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원화·비트코인·테더 등 최대 12종 담보, 한도 최대 10억
시장가 매도 대신 ‘즉시 정산’으로 급락 리스크 완화
/ 코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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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코빗이 최대 24종의 코인을 빌려 쓸 수 있는 ‘코인 렌딩 서비스’를 정식으로 열었다. 보유 자산을 담보로 맡기고 다른 코인을 빌려 투자 전략을 짜는 이른바 ‘코인 대출’ 시장을 정면 겨냥한 행보다. 

코빗은 17일 원화와 비트코인(BTC), 테더(USDT)를 포함한 총 12종 자산을 담보로 설정하고 최대 24종 가상자산을 대여할 수 있는 코인 렌딩 서비스를 정식 오픈했다고 밝혔다. 이용자별 대여 한도는 조건에 따라 최대 10억원까지 가능하다.

코인 렌딩은 쉽게 말해 ‘코인을 담보로 맡기고 다른 코인을 빌리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을 팔지 않고 보유를 유지한 채 이를 담보로 맡기고 다른 알트코인이나 스테이블코인을 빌려 추가 투자를 하거나 포지션을 조정할 수 있다. 

이번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 원화 거래소 가운데 처음으로 ‘복합 담보 설정’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는 한 가지 코인을 담보로 걸어야 하지만, 코빗에서는 여러 종류의 코인을 원하는 비율로 섞어 담보를 구성할 수 있다. 비트코인·이더리움·스테이블코인 등 보유 자산을 나눠 담보로 세팅해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자산 운용 유연성을 키울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강제상환(청산) 방식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다른 플랫폼에서는 담보 가치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담보 자산이나 빌린 코인을 시장가로 강제 매도해 상환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 경우 급격한 매도가 쏟아지며 시세에 ‘매도 압력’을 주고 이용자는 예상보다 불리한 가격에 자산이 정리되는 문제가 생기곤 했다.

코빗은 이런 구조 대신 각 자산의 원화 기준 가액을 계산해 즉시 차감하는 ‘즉시 정산 방식’을 적용했다. 담보 부족이 발생하는 순간 담보와 대여 자산을 일일이 시장에 내다 파는 대신 내부 정산으로 처리해 거래소 내 시세 변동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급작스러운 대량 매도에 휘말릴 가능성이 줄어드는 셈이다.

코빗 측은 이 서비스가 단순히 “코인을 빌려주는 상품”이 아니라 규제 기준 안에서 설계된 구조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정우 코빗 CTO/CPO는 “가상자산사업자의 가상자산 대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준수하는 한편 이용자의 편의성과 안전성을 모두 잡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설계했다”며 “앞으로도 이용자 보호를 최우선에 두고 사용자 중심 서비스 혁신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코인 렌딩 서비스가 코빗의 이런 ‘보수적·안정적’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적극적인 투자 수요를 끌어안기 위한 시도로 보고 있다. 복합 담보와 즉시 정산 등 구조적인 장치를 통해 과도한 레버리지와 급격한 청산 리스크를 누그러뜨리면서 전문 투자자들이 원하는 유동성·운용 전략 도구를 제공하겠다는 행보라는 해석이다.

다만 코인 렌딩 특성상 가격 변동에 따른 담보 가치 하락, 추가 증거금 요구, 강제상환 가능성 등 기본적인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담보 코인과 빌린 코인의 변동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레버리지 비율을 무리하게 높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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