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통사, 익시오·에이닷으로 앱 영역까지 AI 경쟁 확대
B2B 검증 기술, B2C 시장 확장…초개인화 서비스 경쟁 치열
|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 스마트폰 주력 인터페이스가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기반으로 전환되고 있다. AI가 애플리케이션(앱)의 보조역할을 하는 것에서 여러 앱을 지휘하는 시대가 다가오는 것이다.
17일 블룸버그 등 외에 따르면 내년부터 애플 아이폰 음성 비서 서비스 '시리(Siri)'에 구글 제미나이가 적용될 전망이다.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구글 제미나이를 시리 고도화에 활용하기 위해 구글에 연 10억달러를 지불한다는 내용의 최종 계약을 앞뒀다.
애플이 구글로부터 제공받는 모델은 1조2000억개 매개변수로 구성된 맞춤형 AI 모델이다. 이 정도의 대형 모델이 탑재되면 시리의 성능은 전반적으로 향상된다. 현재 시리가 '명령 수행'만 가능한 수준에서 사용자 의도를 해석하고 필요한 단계를 스스로 설계해서 실행하는 구조로 바뀔 가능성도 크다.
애플의 시리가 완전한 AI 에이전트 기능을 갖추게 되면 글로벌 스마트폰 다수가 에이전트 기능을 기본 탑재하게 될 전망이다. 애플은 지난해 6월 AI 시리를 공개하며 에이전트 시장 진입을 선언했지만 아이폰15 프로(iOS 18) 이상 기기에서만 이용할 수 있고 질의 시 오픈AI 챗GPT가 인터넷 검색 결과를 전달하는 방식에 그쳐 한계가 지적돼왔다. 질문 범위도 사전에 정의된 영역에 주로 머물러 ‘완성형 에이전트’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았다.
반면 삼성전자는 인하우스 비서 ‘빅스비’와 구글 ‘제미나이’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축하며 AI 에이전트 구현에서는 애플보다 한발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는 AI 기능을 핵심 경쟁력으로 보고 기기 측면의 전용 AI 버튼 호출 시 에이전트 성능이 우수한 제미나이를 우선 적용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등 기존 빅스비의 역할을 조정하며 전략적 선택을 강화하고 있다.
AI 에이전트 기능이 통신·제조사의 기술 경쟁력을 상징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면서 운영체제(OS)를 넘어 애플리케이션 영역에서도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국내 통신사들은 지난해부터 AI 에이전트를 선보였다. 당초 통화 보조형 기능에 국한됐으나 지난 13일 LG유플러스가 ‘익시오’를 고도화하면서 본격적인 ‘완전형 AI 에이전트’ 경쟁이 시작됐다.
LG유플러스에 따르면 익시오 AI 비서는 통화 요약과 녹음을 넘어 대화 맥락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고객이 통화 중 “헤이, 익시”라고 부르거나 호출 버튼을 누르면 AI가 직접 통화에 참여해 정보를 탐색하고 결과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향후 LG유플러스는 익시오를 초개인화 AI 에이전트로 기능케할 계획이다. 구글 클라우드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통화 중 언급된 일정·장소·예약 등을 바로 실행할 수 있는 ‘Actionable AI’로 기능도 확장한다. AI가 이해한 대화를 실제 행동으로 연결해 고객의 커뮤니케이션을 보다 편리하게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SKT 에이닷과 같은 전국적 인지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사 회선 전용이라는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앱 자체는 현재 유플러스 회선을 사용하는 고객만 이용할 수 있다. 다만 다른 통신사 고객도 eSIM 교체를 통해 익시오를 사용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번호이동이 필요해 AI 앱 접근성이 제한적인 셈이다.
LG유플러스가 구글과 협력해 익시오의 AI 에이전트 기능을 강화하면서 SKT도 에이닷 고도화 필요성에 직면했다. SKT는 2023년 9월 ‘에이닷’이라는 통화 보조형 AI 에이전트를 정식 출시했으며 3월 모바일인덱스 집계에서 세대별 AI 앱 사용자 순위 전 연령대 4위 안에 이름을 올리며 초기 성과를 나타냈다.
실제 4월 해킹 사고로 보안 우려가 있었음에도 에이닷 이용자는 오히려 증가했다. 타사 회선에서도 모든 기능이 작동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구체적인 사별 가입자 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9월 기준 누적 가입자는 1056만명에 달했다. 반면 익시오는 출시 9개월이 지난 현재 월간 활성 이용자(MAU)가 26만명에 불과해 성과가 저조한 상황이다.
◆ B2B에서 B2C로 넓어지는 AI 에이전트
AI 시대에 AI 에이전트의 중요성이 커진 이유는 사용자가 수십에서 수백 가지 앱을 사용하면서도 최종 ‘결과’만을 원하기 때문이다. 앱을 일일이 열고 조작하는 방식을 넘어 명령만으로 작업을 처리하는 AI 에이전트가 지속 주목받고 있다.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서는 시스템통합(SI) 기업들이 기업용 AI 에이전트를 선보이며 시장 선점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SDS는 지난해 5월 '패브릭스'라는 맞춤형 AI 에이전트를 생성할 수 있는 생성형 AI 플랫폼을 출시했다. 현재는 삼성그룹 계열사를 비롯해 KB 금융그룹, 행정안전부 등 70여 고객사의 13만 이용자가 사용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이미 독립형 AI 에이전트가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오픈AI ‘오퍼레이터’, 앤트로픽 ‘클로드 컴퓨터 유즈(Claude Computer Use)’ 등은 사용자의 실제 업무를 연속적으로 처리하는 에이전트형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다음 흐름은 소비자용 AI 에이전트가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AI 업계 관계자는 “B2B에서 검증된 에이전트 기술이 B2C로 확장되면서 개인 사용자의 일상과 업무를 모두 지원하는 통합형 에이전트가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다만 삼성전자, 애플, LG유플러스까지 AI 에이전트에 구글의 기능을 사용해 업계 독식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정현 기자 awldp219@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