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소는 본래 풀을 먹고 자라는 동물이지만 한국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소고기는 옥수수 사료를 먹여 키운 제품이다. 고칼로리의 옥수수 사료를 먹여야 근육 안까지 지방이 촘촘하게 축적돼 마블링이 잘 생기기 때문이다.
△옥수수 사료 먹인 소, 신체적 손상 심각
그러나 풀을 먹도록 진화한 소에게 옥수수를 먹이면 신진대사에 이상이 생긴다. 가장 흔한 것이 고창증이다. 위장 안에 가스가 차서 배가 불룩해지는 것인데,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위가 주변 장기를 압박하고 염증을 유발시켜 큰 고통을 초래한다.
실제로 고창증이 있는 소는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복부를 발로 차는 등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체내에 전에 없던 가스가 쌓이면서 심해질 경우 반추위 운동이 정지되고 심내막염, 간염 등으로 이른바 ‘다우너(downerᆞ앉은뱅이 소)’가 되기도 한다.
고창증보다 더 심각한 것은 산중독이다. 본래 중성이던 소의 반추위가 곡물에 의해 산성화되면서 속쓰림, 소화불량, 식욕부진 등이 생기고 위벽이 점차 각질화돼 젖산이나 감염균, 내생독소, 히스타민 등이 위벽을 통해 혈액으로 들어가 염증을 일으킨다. 산중독은 간농양, 유방염, 번식장애, 보행기능 장애 등을 유발하고 종국엔 소를 쇼크사하게 만든다.
‘투뿔’ 등급의 소들이 받는 신체적 손상은 더욱 심각하다. 투뿔 등급을 만들기 위해선 지방이 소의 근육 안으로 20% 가까이 침투해야 한다. 이 정도까지 옥수수를 먹이면 소의 대사 기능은 거의 마비된다. 실제로 2016년 JTBC 탐사플러스와 인터뷰한 한 농가 관계자는 “곡물만 먹이다 보니까 소 폐랑 간이 다 망가졌다”며 “그래서 병든 소를 먹는 거다”고 충격적인 실태를 전했다.
마블링을 늘리기 위해 소에게 장애를 유발하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소에게 비타민A를 주지 않는 것이 대표적이다. 비타민A는 지방전구세포가 지방세포로 분화되는 것을 억제하기 때문에, 소에게 비타민A를 주지 않으면 지방이 많이 낀 육질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눈 건강에 필요한 비타민A를 없애버리면 소는 시각장애를 앓거나 아예 장님이 돼 버리고 만다.
△옥수수 사료의 90% 유전자변형작물
사료용으로 급여되는 옥수수 대부분이 유전자변형작물(GMO)인 점도 문제다. 미국 농업부의 2013년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사료용 옥수수 90%는 GMO로 조사됐는데, 한국도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국내 수입 GMO 작물 중 옥수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수입량의 90%에 육박하고, 그 중 가축 사료 등 농업용은 약 80%에 달한다. 옥수수 사료 중에 GMO가 아닌 경우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다.
GMO 옥수수는 미국의 몬산토 사에서 육종된 라운드업이라는 제초제에 대해 저항성을 갖도록 특정 유전자가 조작된 작물이다. 생육 과정에서 잡초를 잡기 위해 직접적으로 라운드업이 살포되는 GMO 옥수수는 살포된 라운드업 속의 글리포세이트(살충성분)에 저항성이 있어 죽지 않는다.
문제는 라운드업 살포 과정에서 옥수수에 스며든 글리포세이트가 다른 농약들처럼 풍우에 씻겨나가거나 수돗물에 씻어 낼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는 데 있다. 작물 속에 스며든 글리포세이트는 소들이 GMO 옥수수를 먹을 때 몸 속으로 함께 들어간다. 2015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세계암연구소(IARC)는 이 같은 글리포세이트를 2A등급 발암물질로 판정했다.
안전성 논란이 큰 GMO 옥수수는 그 자체로도 동물의 건강을 망가뜨릴 수 있다. 실제로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이리나 에르마코바 박사팀은 실험쥐들에게 GMO 식품을 섭취시킨 결과 새끼 쥐의 사망률이 매우 높았다고 밝혔다. GMO 콩을 먹은 암컷 실험쥐의 새끼 쥐 사망률은 55.6%나 됐다.
프랑스 칸 대학 세라리니 교수팀 또한 200마리의 쥐에게 GMO 농산물이 섞인 먹이를 먹인 결과, 4분의 3가량의 쥐에게서 심각한 종양이 발생했으며 그 중 일부는 종양의 무게가 몸무게의 25%에 달할 정도로 거대했다고 밝혔다. 해당 실험 쥐들은 일반적인 실험 쥐보다 간과 담도 종양이 2.3배, 유방과 뇌하수체 종양이 1.7배 더 많이 발생했다. 먹이사슬을 통해 사람에게 전해진다면 우리의 건강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옥수수 사료는 필연적으로 소를 아프게 하기 때문에 소들에겐 엄청난 양의 항생제가 사용된다. 도축 전까지 소를 버티게 하려면 루멘신, 타일로신 같은 항생제를 주기적으로 투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애초에 곡물 사료를 먹이지 않았다면 생기지도 않을 병을 치료하기 위해 다량의 항생제가 쓰이는 이 악순환의 고리는 무항생제 인증도 예외가 아니다.
현행 제도에선 일정 조건만 충족하면 항생제를 사용해도 무항생제 인증을 부여한다. 예를 들어, 무항생제 한우는 2년이 넘는 사육기간 동안 항생제가 허용되다가 출하 2달 전부터만 항생제를 쓰지 않으면 무항생제 인증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일반 축산물이든 무항생제 인증 축산물이든 투여 기간의 차이만 있을 뿐 항생제로 키우는 건 똑같은 셈이다.
소에게 사용된 항생제는 고기에 농축된 채 사람의 몸으로 들어와 인체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항생제 대부분은 지용성 성분으로 소고기의 마블링에 쉽게 녹아 들기 때문에, 마블링 소를 먹는 것은 인체에 항생제 내성균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인체가 항생제에 내성이 생기면 감염질환에 걸리더라도 치료가 어려워지고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 2016년 영국에서 발표된 ‘짐 오닐 보고서’를 보면 연간 약 70만명이 항생제 내성균 때문에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매해 4,000여명이 항생제 내성과 관련해 목숨을 잃는 것으로 2019년 분당서울대병원 연구결과 확인됐다.
△마블링 속 오메가-6, 보이지 않는 독
마블링에 녹아 드는 것은 소의 항생제뿐만이 아니다. 농약, 중금속, 환경독소 등도 지용성인 것들이 많아 마블링에 저장된 채 배출되지 않는다. 마블링 소고기는 병든 소의 살코기에 중금속, 항생제 등이 녹아 들어 있는 ‘마블링 독약’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로 마블링 소고기가 우리 몸에 독약과 같다는 사실은 그 동안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 2011년 출간된 서적 ‘옥수수의 습격’에 따르면, 옥수수를 먹인 소고기의 오메가-6와 오메가-3 지방산 비율은 최소 20:1에서 최대 100:1까지 매우 불균형하다. 이는 고기를 먹는 인간에게 그대로 전달돼, 육식을 많이 하는 현대인들의 오메가-6 및 오메가-3의 비율은 평균 20:1에 달하게 만든다.
삼성서울병원 임상연구팀이 제시하는 체내 이상적인 오메가-6와 오메가-3의 비율은 약 4:1이다. 이런 균형을 깨고 오메가-6를 과잉 섭취하면 우리 몸이 염증 체질로 바뀌면서 비만, 고혈압, 당뇨, 뇌졸중 등이 생길 수 있다.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진은 “곡물을 먹인 소에게는 몸에 좋은 오메가-3 성분보다 몸에 염증을 일으키는 오메가-6, 포화지방산 등이 훨씬 많이 들어 있다”며 “(이것이) 동맥경화 등의 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와 인간 모두가 건강한 ‘풀 먹인 소’
옥수수가 염증으로 가득한 병든 소를 만드는 것을 넘어, 인간의 몸까지 염증 체질로 바꿔버린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최근 목초 사육을 강조하는 수입산 소고기들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생육 과정에서 풀을 얼마나 먹여 키웠는지, 또 급여한 풀에 살충제 등의 농약을 사용하진 않았는지 등 많은 것들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 그대로 믿기 어렵다.
건강하게 자란 믿을 수 있는 소고기를 찾으려면 소비자 스스로 꼼꼼하게 확인하는 수 밖에 없다. 단순히 목초 사육이라는 광고 문구만 믿지 말고 소의 사육 환경과 먹이를 따져봐야 한다. ‘무항생제 소고기’, ‘유기농 소고기’ 등이 아니라 ‘항생제 ZERO’라고 정확하게 표시된 제품을 골라야 육우의 출생부터 출하까지 항생제를 쓰지 않은 고기를 고를 수 있다.
전문가들 역시 “최근 옥수수 사료 논란을 피해가기 위해 풀을 콘셉트로 조금 먹여 광고하는 수입산 소고기들이 많이 보인다”며 “이런 꼼수 마케팅에 속지 않으려면 소비자들이 더욱 꼼꼼하게 알아볼 필요가 있다. 건강한 소고기를 먹으려면 ‘100% 유기농 풀 먹인 소’인지 따져보고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