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의결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을 두고 '입법 취지가 훼손됐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중대재해법 제정안은 노동자가 중대산업재해로 사망할 경우 적절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을 처벌대상 기업에서 제외하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시행 후 2년)간 유예기간을 주기로 하면서 입법 취지의 후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밖에 △형사상 인과관계 추정 삭제 △인허가 권한을 가진 공무원의 처벌규정 삭제 △징벌적 손해배상에서 상한형을 규정하고 입증책임 전환을 반영하지 않은 점 등도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조문에서 경영책임자를 '대표이사 또는 안전을 담당하는 이사'로 규정한 부분은 '대표이사에게 면죄부를 줄 여지를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당과 노동계에선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약 300만 명이고 전체 산재사망자의 약 30%(322명)인 점을 고려하면 중대재해법의 '차-포(車-包)'가 빠졌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사업주가 처벌을 피할 목적으로 기존 업체를 쪼개 5인 미만 사업장을 늘릴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7일 브리핑을 통해 "중기부(중소벤처기업부)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취지를 난도질 했다"며 "어제(6일) 중기부 차관의 제안으로 5인 미만 사업장을 유예도 아닌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잠정 합의를 했다"고 비판했다.
정 수석대변인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국민은 안전과 생명의 법적 보호에 예외를 두겠다는 것으로 중기부가 '재해살인방조'에 앞장선 것"이라고 질타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근로기준법 조차 적용받지 못해 온갖 차별을 받고 죽어서도 차별받고 있다"며 중대재해법 철회를 촉구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이날 성명을 통해 "누더기를 쓰레기로 만든 합의는 당장 철회돼야 한다"며 "5인 미만(사업장)과 (5인) 이상 (사업장)에서 발생한 죽음이 다르지 않음에도 죽음에 차별을 만들어두는 저의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법사위 민주당 측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5인 미만 사업장이 중대재해에서 제외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5인 미만 사업장의 사업주만 중대재해로 처벌할 수 없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백 의원은 "원래 중대재해법이 지향했던 원청업체에 대한 처벌은 담고 있다"며 "원청업체의 경영 책임자가 중대재해에 해당될 경우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재도 이 법이 적용된다"고 부연했다.
백 의원은 '경영책임자의 정의를 규정할 때 대표이사가 빠질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대표이사가) 사업 전반에 관해 지시하고 (안전보건 책임자가) 그에 관해 지시 받고 수행하는 관계라고 한다면 대표이사까지 책임이 가는 것"이라며 "사안마다 (책임자 범위가) 다르고, 안전보건 책임자가 책임지면 대표이사는 책임이 없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도 '입법 취지 후퇴'를 우려하는 의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수진 의원은 "5인 미만 사업장 산재사망사고가 25%를 차지한다"며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하면 법 취지가 무색해진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여야가 모두 법안 필요성에 공감하고 △최대한 속도를 높여 심의했으며 △여야 합의로 의결한 점 등을 고려해 이번 제정안을 존중해달라는 입장이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법 통과 후에도 현장의 실질적 변화가 있기 전까지는 더 많은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며 "법 통과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실효적인 조치를 지속적으로 강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편 국회는 8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중대재해법 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김동용 기자 dy0728@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