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대전)=류정호 기자 | 조규성(27)이 1년 8개월의 긴 공백을 깨고 돌아온 첫 A매치에서 극적인 복귀골을 터뜨렸다. 그는 복귀전에서 12분 만에 득점으로 존재감을 증명했다. 무릎 수술 이후 찾아온 합병증으로 축구 인생을 위협받았던 시간을 이겨낸 끝에 터진 득점이기에 의미는 더 컸다. 또한 그의 복귀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앞둔 홍명보호의 공격 라인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규성은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볼리비아와 평가전 후반 31분 교체 투입됐다. 2023년 5월 무릎 수술 후 감염이 생기면서 체중이 14㎏이나 빠지고, 한 시즌을 통째로 날릴 정도의 어려움이 이어졌다. 그는 긴 재활을 거쳐 지난 8월 소속팀 미트윌란에 복귀했다. 꾸준히 출전하며 감각을 되찾았고, 마침내 이번 11월 대표팀 명단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복귀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컸지만, 그는 더 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후반 43분 오른쪽에서 연결된 낮은 크로스가 수비수를 맞고 굴절되며 조규성 앞으로 떨어졌다. 그는 문전에서 상대와 몸싸움을 버텨내며 공을 지켜냈고,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왼발을 휘둘러 골망을 흔들었다. 공은 골키퍼 손에 살짝 맞고 골라인을 넘었다. 그가 스스로 표현한 대로 “집념 하나로 넣은 골”이었다.
조규성은 A매치 통산 10번째 골을 기록하며 두 자릿수 득점 고지를 밟았다. 대표팀 유니폼을 40번째로 입은 경기에서 만들어낸 특별한 기록이었다. 한국은 손흥민(33)의 프리킥 선제골과 조규성의 쐐기골을 엮어 2-0으로 승리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조규성은 “감독님이 기회를 주셨고, 오늘 골은 집념으로 넣은 골이었다. 부상 전과 비교해 완벽한 몸 상태라고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멘털적으로는 오히려 더 강해졌다. 소속팀에서 꾸준히 뛰며 자신감이 많이 올라왔다”고 자신의 변화를 설명했다.
이제 조규성은 특별한 기억을 가진 상대와 마주한다. 그는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가나전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월드컵 본선 한 경기 멀티 골을 기록했다. 그리고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가나를 상대로 11월 2번째 A매치를 치른다.
그럼에도 조규성은 차분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상대가 가나라서 특별할 건 없다. 소속팀에서 계속 뛰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몸은 100%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정신적으로는 더 강해졌다. 경기 전에도 긴장보다 재미가 컸다”고 밝혔다. 이어 “공격수는 골로 보여줘야 한다. 더 많이 넣고 싶다. 꾸준히 뛰면서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득점에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대표팀 복귀는 동시에 경쟁의 복귀이기도 하다. 조규성이 자리를 비운 사이 오현규(24)가 급성장하며 확실한 경쟁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조규성은 “누가 잘하는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오)현규가 골 넣는 게 너무 멋있었다. 나도 많이 배우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홍명보(56) 감독도 조규성의 복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날카로움은 시간이 조금 필요하겠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득점하는 장면은 선수의 퀄리티를 보여준다”며 “소속팀에서 더 많은 경기를 소화한다면 경기력도 더 좋아질 것이다”라고 신뢰를 나타냈다.
류정호 기자 ryutility@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