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사익추구·부당한 영향력 행사 걱정 많아"
"공정위 개입보다 자율적 시장감시체제 구축할 것"
[한스경제=최정화 기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을 만나 공정거래정책의 탄력운영과 최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여줄 것을 요청했다. 그간 공정거래정책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글로벌 정세에 뒤처져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태원 회장은 13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을 초청해 개정 공정거래법과 공정위의 정책 방향을 듣기 위해 가진 정책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최 회장은 "공정위는 시장질서를 유지하는 '파수꾼' 역할을 맡고 있지만 '경제검찰' 역할도 한다는 점에서 정부부처 중에 가장 어렵고, 두려운 부처 중 하나"라며 "공정거래정책에 관심을 갖고,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잘 관리하는 것이 기업경영의 필수 항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 경제 발전을 바라는 공정위 마음과 기업 마음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기업이 새롭게 일을 벌이는 과정에서 제도와 현실 사이에서 트러블이 발생하기 마련이지만 그 해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인식 차를 좁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지금과 같이 세계적으로 산업과 시장판도가 급격히 재편되는 상황에서는 우리가 세계 시장의 공급자가 되느냐 수요자가 되느냐’에 따라 국가의 명운이 크게 엇갈릴 것"이라며 "우리 기업들이 위법리스크에 노출되지 않도록 최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여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그는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점이 없도록 공정거래정책의 탄력운영을 바란다"고 건의했다.
최 회장이 공정위를 '파수꾼', '경제검찰' 등에 빗댄 반면 조 위원장은 공정위를 시장경제를 가꾸는 '정원사'에 비유했다.
조 위원장은 "새싹이 나오고 어려움을 겪으며 큰 나무가 되고 다른 나무와 함께 정원을 이루는 구성원이 되면 정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새로 진입한 기업이 독점적 사업자로부터 보호받으며 시장경제를 키우는 것이 공정위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 도입된 정책이 시장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제 주체와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 공정거래 관련 학술단체 등과 만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계가 이날 간담회에 주목한 또 다른 이유는 최태원 회장과 조성욱 위원장간 만남 때문이다. 최 회장은 SK실트론 지분취득과 관련 부당이익 혐의로 지난달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8억원을 받았다. 당시 최 회장은 대기업 총수로는 처음으로 공정위 전원회의에 직접 출석해 무혐의를 주장했다.
실제 조 위원장은 이날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조 위원장은 "총수 일가의 사익추구와 부당한 영향력 행사에 대해 걱정이 많다"며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만들고 부당 내부거래 제지하는 것이 공정위의 기업집단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위의 직접 개입보다는 시장의 자율적 감시가 이뤄지는 기초를 만들겠다는 생각이 크다"며 "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 개선이 기업집단을 궁극적으로 더 건전하게 성장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강연회는 경제계가 2022년 개정 공정거래법과 공정위의 정책방향을 듣고, 이에 대한 공정위와 경제계간 상호 소통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강연회에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하범종 LG 사장, 조현일 한화 사장 등 주요 회원기업 대표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등 공정위 관계자를 포함해 16명이 참석했다.
최정화 기자 choijh@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