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8개국 진출…CJ ENM 콘텐츠 기반 현지 큐레이션 강화
번들 할인에 따른 수익성 부담…웨이브 합병은 여전히 제자리
|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 티빙이 국내로는 웨이브, 국외로는 디즈니플러스와 협력하며 내실 다지기와 글로벌 확장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티빙은 최근 일본 디즈니플러스 내 티빙 컬렉션을 론칭한데 이어 18일 티빙·웨이브·디즈니플러스를 함께 시청할 수 있는 공동 요금제를 출시했다. 티빙 모회사 CJ ENM은 2023년부터 티빙과 웨이브 합병 등 플랫폼 결합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전략을 취해왔는데 픽사·마블·내셔널지오그래픽 등 거대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디즈니플러스가 더해지면서 전략에 힘이 붙었다.
폭 넓어진 작품 포트폴리오는 넷플릭스 가입자를 유인할 수 있을 뿐더러 단순 수치로도 넷플릭스를 대적한다. 지난달 10월 모바일인덱스 기준 넷플릭스의 월간활성이용자는 1504만명이다. 티빙·웨이브·디즈니플러스는 합산시 1451만명으로 집계된다.
티빙은 반 넷플릭스 연대를 주도함면서도 한국프로야구(KBO) 중계 기간을 연장해 고유 매력을 지켜냈다. 18일 KBO는 자사 홈페이지에 "기존 중계권사인 CJ ENM과 차기 계약에 대한 우선 협상을 타결했다"면서 "계약기간 및 금액에 대한 합의점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야구는 티빙을 국내 OTT 2~3위로 안착시킨 데 성공한 핵심 콘텐츠다. 시즌 전후 가입자만 최대 수십만명 차이가 난다. 티빙은 야구 중계권을 지키면서 2위를 다투는 쿠팡플레이와의 '스포츠 중계' 싸움에도 대적할 수 있게 됐다.
국내서는 내실을 기르고 국외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밟을 넓힌다. CJ ENM 분기보고서에서 회사는 "올해를 티빙 글로벌 확장의 원년으로 삼아 홍콩, 대만, 동남아시아 등 아태 17개 지역에 브랜드관을 오픈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향후 목표할 시장으로 일본과 미국을 점했다. 동남아 시장은 HBO MAX에서, 일본 시장은 디즈니플러스를 통해서 티빙 작품이 보여진다. 일본 시장 진출 선배인 왓챠가 독자 플랫폼으로 실패 부담을 쓰게 느꼈다면, 티빙은 타사 플랫폼에 세 드는 방식을 택했다. 현실적인 일본 진출 방안으로 글로벌 유통망만을 활용한 것이다.
OTT 시장이 포화 상태라 몸집을 불리기 위해서는 외국 수출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K콘텐츠가 글로벌을 강타할 지금이 적기라고 보는 시각도 많다. CJ ENM을 모회사로 둔 티빙은 CJ ENM의 채널 tvN, Mnet, OCN과 제작사 FIFTH SEASON, 스튜디오드래곤, CJ ENM 스튜디오스의 방송 프로그램 및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있다는 강점이 있다.
이 거대 콘텐츠 풀을 활용해 티빙은 각 나라에 맞춘 K콘텐츠 큐레이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티빙 관계자는 "해외 입점된 브랜드관은 각 나라에 맞춰 티빙이 큐레이션한 CJ ENM,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중심으로 순차적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 "콘텐츠=비용"...번들 요금제로 영업이익도 쉐어
내외연 확장 계획에도 걸림돌이 있다. 티빙이 OTT 플랫폼으로 매력을 지키기 위해 지출해야 하는 금액이다. KBO의 경우 야구가 기존 계약 시기보다 인기가 고공행진하며 이번 계약금도 훨씬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OTT들이 경쟁적으로 스포츠 중계권을 사가며 스포츠 중계권 금액은 크게 올랐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 OTT들이 중계권 구입 가격을 너무 크게 부르고 있다"며 전체적인 평균 금액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또 번들 요금제는 플랫폼이 독자적으로 이용권을 판매하는 것보다 소비자에게 유리하다. 티빙·웨이브·디즈니플러스 이용권을 예로 들면 3팩 구독료는 월 2만1500원으로 개별 구독보다 최대 37% 저렴하다.
스탠다드 요금제 기준 티빙(월 1만3500원), 디즈니플러스(월 9900원), 웨이브(월 1만900원)를 각각 구독하려면 월 3만4300원에 달하는데 3팩 상품으로 이용할 경우 월 1만2800원 절감할 수 있다.
참여 플랫폼들은 개별 판매보다 건당 이익이 얇아질 수 밖에 없다. 단기적으로는 가입자 수를 늘리는데 효과적이지만 이용권 단가가 낮아지는 것은 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
◆ 시급한 웨이브 합병은 지지부진
당면한 문제인 티빙-웨이브 합병은 여전한 답보 상태다. 티빙의 2대 주주인 KT 스튜디오지니가 합병에 미온적인 탓이다. 국내 OTT 업계에서 넷플릭스 추격을 위한 당면 과제로 거론되는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법인 출범은 올해도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KT스튜디오지니로서는 득이 적기 때문이다. KT스튜디오지니는 합병 이후 CJ ENM, SK스퀘어에 밀려 3대 주주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크다. 또 KT가 주력하는 IPTV 시장을 OTT가 가져가는 구도의 ‘제 살 깎아 먹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CJ ENM은 13일 분기보고서를 통해 웨이브 모회사 콘텐츠웨이브를 '지배력 확보'를 사유로 들어 연결회사에 편입시켰다. 이는 물리적 합병과는 별개로 회계 기준상 지배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서비스·상품 영역에서도 합병이 단계적으로 진행 중이다. 티빙과 웨이브는 6월 통합 요금제를 도입했고, 9월에는 통합 광고 플랫폼을 공동 출시했다.
회계상 종속 편입이 곧바로 법적 합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합병에 준하는 만큼 운영 시너지를 내고 있는 셈이다.
박정현 기자 awldp219@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