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028년 자체 큐브위성 발사 검토…통신·배터리·가전 등 기술 융합 가속
LG사옥 전경. / LG
LG사옥 전경. / LG

 

|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 LG가 미래 전략 산업으로 ‘우주’를 선택했다. 그룹의 R&D 허브인 LG사이언스파크가 우주항공청과 협력 채널을 강화하며 본격적인 우주사업 진입을 예고했다. 통신모듈, 배터리, 카메라 등 핵심 부품은 물론 가전, 디스플레이,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사업군의 기술 역량을 결집해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14일 경남 사천시에 위치한 우주항공청 본청에서 LG사이언스파크와 우주항공청이 우주항공산업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6월 서울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에서 첫 회동을 가진 이후 5개월 만의 재만남이다.

이날 회의에는 정수헌 대표를 비롯해 김민수 기술전략담당, 박태홍 글로벌O/I실장 등 LG 주요 기술 경영진과 윤영빈 청장, 노경원 차장, 한창헌 산업국장 등 우주청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 간담회에서 LG 측은 우주산업 진출을 위한 기술 검증 계획과 추진 방향을 공유했다. LG사이언스파크를 중심으로 각 계열사가 축적한 기술 자산을 융합해 미래형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통신모듈과 영상센서, 배터리 소재, 인공지능(AI) 데이터 처리 역량 등을 통합해 위성통신과 지상 인프라를 연계하는 신사업도 검토 중이다.

핵심 과제는 ‘LG 큐브위성’ 발사다. LG는 자체 초소형 위성(큐브위성) 개발 및 발사 계획을 수립 중이며, 목표 연도는 2028년으로 잡고 있다. 큐브위성은 10cm 크기의 소형 인공위성으로, 지구 관측이나 기술 검증 등 다목적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LG는 앞서 누리호 4차 발사에 큐브위성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했으나, 앞으로는 자력 발사를 통해 기술 신뢰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위성통신, 센서 네트워크, 스마트시티 연결 기술 등과 연계한 새로운 시장 진입 기회를 모색할 계획이다.

정수헌 LG사이언스파크 대표는 이날 “누리호 4차 발사의 성공을 기원하며, LG는 이를 계기로 위성에 탑재될 다양한 부품을 검증하겠다”며 “LG는 미래시장에서 승리할 ‘이기는 기술(Winning Tech)’ 확보에 주력하고 있고, 우주산업 역시 미래 준비 분야의 중요한 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주시장은 단순한 기술 실험이 아니라, 향후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네트워크 혁신을 이끄는 기반 산업”이라며 국가 우주개발과의 연계 의지를 밝혔다.

LG의 우주사업 행보는 배터리 계열사를 중심으로 이미 시작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2일 미국 스타트업 사우스8(South 8)과 손잡고 항공우주용 배터리 개발에 나섰다고 밝혔다. 사우스8은 세계 최초로 액화 기체 전해질을 도입한 리튬이온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NASA와 KULR 테크놀로지 그룹이 추진하는 ‘항공우주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이번 협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액화 기체 전해질과 특수 외장재를 적용한 차세대 배터리 셀을 공동 개발하게 된다.

LG는 이미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인증 경험도 갖고 있다. 2016년 LG에너지솔루션은 NASA의 우주복용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사로 선정돼 극한 환경 테스트를 통과했다. 해당 배터리는 산소 공급장치와 통신 장비 등 우주비행사 생명 유지 시스템의 핵심 전력원으로 사용된다.

우주 분야에서 LG의 관심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LG사이언스파크는 2023년 국내 유일의 달 탐사 로버 개발 기업인 ‘무인탐사연구소’를 육성 스타트업으로 선정해 2024년부터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올해 초 LG기술협의회에서도 우주산업의 잠재력과 협력 모델을 논의했다. 당시 무인탐사연구소 조남석 대표가 참석해 탐사로버의 현장 데이터 전송 기술을 중심으로 LG계열사 간 협력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LG의 우주산업 진출이 단순한 기술 과시를 넘어, 장기적 R&D 중심 신산업 포트폴리오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통신, 촬영, 전력관리, 데이터 처리 등 LG 주력 기술이 우주 플랫폼과 결합하면 ‘지상-우주 연계 생태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시장 흐름도 이를 뒷받침한다. 시장조사업체 프레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우주항공 시장 규모는 2024년 4,766억 달러에서 2034년에는 1조 121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7.86%로, AI·위성통신·민간 발사체 산업이 성장세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LG사이언스파크의 한 관계자는 “R&D 중심의 혁신 생태계를 기반으로, LG의 다양한 기술을 우주산업 가치사슬에 연결해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고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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