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조원 비싼 몸값에 주인 찾기 쉽지 않아
글로벌 선두 경쟁 위해 장기투자 여건 필요
[한스경제=김정우 기자] 국내 자동차업계 최대 인수합병(M&A) ‘빅딜’로 꼽히는 한온시스템이 매물로 나온지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지만 높은 몸값이 걸림돌이다. 한온시스템이 올해는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자동차업계에 가장 큰 M&A 매물은 차량용 열관리 공조장치기업인 한온시스템이다. 1986년 한라그룹과 미국 포드 합작을 통해 한라공조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이후 2015년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 품에 안겼다가 다시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지난해 3월 모건스탠리와 에버코어를 주관사로 매각 절차에 들어갔으나 6월 예비입찰 이후 아직 본입찰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예비입찰에는 칼라일그룹, 베인캐피털 등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가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하고 독일 말레, 프랑스 발레오, 일본 니덱 등 해외 전략적투자자(SI)까지 5~6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에는 니덱에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한온시스템은 “특정 잠재 매수인과 합의를 마쳤다는 등의 구체적으로 결정되거나 확정된 사실은 없다”고 해명 공시를 낸 바 있다. 이후 아직까지 매각 관련 추가 소식은 없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한앤컴퍼니의 비싼 몸값이 매각 절차 지연의 주된 이유로 보고 있다. 인수자는 2014년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인수한 지분 50.5%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보유한 19.49%까지 총 69.99% 지분을 사들여야 한다.
예비입찰 당시 한온시스템 지분가치는 6조9000억원에 달해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고려하면 매각가는 8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현재 주가는 1만1000원 안팎으로 지난해 3월에 비해 크게 떨어져 지분가치는 4조200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래도 매각가가 6조원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본 덴소에 이어 세계 공조시스템 시장 점유율 2위인 한온시스템은 현대차그룹을 주 고객사로 두고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등 다양한 해외 주요 완성차업계에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 등 열관리 부품이 많아진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라 각광받는 핵심기술 보유 기업으로 꼽힌다. 또한 토요타 산하 기업인 덴소와 달리 독립 부품기업으로 고객사 확대에 제약이 없다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만큼 비싼 몸값 덕분에 국내에서는 대기업 외에 인수 여력이 있는 주인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자동차 전장사업에 힘을 주고 있는 LG그룹 등이 인수 후보자로 거론됐으나 예비입찰에 불참하면서 해외로 팔려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업분석업체 딥서치는 한온시스템 매각가에 대해 “시장가치에 반영됐지만 인수 후보 입장에선 여전히 부담”이라며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이 단기 내 해소될 가능성이 낮고 향후 투자 확대에 따른 자금 유출 등이 불가파하다는 점이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한온시스템 입장에서는 경영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하루빨리 새 주인을 찾을 필요가 있다. 사모펀드에 인수된 후에도 이례적으로 기존 경영진이 유지되면서 지금까지 연구개발(R&D) 투자 등 기술 개발을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해 왔지만 덴소와의 격차를 좁히고 글로벌 시장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안정적 환경에서 장기 투자 계획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자동차업계는 기존 협력사를 쉽게 바꾸지 않는 장기적 관계를 가져왔지만 최근 시장이 급변하면서 점차 부품 공급원을 다변화 하는 방향으로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며 “부품사는 이런 상황에서 고객사 유지·확대를 위해 기술 경쟁력과 안정적인 경영 여건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tajo8191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