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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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 고환율·물류비 상승에 이어 미국의 상호관세까지 현실화되면서 식품·뷰티업계 실적에 경고등이 켜졌다. 3분기까지는 상반기 선출고 효과와 북미 수요 확대로 견조한 성적표를 유지했지만, 4분기 들어 관세 부담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관세·물류·판가 삼중압박을 동시에 받으며 내년 수익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관세 충격은 뷰티업계에서 먼저 나타났다. 미국은 지난 8월부터 한국 화장품 수입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15%로 5%포인트 상향했다.

실적 타격의 강도는 기업별로 엇갈린다. 미국 의존도가 높은 에이피알(APR)은 관세 노출도가 가장 크지만, 실제 실적에서는 방어력을 입증했다. 에이피알의 3분기 매출은 3859억 원, 영업이익은 961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24.9%에 달한다. 해외 매출 비중은 80%이며, 이 중 미국이 39%를 차지한다. 단순 산술로는 연간 100억 원대 관세 부담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지만, 회사는 공급가 조정·채널 믹스 개선 등을 통해 대부분을 흡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역시 3분기까지는 관세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다. 아모레퍼시픽은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169억 원, 영업이익 919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 영업이익은 41% 증가했다. 북미에서는 라네즈·설화수가 고성장했다.

다만 두 기업 모두 북미가 향후 핵심 성장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4분기부터 관세 비용이 점진적으로 누적되며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OEM·ODM 기업의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미국에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코스맥스는 고객사의 수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콜마의 미국 법인은 3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54% 감소한 81억 원에 그치며 64억 원의 영업적자가 발생했다. 색조 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미국 1공장은 최대 고객사의 주문량 감소 등으로 가동률이 감소했다. 지난 6월 가동을 시작한 2공장은 미국 관세에 대한 우려 영향으로 고객사 주문이 연기됐다고 사측은 설명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K뷰티의 경우 개별 단가가 크게 높은 품목이 아니기도 하고, 관세부과 구간이 이전가격 기준이라 고객에게 100% 전가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관세 15%보다 낮은 비율로 전가가 되기 때문에 사실 큰 영향이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긴 하다”라고 말했다.

식품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미국향 매출 비중이 높은 삼양식품은 8월 관세 인상 직후 월마트 등 현지 유통망 공급가를 9% 인상하며 대응했다. 불닭볶음면 판매가도 6.88달러에서 7.84달러로 14%가량 올랐다. 3분기 미국 수출이 4,518만 달러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60억 원대 관세 노출이 가능한 구조지만, 글로벌 수요 확대와 판가 인상으로 영업이익 증가세를 유지했다.

주요 식품기업은 관세 상승으로 수익성이 하락할 것을 대비해 미국 현지 생산 확대나 유럽·중동으로의 수출 다변화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실제 타격이 본격화되는 시점은 4분기~내년 1분기로 보고 있다. 3분기까지는 상반기 조기 출하와 재고 운용 전략이 영향을 완충했지만, 4분기부터는 관세 부담이 실적에 그대로 반영되고, OEM·ODM 중심 기업은 주문 공백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환율·물류비 상승이 겹치며 기업들은 가격 인상, 현지 생산 확대, 유통 구조 재편 등 복합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또다른 관계자는 “내년에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동남아로 수출 구조를 넓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 실적 양극화가 뚜렷해질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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