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 사옥./
SPC그룹 사옥./

|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 SPC그룹이 주력 계열사 파리크라상을 사업부문과 투자·관리 부문으로 분리하는 물적분할을 공식화하면서 그룹 전반의 구조 개편 작업이 본격화됐다. 그룹은 “의사결정 속도 제고와 전문성 강화를 위한 조직 재편”이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서는 글로벌 확장 가속화와 승계 구도 정비라는 중장기 전략이 동시에 깔린 결정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파리크라상은 지난 21일 이사회에서 물적분할을 의결했다. 이번 분할은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해온 파리크라상의 기능을 사업 부문과 투자·관리 부문으로 나누기 위한 것이다. 기존 회사에서 사업부문을 떼어내 신설 사업회사를 만들고 존속법인(투자·관리 부문)이 신설법인 지분 100%를 보유하는 전형적 물적분할 구조다.

파리크라상은 허영인 회장이 63.31%, 장남 허진수 부회장이 20.33%, 차남 허희수 사장이 12.82%, 허 회장의 아내 이미향 씨가 3.54%를 보유하며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비상장 회사다. 파리크라상은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인 SPC삼립 지분 40.66%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번 구조개편은 사업·지주 기능 분리 이상으로 오너 일가 중심 지배구조의 축을 더 명확히 하는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적 분할에 따라 파리크라상은 파리바게뜨·파스쿠찌 등 외식 프랜차이즈 운영을 담당하는 사업 부문과 투자·관리 부문으로 나뉜다. 그동안 파리크라상은 프랜차이즈 사업을, SPC는 투자·관리 업무를 주로 맡아왔다. 파리크라상은 동시에 100% 자회사인 SPC에 대한 합병 절차를 진행한다. SPC는 그룹 내 계열사들의 위탁을 받아 컴플라이언스·법무·홍보 등의 공통된 업무를 지원해왔다.

해외 성장세가 가팔라지는 상황에서 사업 단위를 별도 법인화해 현지 전략·투자 판단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반면 존속 파리크라상은 SPC삼립 등 주요 계열사 지분 관리, 브랜딩·중장기 투자, 경영·준법 지원 등 지주 및 관리 기능에 집중하는 구조로 재편된다.

이번 분할은 재계에서 ‘SPC식 지주체제 전환’의 출발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허영인 회장의 장남 허진수 부회장과 차남 허희수 사장이 각각 부회장·사장으로 승진하며 2세 체제가 굳어지고 있는 가운데, 사업과 지주 기능이 분리되면 존속 파리크라상 중심으로 지배력 정비가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재무 구조도 변화가 예상된다. 사업회사는 글로벌 매장 확대, 제조·물류 투자, 브랜드 확장 등 성장형 비용이 집중되는 구조가 되고, 지주형 존속법인은 지분법 이익과 브랜드 로열티 중심의 안정적 손익 구조를 갖추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사업회사의 개별 투자 유치나 중장기적으로 IPO를 검토할 여지도 생긴다.

이번 결정은 SPC가 제시한 장기 비전과도 연결된다. 그룹은 향후 10년을 글로벌 확장의 골든타임으로 규정하고 미국·동남아·중국을 전략 거점으로 삼고 있다. 파리바게뜨 미국 법인은 2030년까지 1000호점 체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중국·싱가포르·베트남 등에서도 신규 브랜드 론칭과 생산 인프라 확장이 추진되고 있다. 사업회사를 분리하면 지역별 권한을 강화하고 현지 파트너십·M&A 실행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ESG·준법경영 강화도 구조개편 배경으로 꼽힌다. 외식·베이커리 업계에서 안전·노무 리스크가 부각되는 상황에서 지주·관리 기능과 사업 운영 기능을 분리해 책임과 통제 범위를 명확히 하려는 목적이 있다. 파리크라상의 100% 자회사였던 SPC를 흡수해 준법·관리 기능을 존속법인으로 집중시키는 결정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SPC가 글로벌 성장 전략·승계 구도·지배구조 효율화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기 위한 구조개편을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순 조직개편을 넘어 향후 투자·지배구조·사업 확장의 방향성을 좌우할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파리크라상 물적분할은 올해 안에 임시주총 승인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마무리될 예정이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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