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차 역량 강화에 무게…사업 권역 통폐합 개편도
[한스경제=김정우 기자] 정의선 회장 취임 2년차를 맞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다시 한 번 쇄신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현대·기아의 글로벌 완성차 시장 경쟁력 확보를 이끈 주역들이 물러나고 미래차 사업에 맞도록 체질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이번주 후반에 연말 정기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정의선 회장 취임 첫해인 지난해 대대적인 경영진 교체가 이뤄진 만큼 올해 인사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그간 현대·기아의 변혁을 이끈 외국인 경영진의 퇴임 등 과감한 변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경영담당과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장 등 외국인 사장단의 퇴진 가능성이 거론된다.
아우디·폭스바겐 디자인 총괄 출신인 피터 슈라이어 사장은 2006년 현대차그룹에 합류해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의 디자인 역량을 크게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3년 그룹 디자인 총괄로 올라선 이후 10년 가까이 사장직을 맡아왔고 69세의 고령이라는 점이 퇴직 배경으로 꼽힌다.
BMW 고성능차 브랜드 M 디비전 연구소장을 지낸 알버트 비어만 사장은 2015년 현대차에 부사장으로 영입, 2018년 연구개발본부장직을 맡으며 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 ‘N’ 모델 개발을 이끈 주역이며 최근 사의를 표하면서 경영진이 이를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어만 사장은 슈라이어 사장에 비해 현대차에서 지낸 시간은 짧지만 65세로 적지 않은 나이다.
이들의 퇴진이 점쳐지는 배경에는 전기차·모빌리티 중심으로 방향성이 잡힌 최근의 시장 패러다임 변화가 있다. 기존 내연기관에서 전동화로 동력계통이 대체되면서 자동차 성능뿐 아니라 디자인 트렌드까지 대대적인 변혁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새로운 기준에서 시장을 선도할 역량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대차는 2016년 루크 동커볼케 벤틀리 수석 디자이너와 이상엽 벤틀리 외장·선행디자인 총괄을 영입한 바 있다. 현대차 디자인최고책임을 맡았던 동커볼케 부사장은 지난해 브랜드 디자인을 총괄하는 CCO 자리에 앉았고, 이상엽 전무는 2018년부터 현대디자인센터장을 맡고 있다. 피터 슈라이어 사장이 물러날 경우 이상엽 전무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알버트 비어만 사장 후임은 아직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개발본부 부본부장을 맡고 있는 박정국 사장은 올해 확대·개편된 현대차 수소연료전지 담당 조직을 맡게 된 만큼 외부인사가 영입될 수도 있다.
젊은 임원진을 적극 기용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기업분석기관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삼성·SK·LG그룹의 1969년생 이하 임원 비중은 50%를 넘어섰지만 현대차그룹은 32%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최근 삼성이 40대 부사장·30대 상무를 대거 임명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하는 등 재계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추세에 발을 맞출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 총 임원의 25%가량이 교체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자율주행, 수소경제, 도심항공교통(UAM), 로보틱스 등 미래사업 부문 중심 인사는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인사에서는 신규 임원 승진자 중 약 30%가 미래 신사업·신기술·연구개발 부문에서 나왔다.
지난해 정의선 회장 체제로 대거 교체된 경영진은 유임이 유력하다. 지난해 인사에서 정 회장은 장재훈 현대차 장재훈 대표, 조성환 현대모비스 대표,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 정재욱 현대위아 대표 등을 임명하고 김용환, 정진행 등 정몽구 명예회장의 최측근 부회장단을 퇴진시킨 바 있다.
국내외 사업 권역을 통폐합하는 조직개편도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9개로 나눠진 권역을 5개로 합치는 방식이다. 국내사업본부와 아시아태평양 권역 등을 통합하는 방안이 거론되며 현대차는 이를 통해 그간 판매가 부진했던 지역에서 분위기 전환을 꾀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인사가 이뤄지기 전에 단언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면서도 “지난해 회장 취임과 연계되는 인사가 이뤄졌다면 올해는 본격적으로 비전을 발표하고 추진하는 사업들이 있으니 여기에 더 동력을 실어줄 수 있는 인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tajo8191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