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박근혜 천막당사처럼" 지적받은 이재명, 선대위 전면쇄신 
'문고리 3인방' 다시 언급된 윤석열, 김종인과 불화설 곤혹 
이재명 '박스권 지지율'·윤석열 '선대위 인선 잡음' 과제 
(왼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 연합뉴스
(왼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 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를 논할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언급되는 횟수가 늘고 있다.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며 정치력을 인정받아 대한민국 첫 여성 대통령에 올랐지만, 불통과 측근 중심 정치로 탄핵당한 그의 20년 정치인생 '명암(明暗)'이 두 후보의 대선행보에서도 오버랩된다는 시각이다. 

최근 여권에서는 대선후보 경선 이후 '박스권 지지율'에 갇힌 이재명 후보를 향해 "과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천막당사를 하던 마음으로 당내 비상사태라도 선포해야 할 상황 (양정철 전 민주원장)"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은 2004년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쓰고 민심을 잃어가던 한나라당(現국민의힘)을 '천막당사'로 일으켜 세우면서 그해 총선에서 선방한 경험이 있다. 

여권 내 우려를 의식한 듯 이 후보는 '전면 선대위 쇄신' 카드를 꺼내들었다. 호남을 방문해 '광주 선대위'를 출범했다. 공동선대위원장 중 현역 의원은 송갑석 광주시당위원장 1명 뿐이다. 나머지는 광주여고 3학년인 남진희 양을 비롯한 '2030' 이하 청년들로 구성됐다. 현재 약세로 평가받는 '호남'과 '청년' 표심을 모두 겨냥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이 후보는 경선에서 경쟁했던 이낙연 전 대표 측 인사들을 중용하는 등 '원팀' 기조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이 후보의 비서실장에 임명된 오영훈 의원은 이 전 대표가 당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했고, 이번 경선 과정에서 수석대변인을 맡았던 인물이다. 

이 후보 측과 여당이 '강성 친문' 표심을 고려해 '문재인정부 계승'을 놓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정권교체' 프레임을 내세우는 상황은 박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2012년 18대 대선 상황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실제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는 것도 새로운 정권을 창출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다시 출마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정권교체' 효과를 더 부각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2년 새누리당(現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나서 당선됐다. 앞서 2007년 대선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패했던 박 전 대통령은 행정수도 이전안 개정 논란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특히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 대거 공천에 탈락하면서 '친이(친이명박)계"와 대척점에 섰다. 때문에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이 같은 정당이지만, 18대 대선 결과는 정권교체와 비슷한 효과로 체감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선을 100일 앞둔 29일 공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전반적으로 이 후보가 윤석열 후보와 지지율 격차를 좁혀가는 흐름이 감지됐다. 이와 관련 민주당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인 강훈식 의원은 3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저희가 (윤 후보를) 추격하고 있는 양상인 것 같다"며 "우리가 반성과 쇄신·혁신을 하겠다고 하고 선대위를 새롭게 바꾸면서 국민들도 마음을 조금씩 열어주고 계신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9일 오전 광주시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전국민 선대위회의에서 참가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9일 오전 광주시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전국민 선대위회의에서 참가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에서는 최근 윤석열 후보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영입하려는 과정에서 연일 잡음이 발생하자 윤 후보 측에 "문고리 3인방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윤 후보의 비서실장으로 하마평에 올랐다가 '백의종군'을 선언한 장제원 의원에 대해서는 '장순실(장제원+최순실)'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윤 후보 곁은 떠나겠다고 밝힌 장 의원이 이후에도 당사에 나와 회의를 하며 선대위 인선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다. 

과거 '문고리 3인방'은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을 뜻했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 '청와대 문건유출'·'국정원 특활비 상납'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모두 실형이 확정됐다. 

박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불통'·'측근 위주' 정치로 당내 갈등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탄핵 위기에 몰리자 기자회견과 기자간담회를 통해 뒤늦게 소통에 나섰으나 결국 민심을 돌리지 못했고,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 당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됐던 권경애 변호사는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결국 '김종인 상왕' 설을 퍼뜨린 세력이 승리했다. 이를 반기는 것은 문고리 3인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윤 후보의 문고리 3인방은 권성동 사무총장과 장제원·윤한홍 의원을 지목했다. 윤 후보의 '죽마고우'인 권성동 의원은 장제원 의원과 함께 박 전 대통령 탄핵 직전 새누리당을 탈탕하고 바른정당을 창당한 주역들이다. 윤한홍 의원은 경선 직전 홍준표 의원을 떠나 윤 후보 측에 합류한 인사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페이스북에 유창선 정치 평론가의 글을 공유한 뒤 자신의 생각과 "100% 일치한다"고 적었다. 해당 글에서 유창선 평론가는 "김종인 합류 여부를 둘러싼 갈등의 본질은 권력투쟁"이라며 "윤석열의 주위를 선점한 문고리 3인방을 중심으로 한 친MB(친이명박)계 인사들은 김종인에게 전권을 부여하는 상황을 막으려 했다는 게 정설"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김종인 전 위원장도 지난 12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윤 후보는 대통령이 되려고 한다면 상황인식이 정확해야지, 사람에게 집착하면 성공 못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 전 위원장은 "과거 우리나라 대통령들을 보면 (사람에) 집착하다가 실패했다"며 "대표적인 예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 선대위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은혜 의원은 윤 후보 측과 김 전 위원장의 갈등을 부인했다. 김 의원은 전날 KBS 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김 전 위원장을 (윤 후보가) 총괄선대본부장 후보로 얘기를 하셨기 때문에 저희가 적극적으로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오늘을 기점으로 (대선이) 100일 남았다. 국민들에게 인선 때문에 피로감을 드릴 수가 없다"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하우스 카페에서 열린 '대선 D-100, 내일을 생각하는 청년위원회 및 청년본부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하우스 카페에서 열린 '대선 D-100, 내일을 생각하는 청년위원회 및 청년본부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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