성장세와 미래 가능성을 고려하면 CJ그룹은 기다림을 참지 못하고 수조원의 대어를 놓친 셈이다.

CJ가 대기업이란 점도 사업 지속성에 물음표를 찍게 한다. 신약개발은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고, 천문학적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실제로 글로벌 R&D 투자 1위인 스위스 제약·바이오기업 로슈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신약개발에 10억 스위스프랑(약 1조3004억원)의 비용과 700만874시간의 연구, 6587건의 실험, 423명의 연구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렇다보니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도 줄줄이 포기했다. 롯데그룹을 비롯해 아모레퍼시픽그룹, 한화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CJ그룹도 역시 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모든 대기업이 실패로만 끝나지는 않았다. LG그룹과 SK그룹은 국산 신약을 개발해 해외에 진출했고, 삼성은 아직 신약개발을 해내진 못했지만 글로벌 위탁생산(CMO) 1위 기업이 됐다.

한편 CJ제일제당 측은 사업 지속성 우려에 대해 선을 그었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개발이라는 목표를 명확하게 갖고 있고, 자사 바이오 사업과 미생물 간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매각 전 과거 HK이노엔은 제네릭(복제약)과 합성의약품 중심 즉, 전통적 의미의 제약 기업으로 CJ제일제당과 시너지가 거의 없었다”며 “이에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사업 연관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매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CJ바이오사이언스는 마이크로바이옴이라는 미생물 분야 중심의 회사로 신약개발이라는 목표가 확실하다”며 “현재 제네릭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옛 CJ헬스케어와 CJ바이오사이언스는 (사업의)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자사는 1960년대부터 그린 바이오(노업·식품) 사업을 진행했고, 특히 식품 분야는 R&D 경쟁력 등을 비롯해 글로벌 수준에 올라있다고 자타가 공인한다”며 “따라서 마이크로바이옴과 충분한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부적으로도 제약·바이오산업에 다시 진출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기존 산업과 완전히 다른 분야로 바이오텍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천랩을 인수할 당시 980억원 이상을 투자했고, 이 금액 중 대부분은 R&D 등에 재투자하는 구조”라며 “구체적인 수치는 아직 공개할 수 없지만 당연히 투자를 지속 확대할 계획이고, 그렇기 때문에 기존 레드 바이오 역량까지 합쳐서 회사의 규모를 키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천종식 CJ바이오사이언스 대표가 교수직까지 물러나고 경영에 집중하기로 한 것도 그룹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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