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018년 '카카오판 비트코인' 야심차게 출발
루나 사태 후 시장 침체로 7년 만에 사업 철수
/클레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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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한때 '카카오판 비트코인'으로 불리며 국내 블록체인 산업의 희망으로 떠올랐던 클레이튼이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카카오가 지난 2018년 야심차게 시작한 블록체인 사업은 7년 만에 사실상 철수를 선언한 것.

클레이튼의 시작은 화려했다. 2018년 3월 카카오는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를 세우며 본격 행보에 나섰다. 그해 10월 8일에는 클레이튼 플랫폼의 베일을 벗었고 이듬해인 2019년 6월 27일에는 정식 출시와 함께 클레이(KLAY) 코인 100억개를 세상에 내놨다.

당시 시장의 반응은 뜨겁기만 했다. 카카오톡 사용자 5000만명이 곧바로 블록체인을 쓸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실제로 LG전자와 신한은행 등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 30여 곳이 '거버넌스 카운슬'이라는 이름으로 참여를 결정했다. 이들의 시가총액만 합쳐도 165조원에 달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함께 운영하며 클레이튼의 든든한 후원자가 돼준 셈이다.

기술력도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클레이튼은 비트코인이 1초에 7건밖에 처리하지 못하는 것과 달리 무려 4000건까지 소화할 수 있는 속도를 자랑했다. 이런 빠른 처리 능력은 'PBFT'라는 합의 알고리즘을 채택한 덕분이었다. 기술적으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클레이튼은 승승장구했다.

그 정점은 2021년 7월에 찾아왔다.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험 프로젝트 사업자로 클레이튼을 선정한 것이다. 한국은행과 함께 진행한 실험에서 클레이튼은 초당 2000건의 거래를 처리하는 능력을 입증했다. 당시만 해도 클레이튼의 미래는 밝아 보였다.

하지만 영광의 순간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2022년 5월 터진 루나·테라 사태가 모든 걸 바꿔놨다. 가상자산 시장 전체가 얼어붙었고 클레이튼도 그 충격을 피해갈 수 없었다. 한때 400원까지 치솟았던 클레이 가격은 급락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124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고가의 3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시장의 냉혹한 현실 앞에서 카카오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다. 2024년 4월 30일, 카카오는 싱가포르의 블록체인 기업 핀시아와 클레이튼을 통합해 '카이아'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 결국 그해 8월 29일 카이아가 정식으로 출범하면서 클레이튼이라는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 클립
/ 클립

막판 정리 작업도 빠르게 진행됐다. 올해 3월 31일 카카오는 카카오톡 안에 있는 가상자산 지갑 서비스 '클립'을 안랩에 단돈 10억원에 넘겼다. 클립은 200만명이 사용하던 서비스였지만 시장 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안랩은 클레이튼과 인연이 있는 기업이었다. 2019년부터 클레이튼 거버넌스 카운슬에 참여해온 터였다. 강석균 ABC 대표는 "이번 계약으로 사용자들에게 좀더 안전한 가상자산 이용환경을 제공하게 되기를 기대한다”며, “ABC는 국내 최대 웹3 지갑 서비스 운영사를 넘어 월드 클래스 수준의 웹3 서비스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안랩으로서는 보안 기술과 블록체인을 결합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다.

이제 클레이튼의 마지막 순서만 남았다. 카카오는 지난 10월 27일 그라운드X를 흡수합병한다는 공시를 냈다. 오는 11월 25일 그라운드X는 공식적으로 문을 닫는다. 2018년 3월 설립돼 7년 8개월을 버텨온 그라운드X의 역사도 여기서 끝이다. 한때 국내 블록체인 산업을 이끌겠다던 카카오의 꿈은 이렇게 막을 내리게 됐다.

전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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