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재·음극재 기업도 ESS 전용 제품 개발 나서…산업지형 가속 재편
| 한스경제=김창수 기자 | 전기차 시장 정체와 원가 부담 상승이 맞물리며 국내 배터리업계가 에너지저장장치(ESS) 및 전력망 위주 대응 전략을 펼치고 있어 주목된다.
안정적 수요를 확보하려는 배터리 셀 업체들 포트폴리오 재편이 이뤄지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하는 양극재·음극재 소재 업체들도 관련 제품 개발을 서두르고 있어 주목된다.
국내 배터리업계 1위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5조6999억원, 영업이익 601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1%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34.1% 늘었다.
회사는 주요 성장 동력으로 ESS 출하량 증가와 비용 절감을 꼽았다.
특히 ESS 관련 수주는 120GWh 수준으로 2분기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삼성SDI는 같은 기간 매출 3조518억원, 영업손실 5913억원으로 부진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5% 감소했으며 배터리 부문 매출도 2조82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3.2% 줄었다.
삼성SDI는 ESS용 배터리 수주 증대를 4분기 실적 개선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미국 관세 영향을 받았던 ESS 미국 현지 생산과 공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안전성을 높인 SBB 1.7(각형 NCA)과 SBB 2.0(각형 LFP)을 선보이며 미국 현지 생산·공급을 위한 차세대 ESS용 라인업을 구축했다.
전기차 배터리 수요 둔화와 맞물려 나타난 이 같은 움직임은 배터리 생태계 전반 지형 변화를 의미한다.
배터리 셀 생산 기업들은 이제 셀-모듈-시스템으로 이어지는 전력망용 설비(전력망용 ESS) 또는 데이터센터·AI서버 전력저장용 제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소재업체들 대응도 주목할 만하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8월 중국 소재기업 CNGR과 ESS용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LFP는 저비용, 고효율성 특징을 지니고 있어 ESS 시장에서 채택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아울러 포스코퓨처엠은 제네럴모터스(GM)와 합작사 ‘얼티엄캠’을 통해 캐나다 퀘백주에 연간 3만톤 규모 하이니켈 양극재 공장을 내년 10월 말 가동할 예정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러한 흐름은 전기차 중심 고에너지 밀도 배터리 경쟁에서 한발 벗어나 비용 효율성과 안전성을 강조한 ESS 대응으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배터리·소재 업계의 전략 전환 배경으로는 크게 몇 가지 요인이 꼽힌다.
첫째, 전기차 수요 성장 둔화 및 경쟁 심화다.
미국과 유럽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 변화, 단가 인하 압박 등이 맞물리며 셀 업체 수익성 방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력망 및 데이터센터 전력저장 수요의 급격한 증가도 들 수 있다.
AI·데이터센터 확장, 전력망 안정화를 위한 ESS 수요 증가 등이 셀·소재 기업 입장에서 새로운 공략처가 되고 있다.
원재료 가격 및 공급망 리스크도 영향을 미쳤다.
리튬·코발트·니켈 등 배터리 핵심 소재 가격이 하락 후 반등 움직임을 보이며 수익성 확보와 원가 절감 전략이 더욱 중요해졌다.
시장에서는 배터리 기업들의 ESS 전환이 ‘성장 카드’로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분기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세액공제 약 3655억원을 받아 영업이익 개선을 이룬 바 있다.
다만 이러한 보조금 및 정책의존성 문제와 더불어 ESS 수익성이 전기차 대비 낮다는 지적도 있다.
또 인증·수율·화재 안전성 등 변수가 여전히 남아 있는데다 미국 관세나 안전 규제 등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삼성SDI 적자 확대 배경에도 미국 ESS용 배터리 관세정책 영향이 거론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배터리 시장은 ESS를 축으로 전기차 배터리 중심 생태계에서 전력망 대응 배터리 생태계로 재편되는 과도기 단계”라며 “수주 잔고 증가폭, 소재 업체들의 ESS 전용 제품 출하, 미국·유럽 정책 리스크가 기업 수익성에 파급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창수 기자 charles@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