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CDMO 수요 급증 전망
차바이오텍, 미국·판교 기반 CGT 생산 플랫폼 구축
| 한스경제=김동주 기자 |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새로운 희귀질환 및 개인맞춤형 치료제 허가 경로 신설을 추진하면서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CGT) 제조업체가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 기업 중에는 차바이오텍이 꼽힌다.
18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게재된 기고문에서 마틴 마카리 FDA 국장과 비나이 프라사드 생물의약품평가연구센터(CBER)장은 맞춤형 유전자 편집 치료법이 개발되고 승인되는 방식에 큰 변화를 촉발할 수 있는 새로운 규제 경로를 소개했다.
이들은 특정 유전 변이가 질병의 근본 원인으로 확인되고 치료제가 이 변이에 직접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이 과학적으로 타당하게 설명될 경우, 기존 대규모 임상시험 대신 소규모 데이터만으로도 허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질환의 자연 경과가 충분히 정리돼 있고 유전자 편집 등 치료가 실제 표적에 도달해 작용했다는 근거가 확보될 경우 FDA는 신속 또는 가속 승인을 부여할 수 있다는 뜻을 드러냈다.
이러한 허가 체계는 구조적으로 적응증 확장이 어려웠던 초개인화 유전자 치료 분야의 개발 장벽을 대폭 낮춰줄 것으로 평가된다.
새로운 경로는 단일 환자 치료인 이른바 ‘베스포크 치료(bespoke therapy)’의 상업화를 현실화할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FDA는 여러 유형의 맞춤형 치료가 연속적으로 성공 사례를 쌓을 경우, 해당 기술 기반의 플랫폼 전체에 대해 허가 범위를 확장하는 ‘플랫폼 승인’ 체계도 검토하고 있다. 이는 특정 유전자 편집 기술이나 벡터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수의 희귀 변이를 치료할 수 있는 기업에게 큰 기회가 될 전망이다.
다만, 허가 이후 오프타겟 편집, 장기 안전성, 소아 성장 발달 영향 등을 평가하기 위한 실사용 데이터(RWE) 수집은 필수로 요구된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이번 FDA의 새로운 허가 절차 제정으로 CGT 제조업체가 중요한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미국 내 바이오텍·병원 기반의 초소형 유전자치료 연구가 실제 상업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생산, 공정 최적화, 품질관리 등 대규모 제조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차바이오텍이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바이오텍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 3분기 누적 매출액 92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싱가포르 자회사 연결 편입 효과와 미국·호주·싱가포르 등 글로벌 헬스케어 네트워크 성장이 매출 확대를 이끌었다.
특히 차바이오텍은 연구·임상·제조를 하나로 결합한 통합 CGT 플랫폼을 구축해 왔으며, 미국 자회사 마티카 바이오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글로벌 CDMO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마티카 바이오는 지난해 100억원 규모의 수주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이미 전년 실적을 넘어서는 약 100억원의 신규 프로젝트를 확보했다. 업계는 연말까지 누적 수주 규모가 200억원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 CDMO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마티카 바이오는 지난 2022년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미국 텍사스주 칼리지스테이션에 해당 시설을 준공했다. 또한 자체 개발한 세포주 ‘마티맥스(MatiMax)’를 비롯해 CGT 상업화의 핵심인 AD(분석개발), PD(공정개발) 분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향후 수주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나온다.
또한 차바이오텍이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조성 중인 ‘CGB(Cell Gene Bioplatform)’ 역시 경쟁력 요소로 꼽힌다. 이 시설은 바이럴 벡터, mRNA, 플라스미드 DNA, 세포치료제 등 CGT 생산에 필요한 주요 플랫폼을 단일 단지에서 통합 운영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글로벌 스타트업과 공동연구를 위한 CGB-CIC(Cambridge Innovation Center)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기업 간 협업과 파이프라인 공동개발이 가능한 구조여서 맞춤형 치료 기반 플랫폼 승인 체계와도 높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FDA의 규제 변화는 맞춤형 유전자치료 분야의 상업화 진입 장벽을 낮추는 신호”라며 “특히 제조·공정개발 역량을 갖춘 기업은 초기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차바이오텍처럼 미국 내 CDMO 인프라를 확보한 곳은 글로벌 시장 확장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주 기자 ed30109@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