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최근 안전 강화에 나선 철강업계가 연이은 사고로 그간의 노력이 무색하게 된 상황 속에서 오는 22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과 관련해 열리는 청문회에서도 질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포스코와 동국제강 등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자 내년 시행될 것으로 보이는 중대재해법 1호가 철강업체에서 나오는 것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내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안전사고로 인해 노동자가 사망 사고 등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 등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형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고 기업에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된 이후 환경노동위원회는 올해 1월 중대재해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또 22일에는 중대재해법과 관련해 기업 최고경영자를 대거 증인으로 채택해 청문회도 열 예정이다.
이에 철강업계는 최근 일어난 사고와 관련해 기업 최고경영자가 직접 나서 사과하고, 사고 수습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6일 부산 남구 동국제강 부산공장 원자재 제품창고에서 일하던 50대 직원 A씨가 철강 코일 사이에 끼이는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후 김연극 사장이 사고 현장을 찾아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동국제강은 올해 환경안전 플랫폼 구축 등에 지난해보다 60억원 가량 늘린 250억원을 투자해 안전경영을 강화하기로 했다.
철강업계 대표인 포스코 역시 지난 8일 포항제철소 원료부두에서 하청업체 소속 직원 1명이 컨베이어 롤러 교체 작업 중에 기계에 끼어 사망하자 최정우 회장이 직접 사과에 나섰다. 당시 최 회장은 “회장으로서 안전경영을 실현할 때까지 현장을 직접 챙기겠다”며 “안전상황 점검 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안전 책임 담당자를 사장급으로 격상하도록 해 안전이 가장 최우선되는 경영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도 안전경영을 위해 노후 설비를 신예화하고, 구조물 안전화, 시설물 일제 점검 및 개선 등에 향후 3년간 1조원을 추가 투자키로 했다.
현대제철은 올해 사고가 나진 않았지만 안전한 작업환경을 위해 내년까지 총 3000억원을 투자해 공장 안전시설 보강에 나선다.
문제는 기업에서 안전시설 강화를 위해 비용을 투자하고 관리 감독에 나서고 있지만 사고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바가 크다. 현장에서 일어나는 사고의 경우 철강·건설 등 제조업에서 두드러지고 있는 만큼 이 분야의 최고경영자는 부담이 더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2016~2020년 산재 관련 청문회 증인 9개 기업별 중대재해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이들 기업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사고는 총 128명으로 나타났다. 이 중 사망은 103명, 부상은 25명으로 집계됐다.
국회에서 중대재해법과 관련해 기업 최고경영자를 증인으로 채택한 9개 기업은 현대건설·포스코건설·GS건설·포스코·LG디스플레이·현대중공업·쿠팡·CJ대한통운·롯데글로벌로지스다. 다만 최 회장은 환경노동위원회에 건강상의 이유로 청문회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해 일각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안전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업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현장에서 일부 근로자가 부주의해 발생하는 사고도 적지 않다”며 “최고경영자가 아무리 안전을 강조해도 분명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에 따른 부담감이 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kimck@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