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HMM 노조, 연초부터 파업 예고…“임금 8% 인상 요구”
자동차, 조선 등 제조업 전반 노사갈등 진행 중…업황 회복에도 BSI 하락
HMM 알헤시라스 호. /HMM 제공

[한스경제=김호연 기자] 국내 산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노사 갈등까지 심화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업계에선 노조의 무리한 요구가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하지 않고 이어지고 있어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 자동차업계에선 한국GM과 기아자동차, 이들과 함께하는 협력사가 생산차질로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10년 만의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한 HMM(구 현대상선)은 노조의 연초 파업 예고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노조의 파업은 진행할 경우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이들의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운임 수요가 폭주하는 현 상황에서 심각한 물류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MM해원연합노동조합은 이날 배재훈 HMM 사장에게 서한을 보내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단체사표를 내는 등 강경대응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놨다.

현재 HMM은 육상노조(800여명)와 해상노조(500여명)로 나눠져 있다. 이들은 각각 9년, 6년 동안 동결된 임금을 받고 있다. 산업은행이 최대 주주로 있으면서 사실상 국가의 관리를 받는 만큼, 그간 열악했던 경영실적과 맞물려 인상을 요구하는 게 부담스러워서다.

하지만 올해 HMM은 10년 만에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무려 2771억원을 기록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2019년 3분기 영업손실 466억원).

이에 따라 당당하게 성과에 대한 보상을 받겠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해상노조는 임금 8%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채권단 관리체제인 상황에서 이익을 냈기에 노조가 요구하는 인상폭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노조는 지난 26일 조합원 369명을 대상으로 올해 임금 인상 관련 쟁의행위에 대한 투표를 진행했고, 324명의 찬성표를 얻어냈다. 이에 따라 오는 31일 예정된 2차 노사 조정회의에서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오는 1월 1일부터 승선 거부 등 쟁의행위에 나설 수 있다.

국내 유일 원양 국적선사인 HMM이 파업에 들어갈 경우 수출에 의존하는 국내 기업의 수출 차질은 불가피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타격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물류대란으로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HMM 측은 “남은 기간 교섭을 성실히 진행해 파업으로 인한 물류대란이 현실화를 최대한 막아보겠다”고 했다.

기아차 광주 2공장. /연합뉴스

코로나19의 여파가 해를 넘기면서 다른 분야에서도 노사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전날 임단협 교섭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며 2년 연속 해를 넘기게 됐다. 법인 분할(물적분할)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1년 7개월째 계속된 평행선으로 연내 잠정합의안 도출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STX조선해양은 올해 임단협을 시작조차 못 한 상태다. 사측은 내년 투자자가 확정되는 대로 교섭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불확실한 시장 상황으로 타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노조의 전면파업으로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자동차업계 역시 한국GM과 기아자동차 등이 노조의 부분 파업으로 생산차질이 발생했다. 한국GM은 지난 10월말 노조가 잔업 및 특근 중단을 비롯한 부분파업에 돌입하면서 2만5000여대의 생산차질이 생겼다. 코로나19로 인한 차질까지 감안하면 올해 생산차질은 총 8만5000여대에 이른다.

기아자동차 역시 4주 연속 부분파업을 진행했고, 사측은 4만7000여대의 생산차질을 떠안았다.

두 회사 모두 이달 극적으로 잠정 합의안 도출에 성공해 조인식까지 가졌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협력사에게까지 미쳤다.

르노삼성자동차는 국내 완성차업계 중 유일하게 임단협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기존 노조 집행부가 연임에 성공했지만 4대에서 5대로 바뀌면서 시작부터 다시 협의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지난 2년간 기본급을 동결한 만큼 확실한 보상을 원하고 있고, 사측은 미국향 닛산 로그 수탁생산계약 종료 등 생산 실적 감소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내년부터 XM3(수출명 뉴 아르카나)의 유럽 수출이 시작되는 만큼 노사 합의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이미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한 만큼 합의까지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계 전반에 걸쳐 노조의 강경한 태도가 코로나19와 겹쳐 협력사 등 중소기업까지 함께 고난을 겪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편, 한국은행이 지난 29일 발표한 ‘2020년 1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12월 전 산업 업황 BSI는 전월(78) 대비 3포인트 내린 75를 기록했다. 제조업은 82를 기록하며 직전 달인 전월(85)대비 3포인트 내렸다. 한국은행은 이를 국내 완성차업계 생산 중단 사태의 여파라고 설명했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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