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범 하나은행 감독. /WKBL 제공
이상범 하나은행 감독. /WKBL 제공

| 한스경제(부천)=신희재 기자 | 사령탑 교체 하나로 전혀 다른 팀이 됐다. 여자프로농구 '만년 최하위' 부천 하나은행이 개막전부터 대어를 잡으며 돌풍을 일으켰다.

하나은행은 17일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BNK금융 2025-2026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홈 개막전에서 '우승 후보' 아산 우리은행을 66-45로 크게 이겼다. 이 승리로 하나은행은 2016년부터 이어진 우리은행전 홈 27연패 징크스에서 벗어났다.

2012년 하나원큐로 창단한 하나은행은 2023-2024시즌(4위)을 제외하면 오랜 기간 봄농구와 연이 닿지 못했다. 최근 4개 시즌 중 3개 시즌을 최하위로 마치는 수모도 겪었다. 그러나 우리은행전에서는 3점슛(9개), 리바운드 수(49-32) 등 과정에서 상대를 압도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양인영(왼쪽부터), 이상범 감독, 김정은이 여자프로농구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팬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WKBL 제공
양인영(왼쪽부터), 이상범 감독, 김정은이 여자프로농구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팬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WKBL 제공

그 중심엔 지난 3월 부임한 이상범 감독이 있다. 남자농구에서 잔뼈가 굵었던 이상범 감독은 하나은행을 통해 처음 여자농구 무대를 밟았다. 그는 지난 8~9월 열린 박신자컵에선 1승 3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지만, 이후 2개월 동안 맹훈련을 이어간 끝에 개막전에서 값진 성과를 얻었다.

17일 부천에서 만난 하나은행 관계자는 "박신자컵 실패 후 이상범 감독이 전략을 바꾼 게 팀의 전환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상범 감독은 대회 직후 11일 동안 일본 전지훈련에 돌입하면서 패턴을 최소화하는 대신, 슈팅과 리바운드 등 기본에 집중하는 농구로 팀을 재편했다. 동시에 선수단의 체력을 끌어올린 뒤 4쿼터 내내 강한 압박을 구사하는 '토털 바스켓볼'을 팀에 이식했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은 일본 전지훈련 연습 경기에서 1부 리그 중위권 팀 상대로 두 자릿수 이상의 실책을 유도하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후 국내로 돌아와서는 청주 KB, 용인 삼성생명(2경기)과 3차례 연습 경기를 치러 모두 두 자릿수 점수 차로 승리해 자신감을 얻었다.

하나은행 선수단이 개막전 승리 후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WKBL 제공
하나은행 선수단이 개막전 승리 후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WKBL 제공

달라진 하나은행에 대해 적장과 수훈 선수 모두 엄지를 치켜세웠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지난 시즌 (최하위였던) 하나은행은 확실히 아닌 것 같다"며 “연습 경기에서 그냥 잘한 게 아니다. 심플하게 슛을 쏘고, 리바운드를 잘 잡았다. 득점도 골고루 넣어서 누구 하나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고 칭찬했다.

우리은행전 14득점을 올린 가드 박소희는 "감독님이 오신 뒤 지난 시즌에 비해 웨이트 트레이닝과 뛰는 양이 2~3배 많아졌다"며 "훈련량을 믿고 경기에 자신 있게 임할 수 있었다. 연습했던 수비나 체력적인 부분들이 경기에서 잘 보인 것 같아 만족한다"고 미소 지었다.

쏟아지는 호평에도 이상범 감독은 겸손함을 유지했다. 그는 "오늘 우리은행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개막전이어서 이긴 것 같다"며 "우리는 선수들의 연령대가 낮다. 상대를 이기려면 한 발 더 뛰는 농구를 할 수밖에 없다"며 분발을 다짐했다.

 

신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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