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인구 유출·실업률·상가 공실률 전국 상위권
외국인 노동자 중심 고용 심화...낙수효과 반감
변광용 시장 1500억원 지역상생발전기금 제안
외국인 노동자 쿼터 축소 등 조선산업기본법 제정 건의
지난 4월 28일 변광용 거제시장이 지역상생발전기금 조성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거제시
지난 4월 28일 변광용 거제시장이 지역상생발전기금 조성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거제시

|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이 위치한 경남 거제시가 최근 조선업 활황으로 관내 소재 두 조선 기업의 실적이 대폭 개선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지역경제의 침체가 지속됨에 따라 기업과 정부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거제시에 조선소가 있는 한화오션의 3분기 매출은 3조2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8% 증가했으며 2898억원으로 집계된 영업이익은 무려 1032% 급증했다.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도 매출 2조6348억원, 영업이익 238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 99% 증가한 수치다.

향후 두 기업의 전망도 밝다.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의 본격 추진과 향후 상당 수준의 발주 수요가 예상되는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건조, 삼성중공업의 경우 FLNG 사업이 순항 중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선업 호황과 달리 거제시의 인구는 2016년 25만7000여명을 정점으로 계속 감소해 올해 8월 기준 23만1000명까지 줄었다. 청년 유출은 더욱 심각하다. 같은 기간 20·30대 인구는 7만7489명에서 4만1937명으로 46% 감소했다. 10년 새 반 토막이 난 것이다.

실업률과 상가 공실률을 보면 거제시가 세계적인 조선소가 위치한 도시가 맞나 싶을 정도로 심각하다.

지난 9월 기준 실업률은 3.4%로 전국 평균인 2.1%를 웃돈다. 한화오션이 인접한 옥포 지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35.1%로 전국 평균(13.4%)의 3배에 달한다.

한 지역 주민은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조선업이 호황일 때 거제에서는 ‘개도 1만원권 지폐를 물고 다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역 경제가 활성화 됐지만 현재는 흔히 말하는 지방의 인구소멸 위기 지역과 별반 다를 바 없다”고 밝혔다.

반면 외국인 노동자 수는 2021년 5400여명에서 지난 8월 기준 1만5700여명으로 늘었다. 거제시는 조선사들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내국인과 청년층 대신 저임금의 외국인 노동자를 우선 고용하면서 현재처럼 조선업이 호황임에도 지역 경제에 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진단한다. 임금 상당액이 해외로 송금되는 외국인 중심의 고용 구조는 지역 정착·주거·소비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변광용 거제시장은 지난 4월 기자회견에서 한화오션·삼성중공업·거제시가 각각 매년 100억원씩 출연해 5년간 1500억원을 조성하는 ‘지역상생발전기금’을 제안했다. 기금은 중소상공인 지원과 내국인 고용 인센티브, 노동자 임금 보전, 지역 특화 개발 등에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지역과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 변 시장의 논리다. 하지만 이 제안은 애초부터 양대 조선소와 협의된 내용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정치적 제스처’에 그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실제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은 아직까지 기금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거제에 조선소를 둔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기금 조성의 취지가 좋고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기금 출연 측면에서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시에서 구체적인 논의를 위한 접촉 여부도 들은 바 없다. 향후 상황은 지켜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거제시는 과거 조선업 위기 당시 적극적으로 산업 붕괴를 막았던 사례를 근거로 기업 참여의 정당성을 강조한다. 실제 시는 국내 최초로 ‘거제형 조선업 고용유지 모델’을 도입해 조선소 숙련 노동자 7000여명의 실직을 막아냈고 2018년부터 2024년까지 고용위기지역 지정 기간 동안 총 935억원의 지원을 끌어냈다. 고용위기지역 종료 후에는 400억원 규모의 재직자 희망공제사업도 추진했다.

지역상생발전기금 조성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와 기업의 책임을 강조한 변 시장의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변 시장은 지난 24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의 오찬 회동에서 ‘조선산업기본법’ 제정을 건의했다. 외국인 노동자 쿼터 축소와 내국인 숙련공 중심의 안정적인 조선업계 인력구조 조성, 외국인 노동자 쿼터 배정 시 지방자치단체와 사전협의하는 제도를 제안한 것이다.

이날 변 시장이 입법을 건의한 조선산업기본법은 내국인 근로자의 비중을 늘려나가자는 취지만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변 시장은 “조선업 경쟁력 강화와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해서라도 조선산업기본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산업기본법은 공정한 하도급 구조 제도화와 표준임금 단가 도입, 조선산업 발전기금 조성 등 조선업계 전반의 체질 개선을 위한 내용이 담겨 있다.

변 시장은 앞으로도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와 지역 상생발전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4·2 재보궐 선거를 통해 시정에 복귀한 변 시장의 핵심 공약인 지역상생발전기금 조성을 놓고 취임 당시 업계에서 적지 않은 반발이 있었다”면서 “양대 조선소에 먼저 기금 조성을 설명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5년 간 조선사별로 500억원씩 출연을 의무화한 것이 반발의 결정적 이유였다”고 말했다.

“이어 거제 양대 조선사는 HD현대처럼 전력, 정유 등 사업이 다각화돼 있지 않아 현금 창출능력이 약하고 설사 현금이 충분해도 출연 금액이 너무 고액이라 기금 조성에 미온적인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임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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