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청도등대. 한국관광공사 제공

 

등대의 이미지는 언제나 아날로그다. 삶이 퍽퍽하다 싶을 때 떠 올리면 일상의 번잡함이 잊히고 다시 살 힘이 솟는다. 화려한 여름 뒤에 남은 공허로 마음 헛헛해질 때, 그래서 등대를 떠 올리면 조금 위로가 된다. 한국관광공사가 등대여행을 테마로 전국의 아름다운 등대 7곳을 9월의 가볼만한 여행지로 추천했다. 모두 100년 넘은 역사를 가진 곳이다. 등대가 있는 섬도 예쁘고, 깃든 이야기도 재미있다.

● 전북 군산 어청도등대

군산의 고군산군도를 이루는 63개의 섬 중 서해의 가장 외곽에 위치한 섬이 어청도다. 어청도등대는 1912년 3월 1일에 첫 점등을 한 근대문화유산이다. 서해에서는 팔미도에 이어 두 번째로 세워진 등대다.
군산연안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2시간 30분, 선착장에서 2km 산길을 걸어 30분을 더 가야 등대를 만난다.
어청도등대는 100여년 전에 만들어졌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본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원형의 등탑은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들어 안정감이 느껴진다. 입구에는 삼각형 지붕을 얹은 문을 달았고, 등탑 윗부분에는 전통 한옥의 서까래를 모티브로 장식했다. 제일 윗부분 등롱은 주홍색 청동으로 마무리 해 조형미가 돋보인다. 등대를 둘러싼 나지막한 돌담과 해송이 더해져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숲속의 집을 보는 것 같다.
어청도 주봉인 당산(198m)을 중심으로 둘레길이 조성돼 있다. 주변 바다를 한눈에 조망하며 걷는 길이다. 충남 보령의 외연도와 녹도가 아득하고 ‘C’자 모양의 포구도 이국적이다. 포구는 1960~1970년대에는 서해안 고래잡이의 전초기지였단다. 봄이 되면 고래가 새끼를 낳기 위해 어청도 근해로 이동하는데 이 때 포경선도 고래를 따라 이동해 이곳을 베이스캠프로 삼았다. 어청도 관광 정보는 군산시청 관광진흥과(063-454-3352)에서 얻을 수 있다.

▲ 팔미도등대. 한국관광공사 제공

 

● 인천 팔미도등대

팔미도는 인천항에서 남쪽으로 15.7km 떨어진 섬이다. 섬 자체도 아름답지만 우리나라 최초로 불을 밝힌 팔미도등대가 있어 더욱 의미 깊다. 팔미도등대는 1903년 4월 만들어져 같은 해 6월 1일 첫 불을 밝혔다.
팔미도는 한국전쟁 인천 상륙작전 때 큰 역할을 했다. 맥아더 사령부는 ‘켈로 부대’로 알려진 특수부대를 투입해 팔미도 등대를 점령한 후 인천 상륙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섬 정상에는 ‘원조’등대와 2003년 세워진 새 등대가 있다. 옛 등대는 높이 7.9m로 2~3층 높이의 작은 등대다. 새 등대 건물 1층에는 팔미도등대 역사관인 디오라마 영상관이 있다. 팔미도등대 탈환 당시 상황과 인천 상륙작전을 재현했다. 4층 하늘정원 전망대에서는 광활한 서해를 굽어볼 수 있다. 맑은 날이면 실미도와 무의도를 비롯해 자월도, 영종도 등 서해에 있는 섬이 손에 잡힐 듯 바라보인다. 초고층 빌딩이 즐비한 송도국제도시도 눈에 들어온다. 산책 삼아 둘레길도 걸어본다. 울창한 소사나무 숲 사이로 오솔길이 나있다.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팔미도까지 유람선이 운항한다. 약 45분 거리로 팔미도를 오가는 시간을 포함해 등대 여행에 2시간 30분 정도 잡으면 된다.
선착장에서 등대가 있는 정상까지 10여분 걸린다. 인천광역시청 관광진흥과(032-440-4045)에서 등대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가덕도등대. 한국관광공사 제공

 

● 부산 가덕도등대

부산 최남단에 가덕도가 있다. 지금은 다리로 육지와 연결돼 차가 간다. 이 섬 끝에 가덕도등대(051-971-9710)가 있다. 1909년 12월 처음 점등했다. 2002년부터 새 등대다 불을 밝히고 있다. 등대는 출입제한 지역이라 신분증 확인 절차를 거친 후 들어간다.
가덕도등대는 100년이 넘는 역사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보존 상태가 좋다. 우아한 외관과 내부 구조가 고스란히 남은 데다, 한국과 일본, 서구식 건축양식이 혼합돼 건축학적인 가치가 높다. 정사각형 단층 구조에 약 9m 높이 팔각형 등탑을 세워 불을 밝혔다. 내부에 사무실과 침실, 부엌과 욕실을 갖춰 사람이 거주하도록 만든 점이 특징이다. 등대 입구에는 대한제국 황실을 상징하는 오얏꽃 문양을 새겼다.
등대 아래쪽에는 100주년 기념관이 자리한다. 이곳에 등대 숙박 체험 숙소와 등대기념관이 있다. 가덕도등대 숙박 체험은 부산지방해양수산청 홈페이지에서 신청한다. 숙박 전월 1일부터 8일 사이에 예약할 수 있으며 20일쯤 이용자를 선정해 통보한다. 매주 금ㆍ토요일 무료 숙박이 가능하다.
가덕도등대 외길을 따라 나오면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외양포마을에 닿는다. 일제강점기에 마을 전체가 군사기지로 사용된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 울기등대. 한국관광공사 제공

 

● 울산 울기등대

울산 동구 대왕암공원에 위치한 울기등대(052-251-2125)는 동해안에서 가장 먼저 건립된 등대다. 일제강점기인 1906년 3월에 처음 불을 밝혀 1987년 12월까지 80여 년간 사용했고, 2004년 울기등대 옛 등탑이 근대 문화재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 제 106호로 지정됐다.
옛 등탑은 건립 당시 높이가 6.1m였다. 주변 소나무가 자라면서 등대를 가리자, 3m 증축해 지금의 모습이 됐다. 하지만 그 후로도 점점 울창해지는 송림 때문에 항해하는 선박이 등대를 식별할 수 없자, 바로 옆에 높이 24m의 새로운 등탑을 세웠다.
등대도 예쁘지만 공원 입구에서 등대까지 이르는 길이 운치가 있다. 특히 절경이 펼쳐지는 해안 산책로가 멋지다.
대왕암은 신라 문무대왕의 비가 죽어서 용이 되어 잠겼다는 전설이 서린 곳으로 울산의 관광 명소다. 공원으로 조성된 일대는 울기등대가 있어 울기공원이라 불리다가 2004년 명칭을 바꿨다. 울산12경의 하나인 대왕암 송림은 해금강에 버금가는 절경으로 꼽힌다. 수령 100년이 넘는 아름드리 해송 1만5,000여 그루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기암괴석과 짙푸른 바다가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등대는 산책로 끝자락에 있다.

▲ 죽변등대. 한국관광공사 제공

 

● 경북 울진 죽변등대

울진 죽변의 해안 언덕에 있는 죽변등대(054-783-7104)는 1910년 점등을 시작했다. 팔각형 구조의 새하얀 몸체가 예쁜, 높이 16m의 등대다. 등대가 있는 해안 언덕은 용의 꼬리를 닮아 용추곶(죽변곶)으로 불린다.
죽변등대 일대는 풍경이 아름다워 2004년 드라마 ‘폭풍속으로’에 등장해 유명세를 탔다. 등대도 덩달아 알려졌다.
죽변등대가 있는 언덕에서는 죽변항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지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주변에 대나무가 많다. 예전에는 훨씬 넓었으나 지금은 등대 주변에만 군락지가 남았다. 흔히 보는 키 큰 대나무가 아니라 손가락 굵기의 가는 대나무다. 구불구불 이어진 대숲 길은 ‘용의 꿈길’이다.
울진 갔다면 금강송은 구경한다. 울진은 금강송의 고장이다. 금강송면 소광리에 가면 전문 가이드와 함께 금강소나무숲길(054-781-7118)을 걸어볼 수 있다. 하루 탐방 횟수와 인원을 제한하니 예약이 필수다.

▲ 하조도등대. 한국관광공사 제공

 

● 경남 진도 하조도등대

진도 조도면 일대에는 170여개 섬들이 새 떼처럼 펼쳐졌다. 이 가운데 하조도는 새의 형상을 닮았다고 붙은 이름이다.
하조도등대는 1909년 처음 점등했다. 2013년에 새롭게 단장한 등대는 해양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앞마당에는 종, 사이렌, 점멸기 등 옛 등대의 시설들이 전시 중이다. 등대를 배경으로 하는 포토 방명록을 이용해 이메일로 섬 풍경을 전할 수 있다. 등대 앞에는 돌고래 조형물이 있는데, 실제로 하조도등대에서는 돌고래들이 뛰노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한다. 등대 뒤편으로 정자 전망대를 갖춰 주변의 수려한 섬들을 조망할 수 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위치해 주변 풍광이 빼어나다. 절벽 위에 세워진 등대의 높이는 해수면 기점 48m, 등탑 14m에 이른다. 등대에서 내려다보면 조도군도 일대의 섬들이 절벽의 바위와 어우러져 아득한 모습을 연출한다.
하조도 창유항에서 등대까지 차량으로 접근이 가능하다. 마을버스는 배 시간에 맞춰 창유항에서 등대로 향하는 샛길 앞까지 운행한다. 이곳에서 4km가량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데, 해변을 따라 늘어선 길이 호젓하고 풍광이 빼어나다. 진도항에서 하조도 창유항까지 여객선이 하루 8회 운항한다. 약 40분 걸린다.
하조도등대와 함께 조도에 새롭게 조성된 도리산전망대도 들른다. 하조도와 상조도가 조도대교로 연결되며 상조도 여미마을 인근에 위치한 도리산전망대로 가는 길이 편해졌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절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포인트다.
하조도등대 및 여행정보는 진도군청 관광문화과(061-540-3408)에서 얻을 수 있다.

▲ 옹도등대. 한국관광공사 제공

 

● 충남 옹도등대

태안군 근흥면에 옹도가 있다. 2013년에 개방된, 보물처럼 꼭꼭 숨겨진 섬이었다. 옹도등대는 1907년 세워졌다. 등대가 예뻐 입소문 타고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2007년에는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등대 16경’에 포함됐고, 2012년에는 국토경제신문이 발간한 ‘한국의 아름다운 등대섬 20선’에 이름을 올렸다.
안흥외항에서 옹도까지 하루 1회 유람선이 다닌다. 태안 읍내에서 안흥외항까지 약 20km, 안흥외항에서 옹도까지 약 12km 거리다. 섬에서는 약 1시간을 머물 여유가 생긴다.
산책로가 섬 정상의 등대를 지나 선착장 반대편의 섬 서쪽까지 이어져 있다. 불과 500m도 안되는 거리다. 천천히 걸어도 1시간이면 다 돌아본다.
동백 터널을 나오자 비로소 등대 앞 중앙광장이다. 섬의 정상은 등대와 중앙광장, 숙소동으로 구성된다. 중앙광장에는 커다란 옹기 조형물이 있다. 옹도라는 이름은 섬이 옹기 모양을 닮은 것에서 비롯됐다. 등대에는 전시관도 있다.
옹도 관련 정보는 태안군청 관광진흥과(041-670-2772)에서 얻을 수 있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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