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한국야구는 지난해 여름에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 쓴맛을 봤다. 올림픽 본선에 참가한 6개국 중 4위에 그치며 노메달의 수모를 겪었다. 국제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차기 감독 선임 등 국가대표팀 운영 개혁에 착수했다.
첫 단추는 기술위원회 구성이다. 기술위는 감독 및 선수 선발 과정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현재 KBO는 기술위원장 선임 작업에 한창이다. KBO는 지난해 9월 대표팀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운영 시스템 개선 계획을 발표하며 "선수들의 장단점과 특성을 고려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더욱 객관적 관점에서 선수를 선발할 수 있도록 선발 기준을 정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지택(72) KBO 총재도 새해 첫날 신년사에서 “데이터 분석 등 전문가 집단이 참여한 기술위와 뛰어난 역량을 갖춘 코칭스태프 구성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KBO 관계자는 13일 본지와 통화에서 "아무리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기술위원장을 선임하려 한다. 이후 기술위원장과 상의해 최대한 빨리 기술위를 구성할 계획이다. 기술위에는 데이터 전문 인력 등 비선수 출신 인사들도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표팀 감독을 누가 맡을지도 관심사다. 대표팀 감독 선발권이 KBO에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로 넘어간 상황이다. KBSA는 지난해 12월 국가대표 선발 및 운영 규정을 뜯어고쳤다. 'KBO 소속 프로 야구 지도자 및 선수를 대상으로 파견하는 국제대회의 국가대표 선발 규정은 예외로 한다'는 규정을 삭제했다. 어떤 지도자든 KBSA의 공개모집 절차를 거쳐야 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수 있게 됐다.
KBSA는 ▲지도자 경력 5년 이상과 야구 전문스포츠지도사 2급 이상 자격 소유자, ▲ 지도자 경력이 1년 이상 5년 미만이지만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획득한 자 등의 구체적인 자격조건도 명시했다. 자격요건만 충족하면 아마추어 지도자도 얼마든지 지원서를 낼 수 있다. KBO 관계자는 "공모에 누가 지원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대학팀 감독, 전직 프로팀 감독 등 다양한 인사들이 지원할 수 있다. 공개모집 절차를 거친 지도자 중에 감독을 선임할 것"이라고 전했다.
KBSA 규정에 따르면 경기력향상위원회는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 일정 등 세부 사항을 정해 국가대표 후보자 평가일 한 달 전에 공고해야 한다. KBSA는 이달 말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지도자 공고를 낼 전망이다. 이후 KBSA 경기력향상위원회와 KBO 기술위는 지원자를 대상으로 면접 등 평가를 진행한다. 감독 후보를 평가하는 주체는 KBSA 경기력향상위원회이지만, KBO 기술위의 의견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KBSA 이사회가 경기력향상위원회의 심사 결과를 보고 감독 최종 후보를 정해 대한체육회의 승인을 요청한다. 체육회가 승인하면 절차가 마무리된다. 늦어도 3월 초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감독이 정해질 전망이다.
차기 대표팀 감독에게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만 지휘봉을 맡길지, 2023년 3월과 11월로 예정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까지 대표팀을 이끌게 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KBO 관계자는 "이번 감독 선임 공모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특정해서 할 가능성이 크다. WBC, 프리미어12는 아시안게임, 올림픽과 성격이 다르다. 대한체육회와 관련 없는 프로 대회여서 KBO의 의중대로 감독을 선임할 수 있다"고 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