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플랜트 부문, 자회사 활용 분할합병… 지분 50.01% 외부 매각
현금 확보 통해 신사업 투자 확대 따른 재무부담 완화 및 개선
한신평 "자금조달 방안 실행·재무부담 통제 가능성 모니터링"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SK에코플랜트 제공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SK에코플랜트 제공

[한스경제=김준희 기자] SK에코플랜트가 플랜트 사업부문을 분할 매각하기로 하면서 본업인 건설업 실적이 유지될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매각에 따른 자금 유입으로 재무상황은 좋아지겠지만 신사업 투자 성과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4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지난달 28일 반도체, 연료전지 등을 제외한 플랜트 사업부문(K-솔루션스·P-솔루션스·가스&파워·배터리 사업그룹 등)을 물적분할해 비엘에이치엔지니어링에 흡수합병하는 방식의 분할합병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비엘에이치엔지니어링은 SK에코플랜트의 100% 자회사다. 분할합병은 SK에코플랜트가 분할합병신주 배정기준일 기준 소유하고 있는 비엘에이치엔지니어링 발행주식에 대해 분할합병비율에 따라 비엘에이치엔지니어링이 발행한 신주를 배정받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분할합병 완료 후 SK에코플랜트가 기존에 보유한 비엘에이치엔지니어링 상환전환우선주(RCPS) 전량(전체 발행주식의 50.01%)은 내년 1월 28일자로 외부 투자자에게 매각될 예정이다.

SK에코플랜트는 공시를 통해 “사업 전문성을 제고하고 경영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분할합병을 진행한다”고 분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플랜트 사업부문 물적분할 및 지분매각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사업 투자 확대로 인해 다소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실제 지난 9월 박경일 신임 대표이사 선임 당시 배포된 보도자료에선 “향후 기업공개(IPO)를 위한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하며 친환경·신에너지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상장을 대비해 자금을 마련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이뤄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려는 목적이 커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SK에코플랜트 분할합병 및 지분매각 구조도. /한국신용평가 제공
SK에코플랜트 분할합병 및 지분매각 구조도. /한국신용평가 제공

신용평가업계는 SK에코플랜트의 분할합병 및 지분매각에 대해 '현금창출력 측면에선 다소 손해지만 현금 유입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은 긍정적'이라는 의견이다.

한국신용평가는 “분할합병과 더불어 진행되는 지분매각으로 인해 분할승계회사인 비엘에이치엔지니어링에 대한 지분 과반을 상실함에 따라 계열 사업기반을 포함한 수익 및 현금창출력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지분매각을 통해 약 4500억원의 현금이 유입됨에 따라 분할합병 및 지분매각이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한신평은 분할합병을 통해 SK애코플랜트가 환경사업에 대한 투자로 확대된 재무부담을 다소 완화할 수 있고, 분할승계회사인 비엘에이치엔지니어링 지분 49.99%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어 해당 사업으로부터 현금흐름을 일부 향유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신용도에 대한 중립적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SK에코플랜트가 플랜트 부문 매각으로 본업인 건설사업에서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SK에코플랜트 매출의 70% 이상은 건설사업애서 나온다. 국내 건축 및 플랜트 부문은 견조한 이익창출을 보여주고 있지만 해외사업 발생 손실로 수익성 개선에 걸림돌이 됐다. 플랜트사업을 분할매각 하지만 과거 손실을 경험했던 인프라 및 해외 화공플랜트 사업장들은 여전히 SK에코플랜트 건설사업에 남게 된다. 따라서 건설사업이 안정적인 실적을 시현할 수 있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투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환경사업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우려점이다.

선지훈 한신평 연구원은 "SK에코플랜트가 현재까지 인수한 환경업체들의 연간 합산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약 1000억원으로 기존 건설사업 대비 작은 수준"이라며 "여기에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폐기물업체 가치 상승으로 인해 규모 대비 인수가격이 점차 증가하면서 투자자금 회수까지 소요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점도 부담요인"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분할합병을 통해 마련한 자금 등을 활용해 재무구조를 얼마나 개선하느냐가 SK에코플랜트의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선 연구원은 “사업 다각화를 위한 일련의 자금소요로 인해 차입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점은 신용도 측면에서 단기적 부담 요인”이라며 “다만 이번 분할합병 이후 예정된 분할승계회사 지분매각을 통해 일부 재원을 충당하고, 2023년을 목표로 IPO를 추진하고 있어 추후 계획된 자금조달 방안 실행 여부와 이를 통한 재무부담 통제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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