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시간 층위 탐색… 신작 50여점 선보여
| 한스경제=하태민 기자 | 전남 여수의 가을 끝자락 GS칼텍스 예울마루 7층 전시실에는 한층 더 깊어진 녹색의 결이 내려앉는다. 자연을 가장 섬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가 이존립이 만든 정원이 조용한 숨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오는 12월 28일까지 열리는 개인전 '푸른-숨 정원애愛-스미다'는 예울마루가 매년 진행하는 지역작가 초대전의 11번째 장으로 지역에서 오랜 시간 꾸준히 창작을 이어온 작가를 조명한다.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개인전 및 초대전 70회, 국내외 아트페어 70회, 단체전 300여회에 참여하며 지역 미술계에서 활발한 창작을 이어온 중견 작가다.
전라남도미술대전과 대한민국미술대전 등 주요 공모전 심사위원을 역임하고 여러 미술대전 운영위원과 한국미술협회 여수지부장을 맡는 등 지역 미술 행정과 후진 양성에도 관여해왔다. 그의 작품이 중·고등학교 미술 교과서에 수록되며 대중적 접점을 넓혀왔다.
이존립의 정원은 실재하는 풍경을 그대로 가져오지 않는다. 상상과 기억, 내면의 시간이 층층이 쌓여 구성한 정신적 공간에 가깝다. 화면은 빽빽한 녹음과 겹겹이 피어오른 꽃들로 가득하지만 그곳은 눈앞에 있는 자연이라기보다 '익숙하지만 어디에도 없는 정원'처럼 다가온다.
작가는 수십년간 같은 주제를 다루면서도 매일 새로운 바람을 맞는다고 말한다. 정원은 그에게 반복이 아닌 갱신이며 자연과 인간이 서로의 숨을 교환하는 고요한 장면이다. 이번 전시에는 대형 신작을 포함해 50여점이 소개되며 작가가 '정원'을 통해 구축해온 세계가 한층 더 명료하게 드러난다.
이선영 미술평론가는 그의 풍경을 "재현을 넘어선 상상"이라고 해석한다. "작품은 매뉴얼도 타인의 손이 개입할 여지도 없는 고도의 집중 속에서 완성된다"며 "작은 흔들림에도 맥락이 흐트러질 수 있기에 그의 정원은 늘 긴장과 몰입의 결과물이다"고 평가했다.
미술문화기획자 윤익은 '오래된 정원' 연작에 주목한다. "화면은 생동하는 초록과 꽃의 색으로 환하지만 제목이 말하는 '오래됨'은 시간을 불러낸다"며 "관람자는 작품을 바라보는 순간 기억 속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강렬한 꽃빛과 어둑한 녹색의 대비는 회상과 감정의 층위를 일으키고 정원은 곧 마음의 지형으로 확장된다"고 분석한다.
관람료는 3000원이며 24개월 미만 영아는 무료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자세한 내용은 예울마루 홈페이지 또는 대표번호(1544-7669)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태민 기자 hamong@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