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생산·공급 기반 부족…지원정책 필요

[한스경제=김정환 기자]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수소경제 전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현대차, SK, 현대중공업 등 국내 주요 그룹사들도 그룹별 상황에 맞춰 발빠르게 수소 사업을 추진하는 등 수소경제 실현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수소사업 특성상 중장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만큼 일부 그룹사에는 재무부담이 우려되고 있다.
수소산업의 밸류체인은 생산, 저장 및 운반, 활용 시장으로 구분되며 2050년 글로벌 최종 에너지 수요의 1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정부도 ▲수소경제활성화 로드맵 발표(2019년 1월) ▲세계 최초 수소경제법 제정(2020년 2월) ▲수소경제위원회 구성(2020년 7월) 등 수소경제 전환을 위한 제도적, 법적 기반을 빠르게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국내 주요 그룹들도 수소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은 그룹 내 활용 가능한 자원을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수소 경제 전환에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 수소차 점유율 55%…수소경제 확장 수혜 확대
'수소차 글로벌 1위' 현대차그룹은 2021년 상반기 기준 글로벌 수소차 시장에서 55%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수소차 핵심 부품인 수소연료전지 생산 기술도 내재화하고 있다. 2023년에는 승용차용 100KW급으로 부피를 줄이고 상용 차용 200KW급으로 출력이 향상된 3세대 연료전지시스템을 출시할 예정이다.
또 2030년까지 연간 50만대 수소차 생산능력 확대와 연 70만기 규모의 연료전지시스템 생산시설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의 수소차 생산 목표는 전체 수소차 시장(2030년 약 100만대 추정, H2 리서치)의 50% 수준으로 목표치를 달성할 경우 글로벌 수소차 시장 내 주도권 및 점유율을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수소 활용 분야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있어 수소경제 확장에 따른 수혜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SK, 기존 인프라 수소사업에 활용…합작으로 기술력 확보
SK그룹은 기존 LNG·LPG 인프라(도입 및 저장·운송·발전, 충전소 등)를 수소사업에 활용할 수 있어 투자 및 생산효율성 측면에서 경쟁우위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액화수소플랜트에서 LNG터미널의 냉열 사용, LNG·LPG 복합발전소에서의 수소 혼소 발전, LPG 충전소 부지 내 수소충전소 구축 등 수소 저장·활용 분야에서도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
SK그룹의 에너지 계열사 SK E&S의 1단계 사업은 인천시의 자립형 수소도시 조성 사업(인천시 바이오·부생수소 생산 클러스트 구축사업)과도 연계돼 있어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적 지원 등 안정적인 사업 진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SK E&S와 SK가스가 LNG·LPG의 해외 도입 및 국내 유통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추출 수소 생산을 위한 안정적인 원재료 조달처 확보도 용이하다.
상대적으로 내재회가 부족한 분야는 수소기술 선두 업체와의 합작 법인 설립 및 지분투자 등을 통해 수소기술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SK와 SK E&S는 2021년 1월 미국 플러그 파워에 약 1조6000억원을 투자해 최대주주 지위(지분율 약 10%)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자체 기술 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분야의 기술 내재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플러그 파워는 모빌리티용(수소지게차 및 상용차 등) 연료전지 시스템 제작이 주력이며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 기술 등에서도 글로벌 선도 수소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외에도 SK에코플랜트는 미국 블룸에너지와 합작회사를 설립해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였으며 SK는 2021년 6월 청록수소 생산 기술을 갖춘 미국 모놀리스에 대한 지분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자금조달 문제로 재무부담 확대→수소경제 전환 걸림돌
포스코, 롯데, 한화, 효성, 현대중공업, 두산 등 주요 그룹사들도 현재의 상용화·기술개발 수준과 시장지위, 기존 사업부문과의 연계성,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사업 전환의 불가피성 등에 따라 그룹별로 상이한 전략을 나타내며 수소사업을 추진하며 수소경제로의 전환을 향하고 있다.
다만 일부 그룹사의 경우 재무부담 문제로 수소경제로의 전환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업체 및 그룹별 재무부담 통제 수준도 차이가 있다"며 "현대중공업・효성・두산그룹 등은 재무부담 우려로 수소경제로의 전환 여정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효성그룹은 효성화학, 효성첨단소재, 효성중공업 등 현재 수소 관련 사업을 영위하거나 추가 확대를 계획하고 있는 계열회사들이 그룹 재무부담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투자 증가가 재무부담 가중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최근 사업부문별 전방수요 회복 및 글로벌 수급 완화 등으로 주요 계열사의 기존 사업 이익창출력이 크게 개선되고 있는 점은 수소사업 관련 투자부담을 완화시켜 줄 수 있는 요인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계열사인 현대중공업의 기업공개(현금유입 약 1조원) 및 현대글로벌서비스, 현대오일터미널, 현대중공업파워시스템 등 지분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2022년 현대오일뱅크 상장도 준비 중이다. 다만 수소사업 이외에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및 주주환원정책 강화 등의 자금 소요도 지속되고 있어 조달 자금의 활용 및 재무구조 변동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것이 한신평의 분석이다.
두산그룹의 수소사업 관련 주력회사 중 두산퓨얼셀은 2020년 12월 유상증자(현금유입 3360억원)를 통해 투자자금을 마련했고 영업실적도 안정적인 편이다. 그러나 두산중공업은 이익창출력 대비 높은 재무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또 정부의 에너지믹스 전환과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에 따라 원전 및 석탄화력발전 기자재 등의 기존사업 영업환경이 저하된 상황으로 신규 수소사업 투자여력 확보에 불확실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신평 관계자는 "(수소 사업이) 아직 초기단계로서 가변성이 크고 향후 분야별 경쟁구도가 변동될 가능성도 충분하므로 그룹별 사업진행 상황과 국내외 수소경제의 성장 과정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중장기 수소 생산·공급 기반은 부족한 편"이라며 "수소생산 및 해외 조달 분야에서의 사업계획 구체화와 수소 생태계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균형 있는 지원정책 수립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kjh9501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