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 전반을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웰니스(Wellness)'다. 웰빙(Well-being)과 피트니스(Fitness), 해피니스(Happiness)의 합성어로 신체와 정신, 사회적 건강의 균형 잡힌 상태나 이를 추구하는 전반적인 활동을 의미한다. 웰니스를 위해선 생활 체육이 필수다. 일상 속에서 생활 체육을 습관화하면 심신의 건강을 통해 삶의 질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한국스포츠경제는 대한체육회와 공동으로 5회 분량의 생활 체육 시리즈를 기획했다. 이번 회차에선 학교·생활·엘리트 체육이 선순환 구조를 갖추는 게 체육계 화두로 떠오른 배경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 한스경제=신희재 기자 |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지난 3월 본지와 인터뷰에서 학교·생활·엘리트 체육의 '삼위일체'가 필요한 점을 강조했다. 유승민 회장은 "은퇴 선수 중 생활 체육을 하는 분들이 많다. 생활 체육 동호인 중에는 운동 선수 학부모들이 꽤 많다. 엘리트 체육은 생활 체육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어떤 선수가 용품을 후원받는다고 하면 구매 주체는 생활 체육 동호인들이다. 같이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통합체육회가 출범되면서 함께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엘리트 체육을 담당하던 대한체육회는 2016년 3월 생활 체육을 다루던 국민생활체육회와 합치면서 두 분야를 모두 관장하는 통합 단체로 거듭났다. 이를 통해 같은 종목에서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을 분리 운영했던 비효율성을 극복하고, 생활 체육의 접촉면을 확대해 자연스럽게 엘리트 선수를 발굴하는 선진국형 스포츠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했다.
이후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생활 체육과 엘리트 체육의 융합은 아직 좀 더 시간이 필요한 문제로 꼽힌다. 그사이 저출생 문제로 대다수 종목이 유소년 부족 현상에 시달리면서, 체육계는 학교 체육 개선이라는 또 다른 고민을 마주했다.
◆70대보다 저조한 10대 참여율… 변화 필요한 학교 체육
지난 5일 김대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대전 외삼중학교를 찾아 학교 체육 현장을 점검한 뒤 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다. 문체부는 이 행사를 전후로 지난 1월 공표했던 2024 국민생활체육조사 결과 중 일부를 재차 강조했다. 국내 청소년의 체육활동 참여 수준에 관한 내용이다.
문체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국민의 생활 체육 참여율은 60.7%였다. 그러나 10대는 전 연령대 통틀어 홀로 과반 이하인 45.9%에 머물렀다. 2번째로 낮은 70대 이상(57.7%)과 비교하면 10%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10대 학생들은 타 연령대와 비교했을 때 유일하게 '학교체육시설을 자주 이용한다'고 답한 비율이 두 자릿수(40.0%)를 훌쩍 넘겼다. 10대의 저조한 생활 체육 참여율은 현행 학교 체육 운영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남긴다.
김대현 차관은 "학교 체육은 학생들의 평생 운동 습관을 형성하는 가장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며 "문체부는 모든 학생이 원하는 스포츠 활동을 하나 이상 즐기도록 강사와 시설, 장비 등 필요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도 본지와 통화에서 "학교·생활·엘리트 체육 3개 중에서는 학교 체육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학교 체육에서도 운동부 운영의 형태를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문화가 자리잡혀야 한다. 그래야 생활 체육, 엘리트 체육과 연계가 잘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과 기름' 같았던 생활·엘리트 체육, 상생 방안 어떻게
이종성 교수는 생활 체육, 엘리트 체육의 공존에 대해 다양한 제언을 남겼다. 그는 "특정 종목에 아무리 생활 체육 인구가 많아도, 엘리트 체육은 한 세대에서 특출난 재능이 나와야 국제대회 성적을 낼 수 있다. 다만 30~40년을 길게 보면 생활 체육 인구 숫자가 엘리트 체육의 성적과 정비례한다"며 "설령 좋은 선수가 못 나와도 생활 체육에 참여한 사람들이 그 종목을 이해하고 소구하는 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 그래서 생활 체육과 엘리트 체육은 각각이 아닌 동일 선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종성 교수는 생활 체육의 기반이 잘 잡힌 종목의 예시로 배드민턴을 들었다. 배드민턴은 국내에서 축구 다음으로 많은 동호인 숫자를 보유한 종목으로 꼽힌다. 동시에 엘리트 체육에서도 여자 단식 안세영, 남자 복식 김원호-서승재 등 스타 선수들이 나타나 국제대회에서 굵직한 성적을 내고 있다.
이종성 교수는 “생활 체육이 자생력을 키우면 엘리트 체육은 꽃을 피우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그 힘을 만들기 위해서는 생활 체육 인구를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다문화 세대에 대한 접근, 생활 체육을 즐기는 유·청소년 학교 체육 참여 인구 증가 등 생활 체육 접촉면을 넓히려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듯 특정 종목의 천재가 나타나길 기다리거나, 어떤 독지가가 수십억 원을 내고 한 종목에 투자하는 모델로는 비인기 종목을 모두 성장시키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변화를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친 노력이 필요하다. 이종성 교수는 “우리가 당장 유럽처럼 학교 체육을 스포츠 클럽 형태로 바꾸거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스펙트럼을 바꾸려는 노력을 오랫동안 이어가야 한다”며 “물론 여기엔 관계 기관의 예산 조정이나 책임 소재에 대한 숙제가 있다. 그러나 이를 떠나서 모두가 사활을 걸고 (시스템 개선에) 임해야 한다. 그래야 체육계 구조가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희재 기자 gale0324@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