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 매 시즌 최하위에 머물렀던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페퍼저축은행이 올 시즌 완전히 달라졌다. 2021-2022시즌부터 2024-2025시즌까지 단 한 번도 꼴찌를 벗어나지 못했던 팀이 시즌 초반 2위(승점 13·5승 2패)까지 치고 올랐다. ‘꼴찌의 아이콘’이라는 꼬리표를 단숨에 지워낸 돌풍의 중심에는 일본 여자배구 대표팀 출신 미들블로커 시마무라(33)가 있다.
사실 시마무라는 지난 4월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어느 팀의 선택도 받지 못했다. 키 182cm로 미들블로커치고는 크지 않고, 33세라는 나이를 이유로 외면받았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이 선택했던 아시아쿼터 스테파니(29·호주)가 합류 직전에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하며 계약이 무산됐고,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해 데려온 선수가 바로 시마무라였다. 결과적으로는 ‘신의 한 수’였다.
시마무라는 일본에서만 15년을 뛰었다. 한국은 생애 첫 해외 리그다. 그럼에도 V리그에 완벽히 적응하며 매 경기 폭발적인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시즌 초반 7경기에서 111점을 기록하며 득점 10위 내에 든 유일한 미들블로커가 됐고 속공 1위(공격 성공률 56.86%), 블로킹 2위(세트당 0.815개) 등 대부분의 지표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페퍼저축은행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던 미들 라인을 단숨에 강점으로 바꿔놓은 셈이다.
13일 흥국생명전에서는 69%의 공격 성공률로 25점을 폭발시키며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공격 점유율 역시 18%로 42%를 기록한 조이(24·미국)에 이어 2번째로 높았다. 미들블로커의 움직임을 넘어 사실상 팀의 2번째 옵션으로 뛰고 있는 셈이다.
페퍼저축은행은 창단 후 미들블로커 영입과 활용에서 번번이 실패해 왔다. 하혜진(29), 최가은(24), 염어르헝(21) 등 다양한 조합을 시도했지만,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지난 시즌 아시아쿼터 장위(30·중국)에게 희망을 본 듯했지만, 중국 전국운동회 참가 지시로 인해 팀을 떠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시마무라는 더 나은 해답을 얻게 된 ‘전화위복’이 됐다.
장소연(51) 감독은 시마무라에 관해 “스텝과 스윙이 정말 좋다.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경기 영상을 계속 분석하고 있다. 리시브만 안정되면 더 폭발적인 모습이 나올 선수”라고 극찬했다. 시마무라 역시 자신감이 넘친다. “볼이 네트 위에만 있으면 언제든 득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때릴 수 있는 상황이면 100% 힘으로 때리는 게 지금의 변화”라고 말했다. 최근 흥국생명전 25점에 대해선 “일본에서도 25점을 올린 적이 없다. 처음이어서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웃었다.
창단 이후 단 한 번도 상위권에서 경쟁해 본 적 없던 페퍼저축은행은 이제 1위까지 넘보는 위치에 있다. ‘약점 덩어리’였던 중앙을 단숨에 핵심 무기로 바꾼 시마무라의 존재감은 시즌이 진행될수록 더 큰 의미를 갖게 될 전망이다.
류정호 기자 ryutility@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