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일상과 사회 인식을 담은 조선 후기 가사문학, 국제적 가치를 인정받아
안동, 세계 기록문화 도시로 도약할 새로운 지평 마련
| 한스경제=손철규 기자 | 안동시는 24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목록 등재를 위한 국내 후보로 <내방가사>가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 <내방가사>는 2022년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MOWCAP)에 등재된 바 있으며, 이번에는 세계기록유산 국제목록 등재에 도전한다.
이번 국제목록 등재 신청은 국립한글박물관과 한국국학진흥원이 공동 주도했으며, 국내 주요 기록유산 소장기관이 협력해 신청 대상 567점의 기록물을 체계적으로 제출했다. 그중 한국국학진흥원이 기탁받아 관리 중인 292점과 국립한글박물관이 소장한 226점이 핵심 자료를 이루며, 국립중앙도서관, 경북대학교 도서관, 단국대학교 율곡기념도서관, 한국가사문학관, 예천박물관 등 7개 기관 소장 49점도 함께 포함됐다.
특히 안동에 위치한 한국국학진흥원은 내방가사가 18세기 후반 영남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성장했다는 역사적 배경과 맞물려, 자료 수집·보존·연구에서 중심적 역할을 수행한 기관으로 평가받는다.
여성들이 남긴 목소리, 전통을 넘어 세계로 내방가사는 조선 후기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들이 내방(안방) 에서 한글로 창작한 전통 가사문학이다. 여성들은 자신의 일상과 감정을 기록하며 사회를 주체적으로 인식했고, 제국주의 침탈, 국권 상실, 해방과 전쟁 등 격변의 시기에 변화하는 현실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했다. 전체 내방가사의 약 80%가 이 시기에 창작된 점은 여성들의 집단적 기록 활동이 얼마나 활발했는지를 보여준다.
오늘날까지 이어진 내방가사의 흐름은 여성들이 문화 형성의 주변이 아닌 중심에서 역할을 수행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이며, 여성 문화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안동, 내방가사로 여는 글로벌 문화도시
권기창 안동시장은 “내방가사는 여성의 일상과 사회 인식을 담은 소중한 기록이자, 지역의 문화적 자긍심을 대표하는 유산”이라며 “이번 등재 추진을 계기로 안동이 가진 여성 기록문화의 가치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 지역 문화 발전과 관광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동력을 마련하 다”고 말했다.
<내방가사>는 2027년 상반기 프랑스에서 개최되는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최종 등재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안동시는 그동안 세계기록유산 국제목록으로 <유교책판(2015)>, 아‧태 지역목록으로 <한국의 편액(2016)>, <만인의 청원, 만인소(2018년)>, <내방가사(2022년)>를 등재하며 기록문화 도시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내방가사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도전은 단순한 문화적 성취를 넘어, 여성들의 삶과 목소리가 역사 속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 18세기 조선 여성들의 집단적 기록 활동이 오늘날까지 이어진 것은, 지역문화가 개인의 경험과 사회적 현실을 담는 생생한 증거임을 보여준다. 이번 등재가 성공한다면 안동은 단순한 기록유산 도시를 넘어, 세계적 여성 문화사와 지역문화 발전의 중심지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손철규 기자 sonck55@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