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국·일본·유럽 등 글로벌 주요 시장 진출 이어져
산업 성숙기 들어 미래차 기술 중심으로 기회 노려
중국 제일자동차 홍치 'H9'
중국 제일자동차 홍치 'H9'

[한스경제=김정우 기자]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면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미래차 전환기를 맞아 품질이 떨어지는 저가 자동차라는 기존 인식을 깨고 업계 존재감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30일 아사히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제일자동차는 최근 일본 오사카시 난바에 고급차 브랜드 ‘홍치’ 매장을 열었다. 판매 차량은 가격이 1000만엔(약 1억3000만원)을 상회하는 호화 세단 ‘H9’을 비롯해 550만엔(약 566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하이브리드차량까지 4종이다. 내년부터는 도쿄를 비롯해 다른 지역까지 판매망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중국 자동차기업 동풍자동차는 일본 물류기업 SBS홀딩스에 소형 전기트럭 1만대를 공급했다. 중국 BYD도 일본 기업·지자체 등을 대상으로 전기차 판매를 시작, 향후 일반 소비자 판매도 진행할 방침이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자국 자동차기업 점유율이 높고 유럽산 고급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수입차 진입이 어려운 시장이다. 특히 한국, 중국 등 후발주자들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 현대차도 2001년 일본 시장에 진출했지만 판매 부진에 따라 2009년 승용차 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다. 중국 기업들은 일본 완성차업계가 상대적으로 전기차 전환이 늦은 기회를 틈타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한국 시장에도 2017년 북기은상차를 시작으로 2018년 동풍차 수출 브랜드 동풍소콘이 발을 들였으며 BYD도 제주도에 전기버스를 납품하는 등 상용차 시장을 공략해왔다. 국내 시장에서 중국차 판매량은 2018년 684대, 2019년 900대, 2020년 482대 등 미미한 수준이지만 저가 전기차를 중심으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유럽 시장에도 BYD, 니오, 샤오펑, 리오토 등이 전기차를 앞세워 진출했으며 지리자동차는 스웨덴 볼보와 합작한 링크앤코 브랜드를 선보였다. 상하이자동차는 총 66개국에 진출한 상태다. 창청자동차는 올해 1~10월 호주·뉴질랜드 시장에서 2만대 판매량을 올리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3% 증가했다.

미국 시장 진출 도전 움직임도 포착된다. 로이터 등 외신을 통해 중국 지리차가 르노와 합작법인을 한국에 설립하고 부산 공장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생산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국내 자동차업계에서는 미국 시장 수출용 링크앤코 차량을 부산에서 생산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면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직접적인 시장 진출 외에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에 대한 중국의 지배력도 강화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모회사인 다임러는 중국 국영기업 베이징자동차가 지분 9.98%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2018년 지분 9.69%를 인수한 지리차가 2대주주 자리에 있다.

지리차는 다임러 이전에도 2010년 포드로부터 볼보 지분 100%를 인수해 산하에 뒀고 2017년에는 볼보와 합작을 통해 볼보의 고성능 디비전이었던 폴스타를 전기차 전문기업으로 독립시켰다. 같은 해 영국 스포츠카 기업 로터스 지분 51%도 취득해 최대주주가 됐다. 폴스타는 내년 1월부터 한국에도 차량 판매를 개시하는 등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로터스는 스포츠카 전문 브랜드에서 전기차 브랜드로의 전환 로드맵을 세웠다. 

이들 중국 자동차업체는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 시장에서의 성장을 뒷받침 삼아 경쟁력을 강화해왔다. 중국은 1994년 자동차공업산업 정책에 따라 완성차 기업에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 외국 기업은 현지 기업과 합작을 해야만 진출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육성책을 바탕으로 중국 기업들은 해외 선진 기술과 경쟁력을 흡수하며 성장했다.

그 결과 중국은 자동차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변모를 꾀할 수 있게 됐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 따르면 올해 1~11월 중국의 자동차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1.1배 증가한 179만3000대를 기록했다.

또 중국 당국은 내년 1월 1일부터 자동차 기업의 자국 내 투자 제한을 철폐하고 기존 2개로 제한했던 신설 합작사 개수도 폐지하기로 했다. 자국 산업이 성숙기에 들어서고 기업 경쟁력이 갖춰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2018년 친환경차 지분 제한을, 지난해에는 상용차에 대한 기분 제한을 각각 폐지한 바 있다.

최근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일찌감치 이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온 중국 기업들이 기존 저가 이미지를 벗고 성장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중국 자동차업계는 해외 기업과의 합작 및 인수를 통해 확보한 기술력에 더해 IT(정보기술)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미래차 기술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리차는 BYD와 합작으로 전기차 기업 지두자동차를 설립했으며 최근에는 오미, 오포, 비보 등 IT기업과 창안·지리·상하이차 등이 참여한 ‘스마트카 개방 연맹 ICCOA’도 출범했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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