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김현경 기자 | 여당이 배임죄 폐지를 추진하며 대체입법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범죄 유형화 작업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연내 처리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항소 포기 논란 속 ‘대통령 면소용’ 공세까지 거세지며 정치적 부담도 더해졌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태스크포스(TF)는 전날 법무부로부터 배임 사례 유형화 현황을 보고받고, 별도 처벌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다만, 작업 분량이 방대해 유형화는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배임죄는 형법·상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규정돼 있는데, 민주당은 사실상 사문화된 상법상 배임죄는 물론 형법상 배임죄까지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그동안 배임죄의 모호한 구성요건이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판단을 위축시켜 왔다는 재계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법적 공백을 막기 위해선 유형별 별도 처벌 근거를 마련하고, 민사 책임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판례 분석과 범죄 유형 분류가 지연되는 가운데, 이를 토대로 형법 등 관련 법률 약 30개를 일일이 개정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개별 법안 설계를 위해선 연구 용역과 학계 검증까지 필요한 상황이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과정을 거치려면 법무부에 물리적 시간이 부족해 연내 처리가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여기에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대통령 사건과 맞물려, 야권이 폐지 추진을 대통령 면소용이라고 공격하면서 정치적 부담도 더해지고 있다.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계기로 윗선 외압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방대한 작업량과 맞물려 당내에서도 배임죄 폐지와 유형별 처벌 신설에 난색을 표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다만 정부·여당은 폐지 추진이 대통령 면소 목적과 무관하고, 대체 입법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을 앞세워 정치적 공세를 차단하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존 재판받던 사항들에 대해 분명히 경과 규정이 있을 것”이라며 “처벌에 공백이 생기지 않게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경 기자 khk@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