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김두일 기자 | 경기도교육청(교육감 임태희)이 제작한 ‘AI 하이러닝’ 홍보영상이 교사를 희화화했다는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교육청이 공식 사과를 내놓았지만 교육계와 정치권의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논란의 영상은 교사가 AI의 지시에 의존하며 학생 앞에서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변명하거나, 정답과 무관한 말을 반복하는 모습 등을 담아 교사를 무능하거나 거짓말하는 존재처럼 표현한 것이 핵심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17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영상의 본래 취지는 AI 서술·논술형 평가시스템이 교사의 채점을 돕는다는 점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으나, 취지와 달리 오해를 부른 장면이 있어 즉시 비공개 처리했다”며 “상처받았을 선생님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또 “향후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히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비판은 멈추지 않았다. 문제의 영상은 “2035년의 교실”을 설정해, 교사가 학생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자 ‘AI 시스템’이 교사에게 정답을 알려주고, 교사가 이를 무미건조하게 그대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학생들은 AI를 신뢰하는 반면 교사는 ‘빈말을 하는 어른’이나 ‘거짓말을 숨기려는 사람’처럼 묘사돼 시청자들에게 강한 위화감을 준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한 AI가 교사의 말을 반복적으로 수정하거나 지적하는 장면까지 등장해, 교사가 AI의 부속품처럼 기능하는 이미지를 강화했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유은혜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번 사태를 두고 “막연히 우려하던 사태가 결국 터졌다”며 “교사의 감정과 진정성을 빈말이나 거짓으로 취급하는 영상이 어떻게 ‘하이러닝’으로 불릴 수 있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번 영상은 담당자의 단순 실수가 아니라 임태희 교육감 체제의 철학 부재와 정책 기조가 압축된 상징적 사건”이라고 말했다.
안민석 전 국회의원도 “영상은 교사를 AI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인물로 묘사해 큰 모욕감을 줬다”며 “예고 없이 영상을 삭제한 것은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안 전 의원은 최근 경기도교육청을 둘러싼 각종 논란을 거론하며 “하이러닝 정책은 이미 현장에서 실패로 평가된다”고 강조했다.
성기선 가톨릭대학교 교수 역시 “공식 유튜브 채널에 교사를 거짓말쟁이나 AI의 부속품으로 표현한 영상이 올라왔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이라며 “비공개는 은폐일 뿐 책임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임 교육감에게 “즉각적인 공식 사과와 제작·승인 책임자 문책”을 요구했다.
한편, 교육계 안팎에서는 이번 논란이 단순한 홍보영상 오류가 아니라 교육철학 부재, 교권 경시, 기술 중심 행정의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치권 비판도 확대되는 가운데, 임태희 교육감이 어떤 형태의 대응과 쇄신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두일 기자 tuilkim@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