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신희재 기자 |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명가 재건’을 위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두산은 18일 "박찬호(30)와 4년 최대 80억원(계약금 50억원·연봉 총 28억원·인센티브 2억원)에 FA 계약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주부터 이어진 KIA 타이거즈 유격수 박찬호의 두산행 루머는 사실이 됐다.
올해 정규시즌 9위에 그쳤던 두산은 지난달 우승 경력을 갖춘 김원형 감독을 선임한 뒤, FA 최대어로 꼽혔던 박찬호까지 품으며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특히 두산이 외부 FA를 영입한 건 역대 4번째, 그중에서도 비(非)두산 출신을 데려온 건 2015년 장원준 이후 역대 2번째여서 더욱 눈길을 끈다.
민훈기 SPOTV 해설위원은 19일 본지와 통화에서 "정상권 팀들을 보면 항상 센터라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중에서도 유격수는 가장 비중이 큰 포지션이다"라며 "두산은 김재호 은퇴 이후 유격수 자리를 두고 고민이 많았다. 그 점에서 크게 투자를 한 것 같다. 지난해까지는 (KT 위즈로 떠난) 허경민을 비롯해 오랫동안 간판들이 FA로 빠져나갔는데, 올겨울에는 마음을 먹은 것 같다. 최소 5강 이상을 노리는 행보 같다"고 강조했다.
박찬호는 이번 계약을 통해 역대 유격수 FA 중 LG 트윈스 오지환(6년 총액 124억원) 다음으로 많은 금액을 받게 됐다. 지난해 4년 50억원에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었던 심우준을 크게 뛰어넘은 기록이다.
민훈기 위원은 "지난해 심우준 계약으로 (유격수 FA에 대한) 잣대가 높아졌다. 박찬호는 심우준과 비교했을 때 수비력은 비슷해도 공격력은 훨씬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구성도 좋다"며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1당 대략 5억원이라 봤을 때 박찬호는 올해 WAR이 4를 넘겼다. (스탯티즈 기준 4.56) 몸값 자체는 대략 연간 20억원으로 형성이 된다고 봤다"고 말했다.
다만 두산이 박찬호 영입전에 뛰어든 건 의외라는 설명이다. 민훈기 위원은 "올해 막판 안재석이 너무 잘해줬고, 오명진과 박준순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시즌 중 다쳤던 임종성도 있다. 베테랑들도 강승호, 이유찬, 박계범 등 요원들이 많다. 박준영이 은퇴했어도 내야보다는 다른 포지션을 보강하지 않을까 싶었다"며 "유격수가 필요한 구단들이 크게 투자하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두산도 유격수 보강을 우선으로 여긴 것 같다"고 언급했다.
두산은 올 시즌 중반부터 내야진 세대교체를 통해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출전 기회를 제공했다. 이들은 대부분 21일까지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리는 마무리 캠프에 참여해 연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민훈기 위원은 "긍정적으로 보면 자체 경쟁이 엄청 치열해질 것이다. 유격수는 박찬호가 맡는다고 해도 2루수나 3루수, 심지어 1루수도 올 시즌 오락가락했다"며 "좋은 내야수들이 많으니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면 주전은 물론 백업들도 더 단단해질 수 있다. 또한 박찬호는 기술적인 면 외에 팀 자체로도 분위기를 활기차게 끌어줄 수 있는 선수다. 시즌을 길게 봤을 땐 전력이 상승할 거라 본다"고 전망했다.
신희재 기자 gale0324@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